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규정 개정에 돌입한다. 방통심의위는 독소조항이라 일컬어지는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훼손 금지’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또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관련 심의 기준을 구체화하고 자살 묘사 관련 심의 기준을 보완하기로 했다.

방통심의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규칙안’을 입안예고 하기로 합의했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 29조의 2’를 삭제하기로 했다. 제29조의 2는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방송심의규정 제 29조의 2 전문

제29조의 2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신설된 규정으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규정 개정 신설 당시 언론·시민단체들은 “방통심의위가 제29조의 2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해 정치적 비판 방송에 대한 징계를 남발할 것이 분명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12월 방통심의위가 오늘밤 김제동의 ‘김정은 환영단’ 심의를 할 때 적용된 조항이다.

제29조의 2는 중복 조항 문제도 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7조에는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사실상 같은 내용의 조항이 중복해서 들어가 있는 것이다.

22일 전체회의에서 이상로 위원을 제외한 전원은 심의규정 개정안을 입안예고 하기로 합의했다. 이상로 위원은 “제29조의 2를 없애려 한 사람, 조항 삭제에 동의한 사람은 반역자”라고 주장했다. 이상로 위원은 “헌법의 뼈대는 자유 민주질서”라면서 “자유가 두렵고 민주가 두렵냐. 이 조항이 없어지면 ‘오늘밤 김제동’ 같은 방송은 계속 생긴다”고 말했다.

▲2013년 12월 한국PD연합회, 언론노조, 한국방송기자연합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방송심의규정 제29조의 2 등 독소조항 신설을 즉각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진=미디어스)

전광삼 상임위원은 “헌법과 관련된 조항이 중복되면 중언부언일 뿐이다. 제29조의 2를 살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이상로 위원에게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라. 방통심의위 규정 개정에 1년이 걸렸다”면서 “자신의 의견을 내면 되지, 다른 위원을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으로 몰지 마라”고 비판했다. 강상현 위원장은 “(이상로 위원) 본인이 더 연구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편 방통심의위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관련 심의기준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개정될 심의규정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자극적으로 표현하는 방송에 규제 근거를 담고 있다. 또 자살 묘사 관련 심의규정을 보완해 자살 장소를 구체적으로 알리거나 현장을 묘사하는 방송에 규제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방통심의위는 26일부터 8월 15일까지 입안예고를 거친 후 9월 9일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규정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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