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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KBS 때리며 '친일-반일' 구도 탈출 시도KBS에 대한 대응이 극단적인 이유…야당 역할은 물론 공천 둘러싼 혼란 여전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7.26 09:33

[미디어스] 여야 간에 쟁점이 될 만한 현안이 많은 요즘이다. 이를 반영하듯 보수야당은 정부 여당을 향한 연일 적대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면 러시아가 독도 상의 한국 영공을 침범한 사건이다.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은 영공 침범이 없었다는 것이지만 청와대는 러시아 무관의 발언을 근거로 러시아가 유감을 표명했다는 등의 설명을 내놓은 바 있다.

청와대가 섣부른 대응에 나섰다는 비판은 일리가 있다. 정부 여당은 러시아가 일관되지 못한 대응을 하고 있는 걸 비판하는 게 먼저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러시아로부터 전문이 접수됐음에도 국방부와 청와대 간에 손발이 맞지 않는 상황이 이어졌던 건 사실인 것 같다.

러시아의 행위가 동북아 정세를 크게 악화시키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이 청와대에 더 엄중한 대응을 촉구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그런 규정에는 큰 관심이 없어보인다. 자유한국당이 가장 큰 관심을 두는 것은 밖으로는 KBS에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고 안으로는 공천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자기 당 로고가 “안 뽑아요”란 문구와 함께 합성된 그림이 뉴스 화면에 비친 사건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선포하고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서 국회 청문회를 주장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KBS가 시사기획 창 태양광 복마전편 재방송을 불방시킨 사태를 놓고도 양승동 KBS 사장의 국회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로고를 부정적 맥락으로 전한 KBS의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명확하다. KBS도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이 정도 수위로 대응할 문제인지는 의문이다.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정도로 충분히 마무리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가? 이런 시각으로 보면 자유한국당의 과장된 대응은 KBS로부터 입은 피해를 스스로 적극적으로 구제하겠다는 차원보다는 정치적 대응의 성격이 더 커 보인다.

여기서 ‘정치적 대응’이란 크게 두 가지의 논리다. 첫째는 정권과 KBS 간의 유착 프레임을 만들고 이에 의한 ‘피해자’를 자처해 일반 국민이 갖는 언론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감에 편승하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이를 잘 이용해서 자신들에 대한 불리한 여론 형성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친일 대 반일 구도에서 빠져나가보겠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태도가 극단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에서 참석한 의원 및 당원들과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런 태도는 합리적인 정치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싶어하는 중간층에 어필하기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극단 행보가 국회에서의 타협을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은 추경예산안 처리 등에 협력하는 조건으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 차처리, 북한 목선 사건 관련 국정조사 등을 받아들일 것을 여당에 요구해왔다. 하지만 여기에 KBS 청문회와 국회 정개특위 제1소위원장 문제 등이 더해진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됐다. 이 ‘리스트’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어서 추경예산안 처리가 끝내 무산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을 풀기 위해서는 지도부의 결단이 필요하지만 오히려 공천 문제로 내부의 신경전이 벌어지면서 지도부의 리더십은 표류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선 다음 총선 대응을 두고 크게 두 가지 다른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첫째는 과감한 현역 물갈이를 통해 중도층의 지지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가 황교안 대표 등에게 보고했다는 공천혁신안의 내용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혁신안에는 정치신인에 가산점을 주고 탈당이나 경선 불복 등 전력자에게는 감점을 주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비박계는 탈당 전력이 공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친박계는 ‘물갈이’의 대상이 결국 영남 특히 대구경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다.

둘째는 지지층의 분열을 최소화 하기 위해 우리공화당 등의 극단적 견해를 가진 세력과 좀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을 비롯한 친박계 인사들이 우리공화당 측 인사들과 모여 식사를 하면서 연합공천 방안 등을 논했다는 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두고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페이스북을 통해 “2016년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사실상 친박계를 비판했다.

국회 국토위원장직을 쥐고 버티다 당권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은 박순자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40분간의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판한 것은 이런 상황이 코미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순자 의원 주장의 핵심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토위원장직에서 사임할 것을 종용하며 공천권을 수단으로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당권정지 6개월이란 징계는 부적절하다는 게 박순자 의원 주장의 핵심이다. 징계기간이 끝나면 내년 1월 말이기 때문에 공천에 악영향을 받는 것은 어느 쪽으로 봐도 기정 사실이다.

자유한국당의 상임위원장 1년 순환은 그 자체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결국 친박계의 상임위원장직 독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을 통해 이미 나온 바 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박순자 의원의 사례는 비박계 의원들 간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관리를 하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코미디 같은 사태보다 문제인 것은 결국 이 사태의 배경에는 중도 공략을 위한 노선 전환을 요구하는 수도권 및 부산경남과 현상 유지를 통한 방어에 치중 하자는 대구경북 사이의 갈등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추경은 물론 선거법 개정과 검경수사권조정 등의 입법도 앞으로 난항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이런 답답한 상황을 좀 더 봐야할 것 같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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