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게 특기입니다. 그런 검찰이 구속 20일 동안 쉬쉬해 왔습니다"

'KT 딸 부정채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검찰이 자신의 피의사실을 공표했다며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고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당 원내대표로서 이른바 '드루킹 사건'에 대해 '검찰은 피의사실공표가 특기인데 왜 안 하냐'고 비판한 김 의원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피의사실공표죄'를 언급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아울러 검찰과 경찰이 피의사실공표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가운데 김 의원이 딸 채용비리 의혹을 물타기 하기 위한 카드로 '피의사실공표죄'를 내세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KT에 딸을 부정 채용시킨 혐의로 자신을 수사한 검찰 관계자들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 의원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을 피해사실공표 혐의로 고소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운동가인 하승수 변호사(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는 25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 의원의 피의사실공표 피해 주장에 대해 "검찰과 경찰 사이에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얄팍하게 숟가락 얹기를 하는 것"이라며 "자녀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물타기를 하는 면도 있고, 과거 본인이 피의사실공표를 해달라고 주장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22일 울산경찰청 소속 경찰관 2명에 대한 피의사실공표 혐의 사건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경찰 내부에서 반발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김 의원의 고소로 경찰 역시 검찰을 피의사실공표혐의로 수사하기 시작하면서 검경 충돌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또 2018년 4월 16일 당시 원내대표였던 김 의원은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피의사실 공표를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검찰은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게 특기다. 그런 검찰이 구속 20일 동안 쉬쉬해왔다", "충분히 수사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는 이외에 구체적인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3주간 수사가 이루어진 만큼 경찰이 중요한 수사결과라도 발표해야 할 것" 등의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하 변호사는 "(김 의원)본인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할 때는 피의사실 공표를 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경찰과 검찰을 압박했으면서 본인이 문제가 되니 피의사실 공표를 당했다고 말하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하 변호사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른 피의사실공표죄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 피의사실 공표 관련 모호한 예외조항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공표여부를 결정하는 심사위원회를 두어 심사하게 하는 방법 등을 제안했다. 명확한 기준 하에 '피의사실공표죄'를 적용함으로써 피의자 권리와 국민의 알권리 등을 제대로 보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형법상 피의사실공표죄는 3년 이하의 징역, 5년 이하의 자격정지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지만,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은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추가피해 방지 등을 위해 예외적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할 수 있다는 수사공보준칙을 두어왔다.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해사실공표로 수사기관에 접수된 사건은 347건이었고, 이 가운데 기소된 사건은 단 한건도 없었다. '피의사실공표죄'는 사실상 사문화 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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