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위원장 정병욱)가 MBC에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을 중단해 줄 것을 촉구했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와 관련해 시민사회단체에서 공식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변 노동위는 24일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중단을 촉구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2016년, 2017년 계약직으로 MBC에 입사한 아나운서 10명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계약만료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MBC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후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법원에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5월 13일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본안 소송 판결까지 임의로 보전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인용했고, 7명의 아나운서는 MBC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MBC가 이들을 9층 아나운서국이 아닌 12층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격리, 업무를 주지 않고 사내 전산망 이용을 차단하면서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일었다. 이들은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일에 맞춰 회사를 관련 법 위반 사업장으로 진정했다.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근로자 지위를 인정받아 회사에 복귀한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은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업장으로 MBC를 서울고용노동청에 진정했다. (사진=미디어스)

민변 노동위는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관련 정보제공이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배제하는 것, 근로계약서에 나와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는 것, 업무에 필요한 비품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것을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다"며 "MBC의 행태는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인격적으로 고통을 주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 노동위는 "MBC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존중하여 해당 아나운서들에게 제대로 된 업무를 부여하고 괴롭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물론 현재 MBC 구성원들에게 지난 파업기간 동안의 상흔들이 남아있고,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클 수 있음을 이해한다. 그럼에도 가장 큰 책임은 '비정규직'이라는 불안한 지위를 이용하여 공정방송투쟁 탄압을 시도한 자들에게 있음을 기억하고, 노동인권의 관점으로 16, 17사번 아나운서들과 연대해주길 호소한다"고 했다.

민변 노동위는 이들을 이른바 'MBC 파업대체인력', '적폐세력의 부역자'라고 일컬으며 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일각의 시선에 대해 "이들을 MBC 파업의 대체인력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민변 노동위는 "이들이 입사하기 전 파업은 종료된 상태였으며, 이들이 입사하기 전 다른 부서로 전보된 11명의 아나운서들은 현재 부사장, 국장, 차장 등 각종 보직을 맡고 있는 10~20년차 선배들인데, 당시 신입사원인 이들이 전보된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대체 진행한 것도 아니다"라며 "파업대체인력이라기보다는, 지난 경영자들의 통제 전략에 의해 열악한 조건으로 입사한 자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 감사결과에 따르면 2012년 MBC 파업 당시 적극적으로 나섰던 아나운서들은 2013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려 대거 전보됐다. 이 과정에서 오상진, 문지애, 서현진 아나운서 등 MBC 유명 아나운서들이 퇴사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방송문화진흥회 정기이사회 속기록에 따르면 안광한 전 MBC 사장은 2014년 9월 당시 아나운서국장에게 '아나운서들이 파업이 있으면 일종의 선무부대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을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MBC는 2016년 신입 아나운서를 '전문 계약직'으로 뽑는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민변 노동위는 "MBC가 아나운서를 계약직으로 뽑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지만, 이는 정권순응적인 MBC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며 "노조에 가입하거나 파업에 참가하는 경우 이를 이유로 정규직을 해고하기는 어렵지만, 계약직의 계약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쉽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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