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27일과 28일 네이버·다음 등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 진풍경이 벌어졌다. 28일 오후 2시 반 경부터 검색어에 “조국 힘내세요”가 뜨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그러자 얼마 후 또 다른 검색어가 이를 뒤쫓았다. 이번에는 정반대의 “조국 사퇴하세요”라는 검색어였다. 후발 검색어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은 "조국 힘내세요"는 종일 검색어 1위를 유지했다.

하루에도 많은 검색어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대형 이슈가 아니라면 검색어 상위를 오래 차지하지 못한다. 그런 만큼 한국은 매우 왕성한 이슈 소화력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국 힘내세요“든 ’조국 사퇴하세요”든 장시간 포털 검색어를 점령한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국 힘내세요 vs 사퇴하세요…찬반 진영 '실검 승부'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포털 검색어에는 다시 “가짜뉴스 아웃”이 등장했고, 29일에는 “한국언론사망”이라는 또 새로운 검색어가 등장했다. 이쯤에서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검색어 운동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조국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에 대한 항의를 나타낸 것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언론의 보도행태는 분명 과하다. 연일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으로 도배된 뉴스 지면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미디어오늘은 일주일 간 검색된 조국 후보자 기사가 27만 8천 건이 넘는다고 보도했다. 유력 재선 후보자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임을 지적했다. 게다가 부정적인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잘못이나 결백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이미 조국 후보자는 마녀가 돼버렸다.

설혹 조국 후보자에게 중대한 결격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아직 밝혀진 것은 없으며, 단지 의혹과 추측에 기댄 것도 문제지만 기사들이 폭발하듯 쏟아지는 현재 상황은 분명 보도 과잉이다. 그중에는 혀를 찰 기사들도 적지 않다. 조국 후보자 딸의 오피스텔에 주차된 포르쉐 기사는 삭제되었고, 27일 TV조선은 조국 후보자가 자택 아파트에 주차한다는 내용을 방송 중 속보라며 자막으로 내보낼 정도였다. 시민들이 10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을 떠올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27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보도화면 갈무리

이런 상황에 조국 후보자에 대한 국민감정이 나쁘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당연하다 싶게 여론조사결과도 매우 나쁜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국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세 사람만 있으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는 삼인성호(三人成虎)의 경계를 떠올릴 필요가 있을 것이다.

침묵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유 이사장은 29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내가 임명될 때도 여론조사가 반대 65 찬성 26이었다”는 말을 했다. 그랬던 유시민은 본인의 적극 고사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선주자로 꼽힐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격세지감이 또 있을까 싶다.

29일 다음 실시간 이슈 검색어

그런 와중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주십시오”라는 청원에 참여한 인원이 8일 만에 51만 명을 넘겼다. 이 청원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임용을 반대합니다”보다 열흘 정도 늦게 시작되었지만 두 배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과 사흘째 이어지는 검색어 운동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은 또 다른 시민 여론이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것과 똑같이 한 커뮤니티 이용자의 제안에 너도나도 공감해서 자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적지 않은 시민들이 현 상황에 대해 개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언론은 특히 “가짜뉴스아웃”에 담긴 분노와 경고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올랐으나 언론 신뢰도는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한 불명예를 잊지 말아야 함도 물론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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