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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스페셜’- 비글 아들, 화성인에 대한 이해가 먼저? ‘엄마 수업’의 진짜 목표는?[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8.19 18:38

[미디어스] 아들 둘만 키우는 필자에게 주변 사람들은 '딸이 없어서 어쩐대요' 하고 안타깝게 혀를 찼다. 마치 세상에 행복한 순간을 놓쳐버린 사람을 보듯이. 정말 그랬을까?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 편을 보면 아들을 키우는 일은 요즘 말로 '헬'이다 싶다. 슬하에 아들을 둔 엄마들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아들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한 엄마가 무려 응답자의 86%에 달했다. 심지어 84%의 엄마가 아들을 키우면서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한다. 아들이 뭐길래, 엄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일까? 

아들은 비글이다 

충남 천안의 박효선 씨네는 9살, 8살, 6살 아들 셋을 키운다. 엄마의 생일날 아빠가 마련한 편의점표 미역국에 아들들이 우렁차게 엄마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며 생일 이벤트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도 잠깐, 엄마가 케이크 촛불을 끈 지 10분도 되지 않아 난리가 났다. 자기가 생일 케이크를 자르겠다는 아들, 잘랐는데 모양이 흐트러져서 먹지 않겠다는 아들. 한 명을 달래놓으면 다른 한 명이 방에 가서 울고 있고, 어르고 달래다 남편 말로 '포악'해져야만 겨우 좀 수그러드는 아들들. 정작 생일 당사자인 엄마 입에 케이크 한 입 들어갈 틈이 없다.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 편

목동의 주한이 엄마는 딸 둘에 아들 주한이를 키운다. 그런데 이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은 해야 할 일, 준비물을 잘 챙기는 반면, 열 살이나 된 아들 주한이 뒤치다꺼리는 끝이 없다. 당장 학원에 가야 하는데 학원 숙제를 잊어먹은 것부터 시작하여 내일 학교 갈 가방 준비는 당연히 엄마 몫이다. 겨우 공부 좀 하라고 방으로 들여보내면 귀는 온통 거실의 가족에게 쫑긋, 공부가 끝날 때까지 하세월이다. 

경기도 남양주시 연년생 윤이 형제를 키우는 김수정 씨라고 다를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고 싶다는 초코 과자. 아침을 먼저 먹어야 한다는 엄마의 말 앞에 눈물 투쟁을 벌인 아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걸 얻어낸다. 이런 식이다. 마음이 약한 엄마와, 엄마가 자신의 눈물에 약하다는 걸 아는 겨우 여섯 살 아들의 싸움은 아들의 승리이기가 십상이다. 한 마디 해서는 엄마 말을 듣지도 않는다. 층간 소음이 민감한 엄마는 장난감을 두드리고 노는 윤이에게 그만하라 하지만, 결국 엄마의 목소리가 하이데시벨에 이르러서야 놀던 것을 멈춘다. 

엄마들에게 아들을 이해할 수 없는 존재이다. 가방, 일기장, 핸드폰까지 뭐든 챙겨주지 않으면 안 되는 부족한 존재이며,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대상이다. 그것뿐이 아니다. 도대체 엄마 말을 들어먹지를 않는다. 엄마들은 입을 모아 아들을 한 마디로 정의 내린다. 개 중에 이른바 ‘악마견’이라 불리는 '비글'이라고.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애초에 아들은 엄마의 말을 알아먹지 못하게 태어난 '하등'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니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가정 버전'을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저 내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틀에 아이를 무조건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화성에서 온 아들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 편

전문가들은 엄마 역시 '여성'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여성과 남성이 존재로서 반응하고, 살아가는 방식에 많은 차이가 있음을 엄마들이 조금 더 이해심을 가지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한다. 

우선 지적하는 부분은 뇌량의 차이이다. 아들들은 흔히 엄마들이 하는 ‘밥 먹고 들어가서 문제 풀고 책가방 싸고 독서해’라는 식의 지시를 수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딸들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신경 다발인 뇌량이 넓어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수용하기 쉬운 데 반해, 아들들은 가늘고 길어 한꺼번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이른바 '멀티'가 어렵다고 한다. 

또한 대뇌피질의 성격 자체가 아예 다르다. 남성이 공간지각능력이 뛰어나 논리적인 접근이 쉬운 반면, 여성이 언어적 학습적 능력이 뛰어난 공감적 반응에 있어 우수한 차이를 낳게 된다는 것이다. 

