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회만을 남기고 있는 <시크릿 가든>은 조금은 급 전개로 아쉽기는 했지만, 주원이 잃어버렸던 13년의 기억을 되찾고 행복한 결말을 위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을 옥죄던 죽음의 그림자에서도 벗어나며 진정한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주원은 과연 라임과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19회에 드러난 두 가지의 복선 과연 행복할까?

쉽게 돌아올 것 같지 않았던 주원의 기억은 갑자기 그를 찾아옵니다. 그가 자신의 죽음으로 라임을 살리려 한 것처럼 자신을 살렸던 라임의 아버지는 주원의 기억을 되찾게 하는 강력한 동기가 되었습니다. 결코 주원과 라임이 사랑하는 것을 볼 수 없는 주원 어머니의 거짓된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주원이 라임을 버릴 수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잃었던 기억 속에 라임을 진짜 좋아했는지 알 수 없는 주원의 도발 아닌 도발은 시청자마저 흥분하게 만들었습니다. 일관성 있는 주원은 21살의 열정과 야하기까지 해 라임을 당황스럽게까지 하지만 그마저도 행복하게 만드는 존재입니다.

손발이 오글거리게 만드는 주원과 라임의 닭살 행각들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그들은 라임이 다시 영화 촬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일순간 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도 했습니다. 물론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영화 촬영은 무산되었지만 그녀가 꿈꿔왔던 목표에 대한 아쉬움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순간순간 기억이 떠오르는 주원을 완벽하게 되돌려 놓은 것은 다름 아닌 주원 어머니의 한 마디였습니다. 그렇게 알고 싶지만 이야기해주지 않았던 자신을 도운 소방관이 바로 라임의 아버지이고 그는 현장에서 주원을 살리고 숨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순직한 소방관의 딸이 바로 라임이고 이런 사실을 안 라임은 이를 이용해 주원에게 접근했다는 말은 기억을 되살리지 못한 주원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했던 지독한 공포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단서는 감추었던 진실 앞에 다가서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내가 기억해내야 할 문제일거 같아. 그쪽이 날 철저하게 속였고 또 속이려고 한다면 난 속아주고 싶을 것 같거든"

이라는 주원의 대사에는 자신을 위해 숨진 고인을 위해서라면 라임이 어떤 마음으로 자신에게 접근했든 받아주고 싶다는 의미였습니다. 라임과의 기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인 4만 5천원과 청소기, 과일 바구니 등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은 기억이 사라진 주원에게는 너무나 미스터리하기만 합니다.

라임이 자신에게 남긴 '인어공주' 마지막을 각색한 글을 읽으며 모든 기억을 찾은 주원은 라임에게 영원한 사랑을 약속합니다. 두 번의 이마 키스를 통해 길라임 아버지의 당부까지 선물하는 주원은 아름다운 메신저였습니다.
13년 전 어린 21살의 주원이 겁나서 하지 못했던 그 마지막 당부를 전하며 자신이 왜 라임을 죽을 만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는 과정은 이 세상 그 어떤 프러포즈보다 감동스러웠습니다.

자신의 생명보다는 위기에 처한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버리는 희생정신을 보인 소방관은 자신이 죽음에 가까워졌음을 직감합니다. 자신을 위해 손을 내민 주원에게 곧 떨어질 엘리베이터에서 주원을 밀어내고 죽음을 선택한 그의 모습은 주원을 13년이라는 시간동안 힘들게 했던 기억이었습니다.

"일찍 못가서 미안하다고...사랑한다고..아빠가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전해줘"

어린 딸 라임에게 남긴 마지막 유언을 13년 전에 전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그 어둠 속에서 가두고 살았던 주원을 세상으로 이끈 것도 바로 죽은 소방관의 의지였고 이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 것은 남겨진 딸 라임이었습니다.

함께 라임의 아버지를 찾은 주원과 라임은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멋있는 프러포즈를 합니다. 평생을 길라임의 남자로 살겠다는 주원의 프러포즈에 감동하지 않을 여자가 어디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었습니다.

