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서울행정법원이 망 사용료 갈등을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와 페이스북 간 소송에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은 “방통위가 페이스북에 부과한 3억 9천여만 원의 과징금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열린 선고에서 페이스북 승소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방통위의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피고(방송통신위원회)가 지불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번 재판을 위해 법무법인 김앤장을 소송대리인으로 지정했다.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은 이번 재판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 “페이스북은 한국 이용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판결문이 입수 되는대로 판결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여 항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재판 과정에서 ▲고의로 접속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았으며 인터넷 접속 품질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없다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소급적용 금지원칙에 위배됐다고 주장했다.

이번 재판은 글로벌 CP의 국내 캐시서버 설치 문제로 촉발됐다. 캐시서버는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는 장치를 뜻한다. 국내 이용자가 유튜브·페이스북 등 해외 CP를 이용할 때는 막대한 양의 데이터가 소요된다. 데이터의 흐름이 많아지면 국내 이용자의 해외 CP 접속 속도가 떨어지고 국내 통신사가 해외 통신사에 내야 하는 망 이용료가 늘어나게 된다.

이에 구글 등 해외 CP는 각국 통신사에 캐시서버를 설치한다. 캐시서버가 있으면 해외 통신망 이용률이 줄어들게 된다. 캐시서버가 있으면 이용자는 빠르게 데이터를 받을 수 있으며 국내 통신사가 해외 통신사에 지불해야 할 회선 이용료가 줄어들게 된다.

페이스북은 국내 통신사 중 KT에 캐시서버를 설치했다.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캐시서버 구축 비용 책임 여부를 놓고 페이스북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KT의 페이스북 캐시서버를 중계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문제는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상호접속 고시’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촉발됐다. 데이터 접속료는 데이터를 보내는 측이 받는 측에게 내야 한다. 국내 통신사들은 상호 간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접속료를 청구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동등한 지위의 통신사라도 데이터 접속료를 정산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호접속 고시가 시행되면서 국내 통신사 간 데이터 전송비 정산이 시작됐다.

상호접속 고시가 시작되자 KT는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에 데이터 전송비를 지불해야 했다. 당시 KT는 페이스북에 접속료를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페이스북은 이를 거부했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가 KT 캐시서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접속 경로를 임의로 변경했다. 결국 우회 접속으로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 이용자들은 수일간 인터넷 접속에 어려움을 겪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3월 “국내 이용자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페이스북에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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