다큐는 이런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실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초등학생 남학생과 여학생 각각 3명씩 총 6명의 그룹이 문래동의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함께 떠난다. 선생님과 함께 떠난 길, 선생님은 계속 아이들의 주의를 흐트러뜨리기 위해 주변에 관심을 돌리며 종착지에 도착하고, 거기서부터 남자아이들 그룹과 여자아이들 그룹으로 나뉘어 출발지를 찾아가도록 한다.

물론 남자아이들도, 여자아이들도 원래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 방식이 판이하다. 여자아이들이 출발과 동시에 자신이 어떤 길로 왔는지 헷갈려 하며 이 길 저 길을 찾아보며 도착지에 도착하는 것과 달리, 남자아이들은 자신이 왔던 길을 정확하게 기억해내며 쉽사리 출발지에 도착한다. 

공간감각능력, 공간지각능력이 높은 남자아이들에게 유리한 미션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길을 잘 찾는 게 아니라, 왜 잘 찾는가를 다큐는 짚는다. 남자아이들은 주변환경에 대해 '시각'으로 지각을 하기에 길찾기에 여자아이들보다 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는 과정에 있었던 풍경에 대한 기억도 훨씬 상세하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청각'적 자극에 더 예민하다. 오는 과정에 친구와 통화했던 내용에 대해 남자아이들이 무심하게 반응한 것과 달리, 여자아이들은 그 세세한 내용과 함께 선생님의 감정적 상태까지 기억한다. 언어적 공감 능력이 좋은 결과물이다. 

그러기에 전문가는 말한다. 남자아이들은 청각적 예민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대화의 상호작용도 떨어지고 흔히 엄마들이 말하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는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는 연속적으로 이야기하지만 그게 한 번에 접수되지 않고, 결국 마지막에 엄마가 '감정적'으로 폭발할 상황에서야 메시지가 전달되며 '엄마가 나를 미워하나?'라는 오해를 사기가 십상이란다.

훈육? 소통이 먼저다

SBS 스페셜 ‘속 터지는 엄마 억울한 아들’ 편

<SBS 스페셜>은 '엄마 수업'을 통해 나와 다른 특성을 지닌 아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흔히 아들이니 무조건 신체적 놀이만 하면 되겠지 하는 엄마에게 신체놀이와 대화놀이의 균형을 제시하고, 무엇보다 놀이 과정에서의 ‘대화와 소통’에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한다. 

또한 규칙을 따르는 것에 익숙한 남자아이들에게 규칙을 세분화하여 미리 정하고 협상을 통해 갈등을 줄여나갈 것을 제시힌다. 그리고 산만하다 한탄하기에 앞서 '시각적 자극'에 취약한 남자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시각적 유혹의 여지를 줄여나갈 것을 요구한다. 

다큐가 제시한 지침을 따른 앞서 '문제의 가정'들은 한결 평화롭고 행복한 모자 관계의 단초를 마련한다. 하지만 어디 가정뿐일까?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 특히 초등학교 역시 여자 선생님들이 대부분인 상황. 그곳에서 남자아이들은 처지는 다르지만 산만하고 말 안 듣는, 문제아가 되기 십상이다. 속 터지는 건 엄마만이 아니라, 사실은 많은 여자 선생님들이 당면한 문제이기도 하다. 

멀쩡한 남자아이들을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문제아’로 규정 짓는 사회. 어쩌면 이런 여성과 남성에 대한 오해는 결국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많은 ‘젠더 갈등’의 단초가 되었을 수 있다.

또한 한참 뛰어놀 아이들을 시간에 맞춰 학원에 보내느라 다그쳐야 하는 환경은 어떨까? 친구랑 놀고 싶다는 아이의 눈물은 그저 '떼'로만 보이지 않았다. 한참 놀이터에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아파트 방안에서 복닥거려야 하는 상황은? 거기에 더해 출연한 엄마의 말처럼, 남의 아이는 몰라도 '내 아이는 달라야 한다'는, 혹은 내 아이는 당연히 내 통제 아래 있어야 한다는, 오늘날 우리 사회 엄마들의 ‘강박’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아이가 혹여 학교에 준비물이라도 안 챙겨갈까, 자는 아이의 머리맡에서 시간표를 챙기고 연필을 깎고 핸드폰을 무음으로 만드는 그 상황은 그저 내 아이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고만 넘겨야 하는 것일까? 

<SBS 스페셜>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졌다. 엄마가 원하는 건 소통일까, 엄마 말을 잘 듣는 아이일까? '엄마 수업'의 목표는 나와 다른 아이에 대한 이해일까? 엄마 말에 따라 문제도 성실하게 푸는, 공부 잘하는 아이일까? 규격에 맞추어지지 않는 여전한 '본성'을 가진 남성적 젠더의 아이들을 아파트 숲의 환경에서 잘 길들이는 방식을 가르치는 게 목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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