1. 인어공주 마지막을 각색한 주원

주원을 자신의 목숨까지 버리게 했던 '인어공주'의 마지막 문구는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요? 그동안 보여주었던 과정들을 보면 허투로 보기에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뒷부분은 마지막 결말에 의미 있는 복선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왕자는 이웃 나라 공주에게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며 파혼을 하고 인어공주에게 달려가지만, 인어공주는 물거품에 착안 공기방울 세탁기를 개발 재벌이 되었습니다. 한편, 묻지마 투자로 재산을 거덜 낸 왕자는 인어공주의 '김비서'가 되어 오래 오래. 진짜 오~래만 살았답니다'

라며 자신과 라임의 미래를 꿈꾸었습니다.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라임이 아닌 평범하게 살더라도 함께 살고 싶은 주원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 내용이 아닐 수 없지요. 재벌의 아들이라는 신분으로 라임을 사랑할 수 없다면 자신이 거지가 되고 그녀가 재벌이 되어 '김비서'처럼 굳은 일을 하더라도 그녀 곁에서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주원의 마음은 애틋하기까지 합니다.

이 대목은 주원의 모든 기억을 깨우는 키로 작용했으니 그 용도를 훌륭하게 마감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주원과 라임의 결혼을 승낙 할 수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버리고 라임을 선택하는 주원의 삶이 어떨까란 상상을 하게 하지요.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홀로서서 당당하게 세상과 맞서 싸우는 라임이 성공을 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라임을 선택한 주원은 '김비서'처럼 라임을 보필하며 진짜 오~래만 살 수도 있겠지요.

2. 꿈은 해피엔딩일까?

예지몽으로 그동안 다양한 복선들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던 라임의 친구 아영은 자신의 꿈이 모두 맞았다는 사실에 기쁨보다도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다름 아닌 자신이 꾸었던 꿈이 결코 좋아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지요.

"어떤 검고 높은 문 앞인데. 하얀 옷을 입은 아이 셋이 울고 있어. 되게 서럽게. 근데 한 쪽에서 사장님이 입을 막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고. 넌 막 소리를 지르고 있고"

이번 주 내내 회자되었던 길라임의 세쌍둥이 설을 뒷받침이라도 하는 듯한 아이 셋과 서럽게 우는 사장과 소리 지르는 라임의 모습은 여러 가지를 연상하게 합니다. 검고 높은 문은 많은 이들이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재벌가인 주원의 집일 가능성이 높지요.

아이를 낳아서 돌아온다고 해도 받아주지 않겠다는 주원 어머니의 말처럼 그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와 결혼해 살아가지만 여전히 자신들의 결혼을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아파하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주원이 어머니에게 자신의 선택을 이야기하며 이제 어머니의 아들이 아닌 라임의 남편으로 살겠다는 말은 이런 가능성을 농후하게 만들지요.

앞선 각색된 '인어공주' 이야기와 맞물려 그들이 어떤 미래일지를 예측하게 하는 대목들입니다. 19회 말에 다음 날 자신과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는 말은 할아버지를 찾아 자신의 결심을 이야기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하지요.

주원과 라임의 상황으로 인해 그들이 다시 영혼 체인지를 하는 것은 아닐까란 의문을 남기기도 하지요. 소리 내지 않고 우는 라임과 소리 잘 지르는 주원의 모습이 아영의 꿈에서는 반대로 나왔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주원이 만들었던 인어공주의 뒷이야기를 연결해 보면 그들의 사회적 지위가 바뀌며 역할 자체가 자연스럽게 변할 수도 있다는 예상도 하게 합니다.

재벌가의 특별한 남자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나온 주원이 일상적인 생활을 잘 할 수는 없습니다. 생활력 강한 라임이 그들 결혼 생활의 주도권을 가지고 역할마저 바뀐 일상의 평범한 삶을 산다면 자연스럽게 가장 주부가 된 주원과 왕성한 사회생활을 하는 라임의 성격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많은 설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시크릿 가든>은 로맨틱 코미디라는 점입니다. 황당하게 이런 형식적인 틀을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인공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도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김은숙 작가가 죽음으로 모든 것을 결론지을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재벌가에서 평범한 삶으로 추락 아닌 추락을 시킬 가능성은 있어도 둘 중의 하나가 죽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마지막 한 회와 스페셜을 통해 그동안 <시크릿 가든>을 사랑했던 시청자들과 마지막을 정리해야만 하지만 그 울림들은 상당히 오랜 시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두 달 동안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던 <시크릿 가든>은 웰 메이드 드라마가 어떤 것인지를 잘 보여주며 그 어느 때보다 추웠던 겨울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김은숙 작가가 마지막을 어떤 식으로 선택하든 그것마저도 <시크릿 가든>의 일부분일 수밖에는 없겠지요. 그 선택을 존중하며 마지막 한 회 어떤 이야기로 마무리할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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