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일본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막기 위한 전방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사흘만에 소녀상 전시가 강제 중단되고, 독일에서 전시 중인 소녀상에 일본이 지속적인 철거 압박을 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일본 정부가 역사 왜곡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앞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는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 '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됐으나 일본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 등으로 3일만에 전시가 중단됐다. 소녀상이 전시됐던 기획전시회 제목은 '표현의 부자유, 그후'였다. 평화의 소녀상 등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전시되지 못해왔던 작품들을 모은 기획전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사태가 발생했다.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팜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혔다. (사진=연합뉴스)

김운성 작가는 5일 YTN라디오 '노영희의 출발새아침'과의 통화에서 이번 전시중단에 대해 "일본 정치인들의 개입, 특히 스가 관방장관이나 나고야 시장 등 정치인들의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났다. '표현의 부자유'라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트리인날레에 대한 보조금 교부 문제를 거론하며 압박했고,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소녀상 전시가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는 망언을 내뱉으며 전시 중단을 요구했다.

김 작가는 "일본 관람객들이 (해당 전시를)성숙하게, 아주 꼼꼼하게 하나하나 잘 살펴봤다. 일본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이 사람들이 알아간다고 느꼈다"며 "그런데 갑자기 일본 관람객에게 이런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차단된 것이다. 정치인들의 개입으로 문화예술이 통제된 것이고, 진실을 알리는 것 자체에 일본정치인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투쟁을 기록하고 기념하기 위한 의미로 세우게 됐는데, 내용 자체는 반일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으로 제작한 것"이라며 "할머님들이 계속 말씀하신 건 결국 '전쟁이 없고 평화를 가져와야 나 같은 피해자들이 안 생긴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아베 정권은 평화의 소녀상을 '국익을 해치는 반일의 상징'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녀상은 평화의 상징이며 이를 일본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게 김 작가가 전한 심경이다.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 압박은 일본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3일부터 독일 베를린 여성 예술가 전시관 '게독'에 전시된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작품 '평화의 소녀상'에 대해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은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합의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사실상의 전시 중단과 철거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되는데, 실제 일본의 요구로 소녀상이 철거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독일 브란덴부르크주에 위치한 나치 수용소 기념관은 시민단체 '코리아페어반트'가 선물한 10cm크기의 작은 소녀상을 전시했다가 일본 측 압박으로 소녀상을 철거했다.

한정화 코리아페어반트 대표는 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일본측의 압박에 대해 "독일 전체에 이러한 사례가 제가 아는 것만 해도 6개 이상 된다"며 "정말 납득이 안 가던 경우는 10cm밖에 안 되는 그 작은 소녀상에 대해 (일본대사관이)그 주 문화부에 연락을 해서 치워달라 해 결국 치웠다. 직접 압력을 넣는 게 아니라 상부에 연락해 밑으로 내려온다"고 일본의 전방위적 대응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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