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하게 시장을 약탈해 온 두 족벌신문의 가증스런 돈 놀음

방상훈과 홍석현.

우리나라 대표적인 언론족벌 2세 사주 겸 최고 경영자이자 라이벌이다. 2세 족벌언론 사주 겸 경영자를 굳이 한 사람 더 보태라면, 한국일보 장재구 대표이사 회장이 될 것이다.

▲ 방상훈(左), 홍석현(右)
세 사람은 나이도 비슷하다. 개명(改名)하기 전까지 방갑중으로 불렸던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은 1948년생이고, 홍석현 중앙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한 살이 작은 1949년생이다. 장재구 한국일보 대표이사 회장은 1947년생이다. 세 사람 모두 서로 너무나 잘 아는 사이다. 서로에 대해 잘 알 뿐만 아니라 상대방 집안 내력까지 꿰뚫고 있으므로 라이벌 의식이 강할 수도 있다. 게다가 서로가 상대보다 더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일보는 워크아웃 즉 ‘은행관리’에서 간신히 벗어나긴 했으나,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가까운 장래에 앞의 두 신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세 사람의 족벌언론 2세 라이벌 중에서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은 논외로 하고, 방상훈과 홍석현 두 라이벌의 신경전과 이들이 한국 신문(시장)과 언론에 끼치는 폐악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중앙일보 25일 구독료 월 3천원 인상 발표

지난 25일 홍석현의 중앙일보는 사고(社告)를 통해 오는 2월부터 월 구독료를 1만2천원에서 1만5천원으로 3천원 인상한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신문 가판대 판매 가격도 한 부에 5백원에서 6백원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사고에서 "지난 6년 간 독자의 부담을 가능한 한 덜어드리기 위해 물가가 올라도 가격인상 요인을 경영합리화와 내실경영을 통해 흡수해 왔다"며 "그러나 그동안 신문 원·부자재 값과 인쇄비·배달비 등이 오르면서 구독료가 제작원가에 훨씬 못 미치고 있어 불가피하게 2002년 이후 동결해 왔던 구독료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인상 요인을 설명했다.

아마 이 발표로 가장 속이 쓰리고, 뒤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사람이 방상훈 조선일보 대표이사 사장일 것이다. 이미 4년 전에도 방 사장은 홍 회장에게 뒤통수를 한 번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4년 전에는 방상훈이 선수 치다 홍석현에 뒤통수 맞아

4년여 전에는 선수(先手)를 친 사람이 방상훈이었다. 위 중앙일보 사고의 뒷 부분에 나오는 내용과 똑같은 이유를 내세워 조선일보는 구독료를 월 1만2천원에서 1만4천원으로 2천원 올린다고 2003년 11월 발표했다.

당시 동아, 중앙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을 것으로 생각했을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입장에서는 제작비 인상 등에 따른 경영 수지 방어를 위해 구독료를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방상훈 사장이 어떤 사람인가? 죽기 아니면 살기나 다름없는 치열한 신문시장에서 상대 신문사의 예상되는 대응책을 고려하지 않고 먼저 구독료를 독자적으로 올릴 정도로 방 사장은 무모하거나 뱃심이 두둑할 정도는 아닐 듯 싶다.

방 사장은 사전에 홍 회장을 만나 날로 악화하는 신문수입 구조를 걱정하면서 구독료를 올리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타진했을 것이고,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담합 판정을 피하기 위해 한 두달 뒤에 중앙일보도 구독료를 따라 올리겠다는 약속을 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의 눈을 피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지 않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04년 1월 16일 중앙 구독료 인하, 4일 뒤 조선은 4천원 도로 내려

정확하게 두 달 정도 고민하던 홍석현의 중앙일보는 2004년 1월 16일 구독료를 2천원 따라 올리기는커녕, 월 1만원으로 2천원 내린다고 전격 발표한다. 물론 독자들이 구독료를 온라인을 통해 자동납부할 경우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전국의 모든 지국에서 구독료를 2천원 내린 바 있다.

방상훈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구독료 차이가 1만 4천원과 1만원으로 4천원이나 차이가 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족벌신문들의 경우 품질의 차이가 거의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월 구독료 4천원 차이는 장난이 아니다. 당장 지국과 판매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아우성 정도가 아니었다.

