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거부운동을 본격화 하고 있다. KBS는 지난 18일 <뉴스9>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소식을 전하는 과정에서 '노노재팬'의 '(한국당) 안 뽑아요' 문구를 그대로 내보냈다. 한국당은 이를 빌미로 KBS가 내년 총선에 개입하고 있다며 '방송 정치쟁점화'에 나섰다. 이러한 한국당의 KBS 정치쟁점화에 보수단체도 뒷받침에 나선 모양새다.

한국당, KBS 수신료거부운동 본격화…출정식에서 KBS 비난 쏟아내

25일 오전 11시 자유한국당은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한국당은 지도부, 국회의원, 서울·인천·경기 지방의회 의원 및 지역당원, 사무처당직자, 보좌진 등에 참석을 요청하는 등 KBS 수신료 거부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출정식에서는 '조작방송, 편파방송, 불법방송 KBS 해체하라', 'KBS 수신료 거부한다' 등의 원색적인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25일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미디어스

출정식에서 자유한국당 언론장악 저지 및 KBS 수신료 분리징수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대출 의원은 "공영방송 KBS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며 "공정성은 온데 간데 없고 편파, 왜곡, 조작, 선동이 난무하는 방송나치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대출 의원은 "최근 총선 개입 보도라는 충격적 사건이 벌어졌다. 9시 뉴스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하면서 한국당 로고를 끼워넣은 동영상, 한국당을 안 뽑는다는 내용이 보도됐다"며 "대놓고 불법, 편파방송을 해놓고 사과는 14초였다. 그나마 그것도 다시보기에서 숨겨놓고, 비판성명을 내니까 뒤늦게 슬그머니 다시 올려놨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며 "이게 정상화된 공영방송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의원은 "KBS 내부에서도 민노총 언론노조의 폭주에 맞서 1노조와 공영노조가 분연히 떨쳐일어나고 있다. 죽은 방송을 살리는 희망이 보인다"며 "우리가 행동해야 할 때다. 역설적으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이 KBS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25일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구호외치는 나경원 원내대표(왼쪽)와 황교안 대표. ⓒ미디어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신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며 "이코노미스트가 말한 신독재의 3단계가 방송을 장악하고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KBS 장악 아니냐"고 소리쳤다. 나 원내대표는 "태양광 비리에 대한 방송한 시사기획 창은 재방송도 못하게 하는 청와대"라고 비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KBS에 전화 한 마디 해서 '형님, 잘 봐달라'고 사정했던 이정현 홍보수석은 그 일로 집행유예형을 받았다"며 "그런데 재방송도 못하게 한 청와대 홍보수석, 즉각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KBS 장악 의도 즉각 수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황교안 대표는 "KBS가 국민을 배신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됐다. 언론의 길을 포기했다"며 "지금 친북 좌파 세력들이 KBS를 점령했다. KBS가 청와대 문재인 홍보본부가 됐다"고 비난했다. 황 대표는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 사람은 핍박하고 내쫓고, 그 자리를 좌파 친문 세력들이 꿰찼다"며 "민노총 노조원들이 합세해서 자기들 마음대로 KBS를 주무르는데 그냥 놔둬도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황교안 대표는 "(양승동 사장은) 부실경영, 편파방송으로 국회 청문회에서 거부됐는데,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을 강행했다"며 "양승동 사장 당장 끌어내려야 한다. 엉터리 경영을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편파방송으로 옮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25일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 한편에서 KBS 수신료거부운동을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가 서명을 받고 있다. ⓒ미디어스

출정식을 마친 한국당은 KBS 본관 앞으로 행진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당에서 마련한 KBS 수신료 거부 전국민 서명운동에 서명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보수단체가 중심이 돼 벌어지고 있는 'KBS 시청료 거부 백만서명운동'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당의 KBS 때리기 속셈은? 총선 겨냥 '방송정치쟁점화'

한국당은 나경원 원내대표 취임 직후인 1월 5대 중점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중 하나가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KBS특위)다. 현재는 '언론장악 저지 및 KBS 수신료 분리징수특위'로 바뀌었다. 위원장은 20대 전반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인 박대출 의원, 간사는 현재 과방위 간사인 김성태 의원이 맡았다.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와 KBS특위 위원들. (연합뉴스)

한국당 KBS특위 출범 당시 장외에서 KBS 수신료 거부 운동을 벌이고 있는 보수단체 인사들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지난 1월 4일 한국당이 개최한 원내대책회의 겸 KBS의 헌법파괴 저지 및 수신료 분리징수 특위 연석회의에는 '자유연대',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 등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한국당은 지난 1일에는 최고위원회에서 미디어특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미디어특위 위원장은 과방위 소속 박성중 의원이 맡았고, '세월호 보도통제' 사건의 당사자인 길환영 전 KBS 사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미디어특위는 첫 활동으로 '한국당 여성당원 엉덩이춤 사건'을 보도한 한겨레신문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고, 고성산불 당시 '문재인 5시간' 허위정보를 퍼뜨려 고발당한 네티즌들에 대한 법률지원에 나섰다. 고발당한 네티즌들의 모임인 '네피모'의 대표는 황교안 대표의 팬클럽 회장인 김형남씨다.

