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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싸, 하늘아래 첫 동네[여해, 바다와 같아라]
백종훈 원불교 교무 | 승인 2019.08.28 09:12

[미디어스]

어제 돌아왔어요..^^

너무 많은 것들을 눈에 담고 와서

아직도 정신이 없네요..

철없이 돌아다니기는 했는데요..*^^*

… 하략 … 2001년 8월 19일 y

그때부터였는지 모른다. 티벳이라는 땅이 그리웠다. 그 사람 눈동자에 비친 전부를 마음에 담고 싶었다.

열여덟 해가 지났다. 출가자의 모습으로 라싸공항에 내렸다. 검게 그을린 현지가이드가 환영의 의미로 건넨 하얀 목도리 카타를 걸친 명상순례 일행은 입국장 앞에서 대기하던 중형 버스 두 대에 나눠 탔다. 매끈하게 닦인 도로를 달려 티벳 문명의 발상지 체탕으로 이동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황야에 어린 백양나무가 수없이 자라고 있었다. 거친 환경에서 잘 견딜 뿐더러 쓰임새가 많은 목재로 정책적으로 심었다고 한다. 말라가는 대지를 지키려 안간힘을 다한다.

유채꽃 흐드러진 들판을 지나 자유로이 풀어 논 소떼가 웅덩이 물에 목을 축이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풍경이 한없이 펼쳐진다. 목동은 간데없이 낮게 깔린 하늘은 짙푸르다. 소똥이 땔감으로 익어가는 민가 담벼락 곁 널따란 밭에 보릿대가 바람에 일렁인다.

해발 3,000미터 지점을 넘어서니 이제껏 겪어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나타난다. 머리가 몹시 지끈거리고 눈이 터질 것만 같다. 약간이라도 뛸라치면 심장이 세차게 고동치며 숨이 차오른다. 속이 울렁거리기도 한다. 낮은 기압과 산소부족으로 인한 전형적인 고산병 증세다.

숙소에 도착하자 현지 의사가 방방이 돌며 진찰한다. 치료에 앞서 혈중 산소량을 잰다. 나는 기준치에 못 미쳤으나 심각한 정도는 아니어서 참아보겠다고 했다. 안쓰러웠는지 한 방 쓰는 어른께서 고소증 예방약 아세타졸아마이드 반 알을 나눠주신다.

이튿날 새벽 좌선 후, 야크유로 만든 따뜻한 버터차에 보릿가루를 개서 공양을 들었다. 이내 챙 넓은 모자에 메는 가방, 단출한 차림으로 길을 나선다. 두통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몸을 가득 채운 에너지 덕에 어느 때보다 생기가 돈다. 포탈라궁에서 한 맥으로 이어진 터에 호텔이 자리해서라고 어른께서 일러주신다.

사흘에 걸쳐 윰부라캉궁, 간덴사원, 조캉사원, 포탈라궁을 차례로 들렀다. 부리부리한 눈에 코가 오뚝한 부처님께 예를 올리고 물러서, 법당에서 때론 사원 밖 돌바닥에서 때론 탁 트인 언덕 풀밭에 앉아 도반들과 더불어 명상하며 내 안의 부처로 시선을 돌린다.

만트라가 새겨진 마니차를 손으로 밀며 시계방향으로 돌아 내려오는 길에, 한 손으로 염주를 굴리면서 다른 손으론 원통에 막대기가 달린 휴대용 마니차를 돌리며 올라오는 현지인들과 가벼운 눈인사를 나눈다. 저 멀리 하양, 노랑, 빨강, 파랑, 초록, 오색 깃발 타르쵸가 바람에 나부낀다. 해맑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붉은 가사 걸친 나어린 스님네가 귀엽다.

라싸에서의 마지막 순례지는 천불절벽이다. 절벽에 천여 부처님을 그려 모셨다. 이른 아침부터 티벳인들이 가득모여 촛불을 밝혀 향을 사르고 오체투지로 허공을 가른다. 머리위에서 두 손을 모아 이마, 아래턱, 가슴 순으로 짚는다. 이어 무릎을 꿇고 두 팔을 앞으로 뻗으며 양 무릎과 팔꿈치, 머리를 지면에 댄다. 교만한 자기 자신을 낮추면서 밑간 데 없는 어리석음을 참회하는 불공이다.

그들은 알고 있다. 내리고 내리고 마지막 한 톨 남은 어리석은 거짓 ‘나’마저 내려, 집착이 머무를 틈 없는 날것 그대로의 ‘나’여야만 가슴 가득 이 세상을 담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라는 것을...

그렇게 시나브로 부처님의 마음과 부처님의 가르침은 그들의 삶이 되었다.

라싸의 맑고 푸른 하늘은 그들의 마음을 닮았다. 

백종훈 원불교 교무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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