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와 민주노총의 대화가 결국 무산됐다. 생색내기 하듯, 울며 겨자 먹기로 민주노총과 만나기로 한 이명박 당선자는 ‘민주노총 위원장의 종로경찰서 사전 출두 조사’를 핑계로 29일 예정된 민주노총 이석행 위원장과 산별대표자와의 면담을 파기했다.

지난 1월 초 인수위의 제안으로 시작된 민주노총과 이명박 당선자의 대화는 1월 25일 인수위에서 이석행 위원장의 종로경찰서 출석 조사 요구로 우역곡절을 겪다 28일 오전 인수위팀장이 ‘위원장이 출두조사 받지 않으면 당선자의 민주노총 방문은 불가하다’고 통보함에 따라 무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이번 민주노총과의 대화 파기가 그동안 우려했던 ‘민주노조운동의 고립과 배제 전략’의 시작으로 판단하며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이명박 당선자가 지난 23일 한국노총을 방문하여서는 ‘여러분의 덕분에 큰 표차로 당선될 수 있었다’며 총선에서 한국노총 지분을 직접 챙겨주는 모습을 똑똑히 목격하였다. 노동조합 원칙을 배신하든 말든, 비정규노동자들의 외침을 외면하든 말든, 사회 공공성과 양극화에 대해 관심 갖든 말든 이명박 당선자에게는 ‘자신의 뜻을 충실히 따르는 자’들만이 존재할 뿐이다.

이명박 당선자는 대통령선거 이후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위해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천박한 시장주의자의 면모를 부끄럼없이 드러냈다. 온 국민이 재벌들의 범죄에 대해 ‘성역없는 수사’를 외칠 때 ‘품격있는 수사’를 주장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추운 겨울을 길거리에서 헤맬 때에도 ‘떼쓴다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며 어린아이 취급하였다. 이명박 당선자의 ‘품격높은’ 노동철학과 노사관에 대해 우리가 가타부타, 왈가불가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번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파기한 이유가 민주노총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 지원’, ‘한미FTA 저지 투쟁’ 등 민주노총이 민주노조운동의 원칙과 정신을 버리지 않은 것에 대한 보복이라면 이명박 당선자의 정신연령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민주노총을 무시하든 말든, 법과 원칙을 이야기 하든 말든, 민주노총은 한시도 소외받고 탄압당하는 노동자와 민중편에 서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삼척동자도 모두 아는 분명한 이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언론노조는 오늘의 이 모욕을 가슴깊이 새기며 2008년 한해, 언론공공성 강화의 의지를 다짐한다. 그 한편에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하며, 또 한 쪽에는 사랑하는 민중들의 지지의 눈빛이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08년 1월 28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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