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일본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러 갔던 국회 방일단이 사실상 문전박대 당하고 돌아오게 됐다. 애초에 약속날짜였던 31일에도 만나기 30분 전에 일방적으로 미루더니 결국 1일 자민당 간사장은 "급한 회의가 잡혔다"며 한국 방일단을 돌려보낸 것이다. 그동안 야당이 주장하던 정치적·외교적 노력이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게 됐을 뿐이다.

일본까지 찾아간 상대국 국회의원에게 망신을 준 것은 어쨌든 대단한 외교적 결례이고, 오만이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다는 점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돌아오는 국회 방일단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일본 언론들은 니카이 자민당 간사장이 한국 방일단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를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일 오전(현지시간)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철수를 기다리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그와 동시에 1일 태국 방콕에서 한일 외교부 장관 회담 역시 양국의 기존 입장차는 전혀 좁혀지지 않은 채 마쳤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간 간극이 상당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으로서는 한국에 대한 태도를 바꿀 의사가 현재로서는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우리나라를 향한 일본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며, 하루 앞으로 다가온 화이트 리스트 국가 제외도 강행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정도 녹록한 것은 아니다. 처음에는 “오래 못갈 것”이라며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을 가볍게 여기던 일본의 기업과 언론들의 태도가 점차 우려의 목소리로 바뀌어가고 있다. 특히 도쿄 등 대도시를 주로 찾는 타 국가 관광객과 달리 일본의 중소도시를 선호해온 한국 관광객들의 현저한 감소는 가뜩이나 어려운 일본 소도시들의 경제상황에 빠르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도시의 경우는 광광객의 증가와 감소가 경제 상황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 그러나 중소도시라면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보다 빠른 고령화 사회를 겪는 일본의 중소도시에 한국 관광객들은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였다. 일본 불매운동에 있어 가장 효과적인 것이 여행가지 않기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 도쿄(東京)를 찾은 무소속 서청원 의원(앞줄 왼쪽 두번째) 등 국회 방일단이 31일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민주평화당 조배숙·무소속 서청원·바른미래당 김동철·자유한국당 원유철·김광림 의원. (도쿄=연합뉴스)

일본을 찾은 한국 국회 방일단을 대하는 태도는 일본을 찾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찾게 한다.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꼽는 일본의 좋은 인상은 아마도 ‘오모테나시’일 것이다. 오모테나시란 일본 특유의 접대 방식이다. 진심이든 아니든 손님을 대하는 일본의 오모테나시는 일단 극진하다. 양국의 문제를 풀어보고자 굳이 방문한 외국 손님을 문전박대한 자민당의 태도는 일본의 오모테나시의 허상을 보여준 것이다.

믿든 곱든 대한민국 국회를 대표해서 찾아간 방일단을 홀대하고, 만나주지도 않은 무례와 오만은 용납할 수 없다. 이런 사건은 국회의원들이 현재 한일관계를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안일한 현실인식이 문제였지만 동시에 우리가 일본을 찾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알던 오모테나시는 이제 일본에 없다.

다만, 국회 방일단의 현재 한일 관계에 대한 판단이 잘못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만나서도 서로 할 말이 많지 않고, 만나주지 않을 것이라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도 굳이 방일을 강행해 문전박대 당하고 돌아온 것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일본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비판은 이제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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