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측이 한국정부가 배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 제안했던 한일 양국 기업의 출연금 안, 이른바 '1+1안'에 대해 청와대와의 협의가 없었다고 재차 밝혔다. "정부와 강제징용 피해자들 간 발표할 만한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다.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최봉태 변호사는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비서실장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과거형으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며 "청와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물밑 접촉을 한 적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자들과 충분한 의사소통이 돼 '합의할 정도로 소통을 했다'고 얘기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앞서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 '정부가 1+1안에 대해 피해자 의사를 확인했는가'라는 질문에 "피해자와 발표해도 될 수준의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 정도는 합의했다"고 답했다. 노 실장은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보듯 먼저 피해자의 수용이 전제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작년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이후 6~8개월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바로 피해자들을 설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월 19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재 해결 방안을 일본에 제안했다. 이른바 '1+1안'으로 불리는 해당 안은 한일 양국 기업이 기금을 출연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안이다. 그러나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 모임은 즉각 정부안을 비판하는 입장을 냈다. '출연금'을 '판결금' 대신 지급받는 것을 전제로 한 문제해결 방식에는 피해자들과의 협의가 필요한데, 정부가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국회 운영위에서 관련 질의가 나왔고, 노 비서실장이 "합의가 있었다"고 답한 것인데 재차 강제징용 피해자 측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최 변호사는 "청와대 관계자 중 강제징용 재판에 참여했던 변호사가 있다. 그분을 통해 '피해자들의 의사가 많이 반영되지 않았겠는가'라고 (노 비서실장이)잘못 판단한 것 같다"며 "그런데 문제는 국회에서 답변을 하려고 하면 그 부분에 대해 확인을 해야 한다. 비서실장이 된 지 얼마 안 되니까 전 비서실장 때 과정도 한 번 확인해보고 답변을 하면 좋았을 텐데 다소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 비서실장이 그런 발언을 한 이상, 지금 이춘식 할아버지를 초대해서 그분의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노력부터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정부가 일본에 제안한 '1+1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안을 냈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우리 판결을 보면 일본 기업의 책임이 인정 돼 있으니 일본 기업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또 일본 기업의 법적 책임을 견인하기 위해서는 우리기업들의 솔선수범도 필요하다"며 "경제협력을 통해 성장한 우리기업들도 책임이 있다는 게 우리 사법부의 판단이다. 그런 현실적인 걸 고려해 1+1을 시작해 보자고 정부가 제안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안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