[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국 수사 당국이 압수수색한 네이버·카카오 계정 수가 2017년·2018년 들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당국이 압수수색한 계정 수는 2015년~2016년 평균 87만 건 수준이지만 2017년~2018년에는 평균 950만 건에 달했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상담소는 3일 <2019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픈넷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공 자료, 네이버·카카오 투명성 보고서를 취합해 만든 자료에 따르면 수사기관은 지난해 820만여 건의 이용자 계정을 압수수색했다. 수사기관이 압수수색한 계정에는 이용자의 신원정보, 통신 내용, 통신 기록이 포함됐다.

▲수사당국의 네이버 카카오 계정 압수수색 건수 변화 (사진=오픈넷)

수사당국의 압수수색은 2017년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2016년 수사당국이 압수수색한 양대 포털 계정 수는 각각 1백만 건, 72만 건에 그쳤다. 2017년 계정 압수수색 건수는 1079만 건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829만 건이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2017년에는 대량의 대통령 선거 홍보 이메일 사건이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만 700만 건의 계정이 압수수색 됐다”면서 “2018년에는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수사가 있어 압수수색이 늘었다. 아마 드루킹 사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통신 계정 압수수색의 문제는 이용자가 압수수색 사실을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은 이용자 계정을 압수수색할 때 포털 사업자에게만 영장을 제출하고 이용자에게는 관련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 역시 ‘비밀준수의무’를 이유로 이용자에게 압수수색 사실을 통보하지 않는다.

통신 계정 압수수색은 2차 피해도 유발한다. 수사당국이 A 씨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을 압수했다고 가정한다면, 해당 대화방에 참여 중인 B, C, D의 대화 기록도 수사기관에 넘어가는 셈이다. 이메일 역시 수신자·발신자 기록이 모두 압수된다. 통신 계정 압수수색의 영향은 당사자 한 사람으로 그치지 않는 것이다.

실제 2014년 검찰은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의 카카오톡 그룹 대화 내용을 압수수색했다. 해당 대화방에 있던 참여자들의 대화 내용 역시 검찰에 넘겨졌다. 당시 수사당국의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일었고, 독일 SNS 서비스 텔레그램을 이용하자는 ‘사이버 망명’ 사태가 일어났다.

▲(사진=연합뉴스)

통신제한조치(감청) 수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2017년 수사당국이 확보한 통신제한조치 건수는 문서 354건, 계정 7602건이었다. 2018년 통신제한조치 건수는 문서 417건, 계정 7421건이었다. 오픈넷은 “통신제한조치의 98.8%는 국정원에 의한 것”이라면서 “대부분 (감청 내용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수사를 위해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수사당국의 감청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박경신 교수는 “한국 수사당국의 감청 건수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인구대비 6~7배 수준”이라면서 “일본과는 비교과 무의미할 정도다. 한국 수사당국이 일본 수사당국보다 수백 배 많은 감청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의 통신사실확인(이용자의 송수신 번호, 시간, 위치 등 통신 내역)과 통신자료제공(가입자 신원정보)은 소폭 하락했다. 2017년 수사기관이 확보한 통신사실확인 건수는 문서 33만 여건·계정 114만여 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문서 32만 여건·계정 66만여 건으로 소폭 감소했다. 통신자료제공은 2017년 문서 99만 여건·계정 632만여 건이었지만, 2018년에는 문서 98만여 건·계정 615만여 건이었다. 오픈넷은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가 기지국 수사와 실시간 위치추적 수사에 위헌 판단을 내렸다”면서 “앞으로 통신사실확인 관련 수사 건수가 이전의 높은 수치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오경미 고려대 연구원은 이용자가 통신제한조치·통신자료제공·통신사실확인 여부를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경미 연구원은 “수사기관이 통신 관련 자료를 입수하는 과정에서 이용자 보호 조치를 전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경신 교수는 “수사기관이 통신제한조치·통신자료제공·통신사실확인을 할 때 ‘이용자에게 사전에 알려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없다”면서 “사후통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2019 한국 인터넷 투명성 보고서’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에 대한 지적이 담겼다. 오픈넷은 방통심의위가 과도한 통신 심의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심의위 통신소위는 주 2회 개최된다. 통신소위는 매 회의마다 수천 건의 통신 정보를 심의한다. 방통심의위에서 통신소위를 담당하는 직원은 60여 명 수준이다.

오경미 연구원은 “방통심의위는 한 달에 2만여 건의 정보를 삭제하고 차단한다. 과도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통신심의 안건은 명확한 불법 정보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건수가 많을 뿐이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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