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류현진이 목 부상으로 한 차례 등판을 거른 후 나선 경기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한 번의 휴식이 류현진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일부에서는 이 부상 휴식으로 인해 좋았던 페이스가 꺾이는 것은 아닌가 우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교불가 류현진, 사이영상 도전자가 보이지 않는다

슈어저는 미국 현지 기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로, 전반기 류현진보다 사이영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되었다. 하지만 과부하는 결과적으로 부상으로 이어져 제대로 활약을 하지 못하는 이유가 되었다. 부상 이후 복귀전에서 형편없는 투구를 했고, 이후에도 몸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류현진 역시 슈어저처럼 부상 후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류현진은 그저 류현진이었다. 비교불가 류현진의 투구에 거칠 것이 없었다. 더욱 다저스 홈에서는 극강의 모습을 보여왔던 류현진에게 애리조나 등 어느 팀이든 큰 부담 없이 던질 수 있을 정도였다.

류현진의 괴력투 [USA 투데이/로이터=연합뉴스]

류현진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5피 안타 1 볼넷 4 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12승을 올렸다. 7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상대를 막아내며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12승 2패라는 엄청난 기록에 더욱 놀라운 것은 시즌 평균자책점이 종전 1.53에서 1.45까지 낮아졌다는 것이다.

상대가 없다.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하며 방어율을 급등하게 했던 콜로라도 로키즈와 재대결에서 류현진의 완벽한 복수전을 보였다. 7 실점을 하며 방어율 급등과 함께 사이영상도 날아갈 것처럼 떠들던 현지 언론들이었지만 다시 찾은 콜로라도에서 완벽하게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팀 수비가 조금만 도움을 줬다면 류현진의 올 시즌 20승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전반기 아쉬웠던 경기들이 많았듯, 후반기가 시작된 후에도 승리의 여신은 류현진에게 쉽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가정이지만 만약 실책 등으로 놓친 승리를 다 챙겼다면 이미 15승 이상은 충분히 하고 있을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다저스 내야진의 잦은 실책은 아쉽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한 투구를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그 꾸준함은 바로 방어율이 증명하고 있다.

(이미지자료=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유일의 1점대 방어율을 유지하고 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한다는 선수들이 모두 모인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다. 그곳에서 투수가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몇 년에 한 번씩 나올까 말까 할 정도로 어려운 기록이다.

올 시즌 타고투저가 심각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공인구 반발력으로 인해 역대급 홈런이 나오고 있다는 상황에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는 것은 경이롭다. 다저스 살아있는 전설과 역사라 부를 수 있는 커쇼와 쿠펙스의 기록마저 넘어서고 있다는 점에서 경이롭다.

"압도적이라는 표현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는 것도 있지만, 실점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긴 이닝을 던지는 것도 중요하다. 오늘 그는 강한 타구를 허용하지 않았다. 내야수들이 아웃을 처리하게 만들었다. 그도 필요할 때는 헛스윙을 유도할 수 있는 선수다. 상대 타선이 특히 더 공격적으로 나설 때는 범타가 나오게 만들고 있다. 효율적으로 투구하는 것, 그것이 그의 야구 감각이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이 경기가 끝난 후 류현진을 평가한 내용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60km가 넘는 속도의 공을 던지는 투수들도 많다. 관중이 환호하는, 스트라이크를 많이 잡아내는 투수들도 많다. 하지만 팀으로서는 실점을 최소화하고, 수비를 하는 선수들이 편하고 빠르게 이닝이 전환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국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1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홈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를 올린 류현진(32)의 투구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류현진은 엄청나게 빠른 공으로 두 자릿수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는 투수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평범하다고 할 수도 있는 구속이지만 상대 타자들이 공략하지 못한다. 다양한 구질을 완벽하게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커맨드가 있다. 그게 바로 류현진이다.

타자들과 수 싸움에 능하다. 이는 야구 감각과 지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상대도 선발 투수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경기에 나선다. 상대 팀들은 투수의 작은 습관이라도 모두 잡아내 공략한다. 철저하게 분석된 상태에서 경기를 한다. 그런 점에서 매 경기 쉬운 경기가 있을 수 없다.

분석을 하고 나와도 류현진을 공략하기 어려워한다. 이는 익숙한 패턴이 아니라 그날 상대하는 타자들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적응력이 뛰어나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직접 마운드에서 접하는 타자들의 상황에 따라 구질을 바꾸는 상황에서 사전에 준비한 지식은 무의미해진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핀 포인트 제구력이다. 포수가 원하는 어떤 곳에도 류현진이 가진 구질 모두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실투 하나로 경기에서 패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실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통틀어 가장 실수가 적은 투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코리 시거와 손바닥 부딪히는 류현진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류현진의 평균자책점 1.45는 라이브볼 시대에 22경기 이상 선발 등판한 선수 가운데 5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평가되었다. 가장 위에 올려진 인물은 1968년 밥 깁슨이 0.96이다. 어쩌면 이 기록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깨기 어려운 마의 기록일 것이다.

1968년 루이스 티안트 1.25, 1971년 비다 블루 1.42, 2005년 로저 클레멘스가 1.45(1.450)로 4위, 류현진은 1.45(1.451)로 5위에 올랐다. 시즌이 끝나야만 그 기록이 완성된다. 하지만 현시점까지 류현진의 기록이 역사적으로 위대한 투수들의 기록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미국에서 지난해 사이영 상을 받은 메츠의 디그롬이 류현진과 경쟁할 수 있는 존재라고 언급되고 있다. 그 이유로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0.9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은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0.57을 기록 중이다. 비교 대상으로 내세웠지만 류현진이 월등하다. 비교 불가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류현진이 갑작스럽게 부진에 빠지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방어율이 소폭 상승할 가능성도 있지만 역으로 그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현재 체력적인 문제가 없고, 부상도 잔 부상 정도만 있을 뿐 경기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철저하게 준비한 만큼 올 시즌 류현진의 기록은 점점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다. 사이영상 그 이상도 기대할 수 있는 류현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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