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보수진영이 KBS를 정치에 이용하는 행태가 잇따라 벌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매개로 보수 세몰이를 시작한 가운데 수신료 거부 캠페인에 바른미래당까지 끌어들이려는 시도까지 나왔다.

지난달 30일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KBS 편파방송 싫어요', 'KBS는 전 국민이 사랑하는 공영방송입니다. 희망사항?'이라는 펫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한국당이 진행하고 있는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의 일환이다.

▲오세훈 전 시장. (사진=오세훈 페이스북)

한국당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K-수거(KBS수신거부) 챌린지'는 지목을 받은 사람이 'KBS 편파방송 싫어요'라는 펫말을 들고 사진을 찍어 인증하고, 다음 순서를 지목하는 방식이다. 오세훈 전 시장은 다음 인증 사진을 올릴 인물로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지목했다.

오세훈 전 시장이 오신환 원내대표를 지목한 것은 KBS를 매개로 '중도확장'을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 전 시장이 지목한 인사들 가운데는 바른정당으로 향했다 한국당으로 돌아온 박인숙 의원, 이명박 정부 정무수석을 지냈던 박형준 동아대 교수,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 소위 비박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오 전 시장은 "우리 당에서 '중도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분들이 생각이 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을 통합과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상상력"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오 원내대표는 "공영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그냥 무시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제가 KBS 수신료 분리고지 법안을 발의한 만큼 수신료 징수 시스템 개선에 매우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KBS 수신료 거부 챌린지는 박대출 한국당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지난달 18일 KBS가 일본제품 불매운동 사이트 '노노재팬'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이트에 걸린 '한국당 안뽑아요'라는 문구가 그대로 전파를 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 문제가 지적된 바 있다. 박 의원은 20대 전반기 국회 과방위 간사를 맡았고, 한국당 KBS 수신료 분리징수 특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박대출 의원이 지목한 인물은 황교안 대표, 최대현 전 MBC 아나운서, 강규형 전 KBS 이사, 배현진 전 MBC 아나운서였다. 최 전 아나운서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물이며 강 전 이사는 법인카드를 자신의 취미활동 등에 사용하는 등 유용해 해임됐다. 배 전 아나운서는 보수정권 시절 MBC의 메인뉴스 앵커였다.

황교안 대표는 오세훈 전 시장, 송희경 의원, 신보라 의원, 백선기 칠곡군수를 지목했고, 최대현 전 아나운서는 웹툰작가 윤서인씨를 비롯해 보수유튜버들을 대거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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