▲황교안 대표(오른쪽)와 길환영 전 KBS 사장. (연합뉴스)

한국당은 KBS 시사기획 창 태양광 사업 복마전편으로 발발한 청와대 외압 의혹과 관련해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8일 KBS 뉴스9에서 노노재팬 관련 보도 중 한국당 로고가 들어간 '안 뽑아요' 문구가 노출된 것과 관련해서는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요청 및 25억3000만원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한국당은 정부의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KBS 청문회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양승동 KBS 사장이 두 차례 (국회 출석 요구에) 불출석했다.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이자 국회가 할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라며 "적어도 청문회 합의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국당의 KBS에 대한 공세는 내년 총선을 겨냥한 방송 정치쟁점화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의 KBS 정치 쟁점화 우군, 아스팔트 우파의 실체는?

한국당의 KBS 정치쟁점화의 우군은 '아스팔트 우파'다. 25일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KBS 수신료 거부 운동 출정식에 나서면서 수신료 거부운동 서명에 참여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당 차원의 서명운동과 보수단체들이 주도해 벌이고 있는 KBS 수신료 거부 서명에도 동참했다고 한다. 김종문 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 본부장은 "황 대표가 시민단체들의 수신료 거부 운동에도 서명했다"고 밝혔다.

▲25일 자유한국당이 'KBS 수신료 거부를 위한 전국민 서명운동 출정식'을 열었다. KBS 수신료 거부 서명한 나경원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 (사진=연합뉴스)

KBS시청료납부거부국민운동본부의 중심은 자유민주국민연합이란 보수단체다. 김종문 본부장은 한나라당 서울시의원 출신으로 자유민주국민연합의 종교분과위원장, 자유사랑교회 전도사, 한국교회에 표본이 되는 교회를 세운자 운동본부의 총괄목회자이자 TvN뉴스의 대표다.

자유민주국민연합이 위치한 종로구의 빌딩 3층에는 보수단체들이 대거 몰려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연대, 자유민주센터, 자유아카데미, 자유사랑교회, 고성국TV, 대한민국역사지킴이,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등이 자유민주국민연합과 같은 빌딩에 입주해 있다. 자유사랑교회는 성창경 KBS 공영노조위원장이 목회활동을 하는 교회이고, 프리덤칼리지장학회는 김광동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고성국 평론가 등이 활동하는 보수단체다.

▲'자유민주국민연합' 사무실 안내판. 고성국 TV, 자유사랑교회, 자유민주센터, 자유연대, 자유아카데미, 대한민국역사지킴이, 청년현수막, 프리덤칼리지장학회 등이 함께 적혀 있었다. ⓒ미디어스

미디어스 취재 결과 이들이 입주한 빌딩은 보수세력과 일정부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빌딩의 건물주는 (재)형애장학회다. 형애장학회는 수백억원대의 기부 활동으로 '기부천사'로 불리는 장학재단이다. 형애장학회의 이사장이었던 고 최형규 이사장은 과거 택시회사인 동신운수를 운영했으며, 4·19혁명 당시 이승만 정권의 내무부장관이었던 고 최인규 전 장관의 동생이다. 최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문교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또한 현재 형애장학회 이사 중 1명으로 이천수 전 영남학원 이사장이 등재돼 있다. 이 전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국무총리기획실 사무관, 대통령비서실 서기관 등을 지냈고, 전두환 정권에서 문교부 감사관을 했다. 민정당 정책조정실에서도 근무한 바 있으며, 노태우 정권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장, 문교부 대학정책실장, 김영삼 정부에서 교육부 차관을 지냈다.

이천수 전 이사장은 1997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순천향대 총장을 지냈고, 2001년 3월부터 순천향대 명예교수가 됐다. 2002년 8월 고 최형규 이사장은 순천향대에 100억원을 기부했다. 이 전 이사장은 2006년부터 2011년 12월까지는 대진대학교 총장을 지냈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인 2013년 7월부터 2017년 7월까지는 영남학원의 이사장을 맡았다. 이 전 이사장은 영남학원 이사장 시절이던 2015년 7월 형애장학회의 이사로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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