방상훈은 고민한다.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별화 정책을 밀고 갈 것인가? 아니면, 체면이고 뭐고 따지지 않고 구독료를 1만4천원에서 1만원으로 4천원 도로 내릴 것인가?

정확하게 4일 동안 고민하다, 2004년 1월 20일 방상훈의 조선일보는 구독료를 1만 4천원에서 중앙일보와 같은 1만원으로 4천원 내린다고 발표한다.

▲ 조선일보,중앙일보 CI
덤핑 경쟁의 길을 택한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시장과 신문의 제조원가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구독료 1만4천원을 고수했어야 옳다. 그러나 돈 놓고 돈 먹기 식으로,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인 판촉 경쟁을 벌이는 중앙일보에 사실상 손을 든 것이다.

이제 중앙일보의 구독료 인상에 대해 방상훈의 조선일보는 어떻게 할까?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조선일보가 거꾸로 구독료를 2-3천원 내릴 것인가? 아니면 몇 달 뒤에 구독료를 따라 올릴 것인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신문 광고 시장과 경영 수지 전망으로 볼 때, 방상훈 사장이 구독료를 내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구독료 문제에서도 족벌신문들의 거짓말과 뻔뻔함 그대로 드러나

다른 것도 그렇지만, 신문 구독료를 둘러싼 신경전에서도 우리나라 족벌신문들의 특징인 ‘거짓말과 뻔뻔함과 집요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신문 구독료는 인상해야 한다. 아니 벌써 오랜 전에 인상했어야 한다. 순전히 제조원가만 고려한다면 신문 구독료는 단계적으로 최소한 월 2만까지는 인상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가 25일자 사고(社告)를 통해 밝힌 구독료 인상 이유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럴싸하게 들릴 수도 있다. “지난 6년 간 독자의 부담을 가능한 한 덜어드리기 위해 물가가 올라도 가격인상 요인을 경영합리화와 내실경영을 통해 흡수해 왔다.”

그러나 실상을 알고 보면, 중앙일보의 이 사고 내용은 철저한 기만과 사술(邪術)에 불과하다. 6년 전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는 구독료와 치솟는 제조원가의 차이를, 중앙일보가 주장하는 것처럼, 경영합리화나 내실 경영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조원가와 구독료 차이가 1-2천원 정도면 모르겠다. 신문 판매와 영업에 따른 (영업)손실을 광고 매출로 어느 정도 매꿀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제조원가와 구독료 차이가 한 달에 4천원 이상으로 벌어지면 버틸 재간이 없다. 광고 수입으로 버티는데도 한계가 있다.

홍석현의 중앙일보, 시장에서 약자 몰아낸 뒤 가격 올리는 삼성 방식 답습

그런 중앙일보가 4년여 전 조선일보가 구독료를 2천원 올릴 때는 왜 뒤따라 올리지 않다가 이제 와서 선수(先手) 아닌 선수를 치는 걸까?

대답은 간단하다. 홍석현이 4년 전에는 돈 싸움에 자신이 있었고, 출혈 경쟁을 하다 보니 지금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방상훈의 조선일보, 선택의 여지는 없어 결국 구독료 따라 올릴 것

결국 중앙일보는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불법적인 경품과 무가지 살포를 통해 다른 신문들을 사실상 고사시킨 다음에, 시장을 지배하고 나서 구독료를 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상훈의 조선일보가 어떻게 대응할지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두 번씩이나 홍석현에게 뒤통수를 맞아 자존심은 상하지만 두어달 뒤에, 아니면 그 전에 조선일보도 구독료 인상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난감한 것은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발행부수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신문들이다. 구독료를 올릴 수도 없고 안 올릴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진다.

그래서 진작부터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작은 신문들이 뭉쳐서 족벌신문들의 불법·탈법적인 판촉행위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라고 촉구하지 않았는가?

또 족벌신문과 마치 큰 전쟁이라도 치르는 것처럼 국민을 오도한 노무현 정부와 당국은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한심한 신문사에 한심한 정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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