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스포츠에 정치는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뜨거운 이슈라도 스포츠 그라운드 내에서는 엄히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 자체는 그럴지 몰라도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많은 경우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고 있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일 년 후로 다가온 2020년 도쿄 올림픽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도쿄 올림픽의 슬로건은 ‘재건과 부흥’이다. 부자 나라인 일본이 개최하는 올림픽치고는 상당히 낡은 감이 없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후쿠시마에 있다. 8년 전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 특히 아베 정권의 매우 아픈 지점이다. 아베는 수시로 자신은 후쿠시만 산 물과 음식을 먹는다고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하다는 데이터는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식재료로 올림픽 선수들에게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의심을 넘어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도쿄 올림픽 방사능 보도는 안전한가?’ 편

선수들도 우리 국민이며, 국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 방사능 문제에 대해 한국 언론의 입장은 또 갈린다. 만에 하나 2020년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훗날 방사능으로 인한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겠는가. 아마도 현재 올림픽 보이콧을 비판하는 언론들은 자신들의 주장은 덮은 채 현 정부를 탓할 것이 눈에 보듯 선하다. 물론 보이콧부터 언급하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보이콧이라는 결론을 내놓기 전에 일본 정부로부터 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과 해당 도시의 방사능 실태에 대한 정보를 끈질기게 요구해야 한다. 당연히 일본 자체의 조사가 아닌 국제적으로 공인된 자료여야 하는 것도 빠뜨릴 수 없는 조건이다.

그러나 KBS <저널리즘 토크쇼 J>에 출연한 KBS 이은정 기자는 일본 정부 “안전하냐고 물어도 데이터를 주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일본이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이와 같은 심각한 문제를 숨길 수 있는 것은 방사능 문제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아직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일부 제기되는 도쿄 올림픽 보이콧도 한국 홀로 감행하기는 어렵다. 국제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도쿄 올림픽 방사능 보도는 안전한가?’ 편

도쿄 올림픽이 안고 있는 방사능 문제에 대해 국제 여론이 잠잠한 이유는 의문이지만, 일단 우리나라로서는 올림픽 출전 선수와 코치 등 선수단의 안전을 지켜야 하기에 이 문제는 끈질기게 요구해야 한다. 올림픽 보이콧까지 가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는 야구, 소프트볼 등 우리나라 선수들이 출전하는 종목의 경기장을 변경하는 수준의 조치는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 여론이 먼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이 지점에 있다. 일본과의 갈등 그리고 일본 불매운동에 있어서 우리 언론은 현격한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방사능 올림픽 보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JTBC, KBS 등이 도쿄 올림픽의 방사능 문제를 심층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반면, 종이신문 특히 보수언론들은 오히려 방사능 우려를 배척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도쿄 올림픽 방사능 보도는 안전한가?’ 편

또한 언론은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 계획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한일 간의 갈등 문제와 결부시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 언론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준희 교수는 방사능 이슈 즉 안전 문제를 정치 도구로 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한일 갈등의 국면 속에서 다소 늦게 제기된 문제이어서 그런 시각을 갖는 것이 전혀 무리는 아니겠지만, 방사능 안전 문제를 정치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태도는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방송 제목을 “도쿄 올림픽 방사능 보도는 안전한가”로 정한 이유가 설명된다. 도쿄 올림픽의 안전 문제만이 아니라 이를 보도하는 ‘언론’이 안전하지 않다는 역설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과의 갈등에서도, 도쿄 올림픽의 안전에 대해서도 보수언론이 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는 것은 무엇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또한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에 대한 정부 대응을 정치적 잣대에 가두는 것 역시 위험하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키는 것이 국가이다. 언론 또한 같아야 하지 않겠는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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