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무산되었다. 조국 후보자는 곧바로 기자간담회를 요청하였고, 오후 3시 30분경 국회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조국 후보자는 간담회장에서 간단히 본인의 심경을 전했고 이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시작, 날이 바뀌어 3일 새벽 2시가 넘어서 마쳤다. 그러는 과정에 포털 검색어는 “조국 법대로 임명”에서 “한국기자 질문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간담회가 끝난 이후 3일 오전에는 다시 “근조한국언론”이 등장했다.

포털사이트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

조국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쏟아진 기사가 60여만 건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재생산된 문건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조국 광풍 혹은 광기라는 말들도 나왔다. 그렇게 숱한 의혹을 기사로 담아낸 언론이 막상 조국 후보자를 대면하고 질문하는 풍경에선 그 의혹들을 뒷받침할 명백한 근거나 논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10시간이 넘는 긴 간담회에 소위 말하는 기자들의 한방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의 질문은 같은 내용의 지루한 반복이었다. 기자들에게는 조국 후보자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보다는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던지는 말들을 퍼 나르는 것이 더 익숙하고, 바라던 그림이었을 것이다. 결국 조국 후보자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이라는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한국기자 질문수준”이라는 검색어가 포털 검색어에 오른 이유가 설명된다.

그런 기자간담회를 지켜보면서 뜬금없이 MBC 최승호 사장의 어록이 떠올랐다. “기자가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해요”였다. 그의 말이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 상황을 통과하면서 “기자가 질문을 못하면 나라가 망해요”로 메아리쳤다. 기자는 질문하는 직업이라는데, 무제한으로 질문을 받겠다는 조국 후보자를 상대로 예리하게 파고드는 질문은 없었다.

그것은 질문을 못해서가 아니라 애초에 의혹 자체에 무리가 있었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게 아니더라도 의혹을 제기하고 증폭시킬 때와 달리, 당사자가 조목조목 사실 여부를 반박하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할 분명한 근거를 손에 쥐지 못한 것이다. 도대체 그 많은 기사들은 무엇을 근거로, 어떤 취재를 통해 생산해낸 것일까.

YTN 보도화면 갈무리

11시간 가까이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조국 후보자가 자신의 딸 신상에 말한 부분이었다. 조국 후보자는 딸이 혼자 사는 오피스텔에 밤 10시에 남자 둘이 찾아와 나오라고 문을 두드렸다고 했다. 방안에서 벌벌 떨고 있다고도 했다. 조국 후보자는 이 대목에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잠시 감정이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했다. 딸을 내버려 두라는 조국 후보자의 간청에 한국 언론의 망가진 취재윤리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시종 흔들림 없이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아낸 조국 후보자지만, 언론의 평가는 역시나 인색했다. 특히 간담회가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온 기사에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조국 기자회견 지켜본 시민들 ‘모르쇠 일관만’ 실망”이라는 기사였다.

댓글이 2만 5천이 넘었고, 이 기사의 베스트 댓글에는 3일 오전 기준 무려 5만이 넘는 추천이 몰렸다. 댓글은 "어떤 시민?"이라고 묻는 짧은 글이었지만 기사 내용을 반박하는 조소가 담겨 있었다. 두 번째 베스트 댓글 역시도 3만이 넘는 추천을 받았는데 이 댓글은 "같은 걸 보고 이런 기사를 쏟아내니 니들이 욕먹는 거야"라는 내용이었다. 조국 후보자 기자간담회에 대해서 언론과 시민들이 보는 시각의 차이는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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