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장외투쟁'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이 같은 행보는 '장외투쟁의 추억'에서 비롯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5월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벌이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당시와 현재의 상황이 다르다. 오히려 정치권의 공적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8일 황교안 대표는 '가열찬 투쟁으로 대한민국을 지키겠습니다!' 입장문을 발표해 '장외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앞으로 저와 우리 당은 장외투쟁, 원내투쟁, 정책투쟁의 3대 투쟁을 힘차게 병행해 나가겠다"며 "국민과 함께 거리에서 투쟁하면서도, 이 정권의 실정을 파헤치는 국회 활동 또한 강력하게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황교안 대표는 "국민의 경고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오는 24일 광화문에서 구국집회를 열겠다"며 "이 정권의 국정파탄과 인사농단을 규탄하는 '대한민국 살리기 집회'"라고 했다. 황 대표는 "이 정권이 좌파폭정을 중단하는 그날까지, 우리 당은 국민과 함게 하는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장외투쟁으로 국민의 분노를 모아 나가겠다. 확실한 원내투쟁으로 이 정권의 실정을 파헤치겠다. 정책투쟁으로 대한민국의 새 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4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문재인 STOP(멈춤), 국민이 심판합니다!'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은 최근 지지율 하락을 만회해보려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황 대표가 지난 패스트트랙 국면에서 장외투쟁을 벌이던 지난 5월, 지지율 상승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장외투쟁의 추억'인 셈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5월 2주차 25%까지 올랐던 한국당 지지율은 8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18%까지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KBS가 8·15 광복절을 맞아 내놓은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황교안 대표 지지율은 10.4%에 그쳐 20.7%를 나타낸 이낙연 국무총리에 크게 뒤졌다. 5월 조사에서는 황 대표가 17.6%의 지지율로 14.7%의 이 총리를 앞섰었다.

그러나 지난 5월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벌이던 당시의 정치적 상황과 현재의 상황은 차이가 있다.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5월 한국당의 장외투쟁 당시에는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50% 연동률을 적용한 선거제 개편안 패스트트랙 지정을 시도했고, 한국당은 이를 '독재 시도'라고 주장했다. 선거제 개편의 당위성을 떠나, 게임의 룰은 여야 합의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고, 연동형 비례제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는 황교안 대표가 장외투쟁에 나설 이렇다 할 요소가 없어 보인다.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정치권도 협력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한참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할 때 한국갤럽을 기준으로 지지율 25%를 넘나들고, 황교안 대표의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도 높았다"며 "(황 대표가 장외투쟁을 하려는 이유가) 장외투쟁의 추억 때문인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과 각을 세울 때 한국당이 부각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엄경영 소장은 "5월과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며 "당시에는 당 대표 취임 초기라 기대감이 있었다.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엄 소장은 "다른 정당들이 한국당의 장외투쟁을 기회로 보고 한국당 때리기에 나설 수도 있다"며 "한국당 지지율이 바른미래당 등 제3지대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고 잔망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황교안 대표의 장외투쟁 선언에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1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국회 안에서는 인사청문회 날짜도 잡지 않고 국회 밖에서 장외투쟁에만 골몰하겠다는 것이 진정한 실상"이라며 "오직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국론 분열을 유발해 정권을 흔들겠다는 생각으로 보인다. 공당의 눈에 민생과 안보는 없고 국정 실패를 유도해 반사이익을 노리고 지지층만 결집하겠다는 행태는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명분 없는 장외투쟁은 구태정치의 표본"이라며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거리 투쟁 이외에 다른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대안정치연대 소속 박지원 의원은 "국민 정서에 맞지 않고 정치적 명분도 없는 뜬금 없고 생뚱맞은 일"이라며 "경제 민생 문제도 어렵고 일본, 북한 문제도 복잡한데 우리가 홍콩도 아니고 왜 장외투쟁을 한다는 건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격'"이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광복절을 하루 앞둔 대국민담화에서 '특단의 대책'을 강조해 혹시나 제1야당의 책임 있는 행보가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역시나였다"며 "특단의 대책이라는 게 결국 황교안 대표의 대권 놀음을 위한 장외투쟁이라니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국가적 위기가 산적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명분 없는 장외투쟁을 다시 감행한다면, 다시는 국회에 돌아오기 힘들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전날 바른미래당도 이종철 대변인 논평을 통해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 천명은 국민들의 공감과 감흥을 얻기 어렵다"며 "자유한국당은 국회 안에서는 국정 견제가 안 되겠으면 무작정 장외투쟁이 아니라, 그 한계를 국민들이 직접 느끼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허구한 날 국민 인식과 반대로 가는 '엉뚱한 사고'나 치지 말고, 차라리 그 열정이면 피가 나도록 제 살 도려내고 혁신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인용된 한국갤럽 8월 2주차 여론조사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집전화 보완)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KBS 여론조사는 한국리서치가 지난 13일부터 14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유선 207명, 무선 793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16.9%,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p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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