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박정훈 SBS 사장이 담화문을 통해 “노동조합의 관심은 ‘방송독립’ 보다는 경영권·인사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에 노조가 개입하려 한다”고 했다. 그러자 SBS본부는 성명을 통해 “사장 명의의 글이라고 보기엔 너무도 저열하고 수준이 낮다”고 쏘아붙였다.

박정훈 사장은 지난 26일 사원들에게 긴급 담화를 발표했다. 박정훈 사장은 담화문에서 SBS본부가 요구, 비판하고 있는 소유·경영 분리, 최상재 전 전략기획실장 보직해임 등을 반박했다. 사장이 노조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이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박정훈 사장은 “노동조합은 4월 1일 자 인사조직개편에 극렬히 반발하고 나섰다”면서 “(노동조합은) 본사와 콘텐츠허브의 이사회 구성을 문제 삼았지만 노조 출신 경영위원(최상재 전 실장)에 대한 보직변경이 주된 반발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훈 사장은 “노조는 대주주가 소유·경영 분리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한다”면서 “노조의 관심은 ‘방송독립’보다는 경영권·인사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했다.

박정훈 사장은 “대주주는 법에 따라 이사 임면권을 갖고 있고, 임명된 이사가 이사회를 통해 회사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시장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면서 “이를 부정하면 민영방송 체제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정훈 사장은 “윤창현 위원장은 여러 차례 대주주 교체를 언급했다”면서 “민영방송의 대주주 교체는 정부 승인 사안이다. 새로운 대주주를 찾는다고 해도 인수과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구조조정을 사원들이 감내할 수 있을지, 장밋빛 전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썼다.

박정훈 사장은 “이런 주장은 소유·경영 분리 요구가 아니라 회사의 인사권과 경영에 노조가 개입하려는 시도일 뿐”이라면서 “회사는 그동안 인내심을 갖고 노사 대화를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 이제 노조가 답할 차례”라고 공을 넘겼다.

이에 대해 SBS본부는 반박 형식의 <본부장 편지>를 발표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대주주 교체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태영건설 측이 먼저 가능성을 드러내 보였다”면서 “2017년 9월 11일 윤세영 명예회장은 ‘경영권 프리미엄 받고 SBS를 팔고 싶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실제 올해 상반기 M&A 시장에서 태영건설이 SBS를 팔기 위한 매각 실사 작업을 진행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박정훈 사장은 방송사 소유·경영 분리의 핵심이 방송 독립일 뿐 경영 독립은 아니라는 해괴한 주장을 늘어놓고 있다”면서 “이는 소유·경영 분리 선언을 멋대로 해석해 윤석민 회장의 경영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경영이 대주주로부터 제대로 독립되지 않으면 방송의 독립과 자율성이 결코 지켜질 수 없다”면서 “방송독립과 독립 경영 체제 확립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SBS 미래 생존의 절대적 명제”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최상재 전 실장 보직해임과 관련해) 노조 출신 임원의 보직해임이 문제가 아니라 독립 경영 원칙을 지키려던 인사를 법적 권한도 없는 윤석민 회장이 개입해 좌천시킨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면서 “박정훈 사장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왜 박정훈 사장과 측근들은 노동조합과 갈등을 해결할 생각은 안 하고 노조 대표자 실명을 거론하며 구성원을 겁주고 나섰냐”면서 “이는 박정훈 사장의 마음이 벌써 연임할 생각에 닿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박정훈 사장은 현재 경영위기 상황에 대해 가장 책임이 무거운 사람”이라면서 “지금 앞장서서 노동조합을 공격하는 모습에서, 회사의 미래는 어떻게 되든 또 한번 연임하고 싶다는 욕심만이 강하게 읽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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