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MK스포츠가 소아암 환자 후원 명목으로 개최한 자선골프대회 수익금을 후원금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을 보도한 SBS는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영상에 담는 시도를 했다. 이 같은 SBS의 시도에 대해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과 신선한 시도라는 호평이 함께 나오고 있다. <스브스 CSI : 고강정>이라는 새로운 뉴스 포맷이다.

29일 SBS는 메인뉴스에서 <소아암 환자 돕겠다더니…MK스포츠 '수상한 골프대회'> 리포트를 방송했다. 매일경제 인터넷 매체인 매경닷컴이 40%의 지분을 갖고 있는 MK스포츠가 소아암 환자를 돕겠다며 자선골프 대회를 열었는데, 제대로 후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다. MK스포츠 골프행사와 후원 단체 등을 직접 찾아가 확인하는 과정이 담겼다.

▲29일자 SBS 리포트. (사진=SBS 보도 캡처)

내용과 별개로 보도의 형식을 두고 언론계에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먼저 적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SBS는 이번 보도 과정에서 취재 지시를 내리는 모습, 기자들끼리의 전화 통화, 기자가 알아본 내용을 선배에게 보고하는 내용 등을 영상으로 내보냈다. 이러한 구성이 리포트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분산시켰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해당 SBS 리포트의 길이(네이버 게재 영상 기준)는 앵커멘트를 포함해 6분 17초였다. 이 가운데 기자들이 아이템을 두고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선배기자가 후배기자에게 취재 지시를 내리는 내용이 1분30여초에 달한다. 기자들의 대화 내용을 지나치게 많이 포함시켜 리포트 자체의 본질이 다소 흐려진 면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간이 한정된 메인뉴스에서 6분 17초라는 큰 시간을 할애할 만한 내용이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29일자 SBS 리포트. (사진=SBS 보도 캡처)

일간지에 근무하는 A기자는 "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지만, 형식이 내용을 덮어버린 느낌이 든다"며 "아무리 형식을 자유롭게 하는 추세라고 해도 뉴스 수용자에게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했다.

경제지에 근무하는 B기자는 "탐사보도 형식으로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다고 생각하지만, 내용의 경중으로 보면 저런 형식까지 취해야 할 보도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경제지에 근무하는 C기자는 "보도에 왜 기자들이 나와서 취재 지시를 하고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는지 모르겠다"며 "기자들 얼굴 알리고 인지도를 높여서 시청층을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제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식상한 뉴스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면서 "그러나 문제점을 드러내는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기자들끼리 전화하고, 지시하고, 이동하고 이런 장면이 들어가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오히려 6분짜리를 나눠서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면 뉴스의 핵심 요소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새로운 보도 형식의 시도가 신선하다는 반응도 만만치 않다. 연성화된 뉴스로 시청자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평가다. 시청자의 주의를 환기시켜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29일자 SBS 리포트. (사진=SBS 보도 캡처)

방송매체에 근무하는 D기자는 "최근에 해외언론에서 유행하는 스타일의 보도형식"이라며 "화면을 분할해서 기자들이 통화하는 것을 보여준다든지, 빈 화면에 손동작을 하고 CG를 입힌다든지, 이런 것들은 꽤 혁신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D기자는 "CSI라고 해서 파일럿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잘 정착하면 좋은 브랜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너무 딱딱한 1분30초 리포트에 구애받지 않는 시도가 앞으로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간지에 근무하는 E기자는 "자칫 만담처럼 비춰질 여지는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냥 보도만 하는 것보다 주의환기를 통해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며 "보도의 본질을 흐릴만한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간지에 근무하는 F기자는 "상당히 신선한 리포트"라며 "기자들이 취재한 사건 내용을 브리핑하는 느낌도 있고, SBS가 좋은 시도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최근 방송뉴스의 트랜드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분석도 있다. 인터넷매체에 근무하는 G기자는 "원래 방송사들이 보통 1분30초를 리포트 길이로 생각하는데, 긴 리포트들이 생겨나고 있다"며 "SBS 끝까지 판다, MBC 바로 간다 등이 이러한 경우"라고 했다. G기자는 "방송사들이 다루는 아이템도 미디어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요즘 방송사 보도의 트랜드를 알 수 있는 사례"라고 밝혔다.

SBS가 자연스러운 취재 현장을 그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부 교수는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기존의 딱딱한 포맷을 넘어 세 기자의 논의 과정을 보여주고, 아이템 선정의 이유, 업무분장 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실제 진행 과정을 보여주고자 하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정 교수는 "다만 약간 작위적이다. 자연스럽게 취재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준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만든 느낌이 든다. 자연스러운 실제 상황인지는 모르겠다"며 "거칠어 보여도 날 것을 그대로 보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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