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자유한국당을 비방하는 그래픽을 방송에 내보낸 KBS 뉴스9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을 통해 KBS의 보도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적용했다. 하지만 고의성이 없는 방송사고에 대해 명예훼손 조항 적용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8일 KBS 뉴스9은 18일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련 사이트를 소개하면서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는 동영상을 방송했다. 해당 동영상에는 '안사요', '안뽑아요', '안봐요' 등의 문구가 등장했는데 일장기 속 자유한국당, 조선일보 등의 로고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KBS 보도화면 갈무리

KBS는 "해당 동영상 파일에 포함됐던 특정 정당의 로고를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고의성이 없는 방송사고라는 해명이다. KBS는 홈페이지·유튜브 등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나 전광삼 방통심의위 상임위원(자유한국당 추천 인사)은 KBS 뉴스9에 긴급심의 요청을 했다. 긴급심의는 신속히 심의할 안건이 있을 때 방통심의위 위원이 직접 안건을 발의해 심의하는 절차를 뜻한다.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8일 KBS 뉴스9에 대해 의견진술 결정을 내렸다.

방통심의위가 KBS 뉴스9에 적용한 조항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9조 공정성, 제 14조 객관성, 제 20조 명예훼손 금지다. 명예훼손 금지 조항은 “방송은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의 명예를 훼손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방송사고는 KBS의 명백한 실수로 벌어진 일로 논란의 소지가 없다. 하지만 정당을 명예훼손 주체로 보는 방송심의가 누적된다면 향후 방통심의위가 정당 비판 보도에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정당에 대한 명예훼손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8월 방통심의위는 자유한국당이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터넷 게시글 200여 건을 삭제해 달라는 요청을 사실상 거부했다. 당시 이소영 위원은 “허위의 사실로 인한 명예훼손 등 명백한 고의성이 있지 않은 이상 민원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면서 “법원의 판결이나 확정적 판결의 증명이 되는 내용만 민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현행법상 정당도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순 있다”면서 “하지만 정당을 대상으로 방송 심의규정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적용하는 건 별개로 봐야 한다. KBS가 의도적으로 자유한국당을 비방한 것이 아니므로 명예훼손 조항을 소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KBS가 사용한 화면은 일반 네티즌이 만든 것”이라면서 “KBS는 단순 실수로 그 화면을 사용한 것이다. 일반 방송사고인데 명예훼손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명예훼손 조항 적용이 무리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언론중재법상 정당은 명예훼손 주체가 될 수 있다”면서 “자유한국당 본인들이 이의제기한 상태다. KBS의 실수라 할지라도 명예훼손 금지 조항 성립이 가능하다. 무리한 규정 적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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