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있었던 축구학원 차량 교통사고는 끔찍했다. 그 사고로 인해 8살 어린이 둘이 사망했다. 부모들에게는 전부였던, 아직 꿈도 제대로 피우지 못했던 아이들은 과속 난폭운전으로 인해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고가 난 장소는 어린이 보호구역이었다. 그리고 사고 차량은 노란색 어린이보호 차량이었다. 과속을 하고 신호를 무시해서 벌어진 사고에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축구교실 20대 코치는 35km 제한속도 구역을 85km로 달렸다.

빨간 신호가 내려진 상황에서도 이 차량은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 다른 차량과 옆면을 부딪치며 신호등을 들이받았다. 과속만 하지 않았다면, 최소한 신호라도 지켰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

MBC 스페셜 ‘도로 위의 살인 면허’ 편

어린이 보호구역이라고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보호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최소한 과속방지턱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속도로 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사고가 난 뒤에야 뒤늦게 현장에 과속방지턱이 만들어졌다. 이 끔찍하고 엄청난 사고는 과연 왜 일어났을까?

학부모들은 인천 송도에서 가장 큰 축구 클럽에 아이들을 보냈다. 다른 곳보다 비싸지만 가장 큰 규모의 클럽을 보낸 것은 그만 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축구를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곳은 철저하게 모두를 기망했다. 보험도 들어있지 않았다. 체육시설로서 최소한의 기준도 갖추지 못한 곳임에도 그저 규모만 앞세워 농락한 것이다.

축구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송도에서 가장 좋은 축구클럽을 보낸 것이 죄가 되어버렸다. 아이가 사망하기 전 모습 그대로 남겨진 집. 도저히 아이가 없는 집에 들어갈 수 없어 친척집에서 지낸다는 태호 부모의 아픔을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바쁜 삶으로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어 미안하다는 부모가 무슨 죄인가.

둘째 아들로 태어나 집안에 행복을 듬뿍 가져다줬다는 유찬이네라고 다를 것이 없다.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심 많았던 유찬이는 왜 그렇게 일찍 가야 했을까? 사고현장에 현수막을 걸며 아들 얼굴 사진을 어루만지며 서럽게 우는 엄마와, 참았던 눈물을 더는 참지 못하고 오열하는 유찬이 아버지의 모습은 지독한 아픔으로 다가왔다.

한 해 5천 명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나온다. OECD 국가 중 사망자 수가 네 번째로 많다. 다른 사회 안전에는 큰 관심을 가지며 잘 관리하는 국가가 왜 교통사고 관리는 하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손쉽게 면허를 내주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MBC 스페셜 ‘도로 위의 살인 면허’ 편

경제를 앞세워 2011년 이명박 정부가 만든 운전면허 간소화가 경악할 수준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700m 주행거리에 다양한 요소들을 통과해야만 발급이 되던 면허가 50m만 가면 면허가 발급되었다. 학원의무교육 25시간을 단 8시간만 받으면 되도록 만들었다. 그렇다고 면허 비용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저 비슷한 비용으로 누구나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만든 이 간소화가 엄청난 교통사고 사망자를 양산해낸 주범이다.

다시 바뀌기는 했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어설프다. 매년 185만 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대한민국. 언제까지 이런 식의 형식적인 운전면허발급제도를 방치할 것인가? 운전할 자격이 안 되는 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면허를 발급하는 행태는 누구를 위함인가?

과거 운전면허 간소화가 차량 판매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면허증이 넘쳐나면 그만큼 차량 구매도 높아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도로의 무법자’를 양산해낸 정책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역시 바뀌거나 사라져야 한다. 그저 보험처리만 되면 그만이라는 법은 누구를 위한 법인가? 철저하게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면 그만이라는 인식 자체가 변해야 한다. 음주운전에 대해 처벌이 강력해졌지만 여전히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정책을 바꾸면 한해 185만 명의 사상자(그중 5천 명의 사망자)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다. 살인면허를 줄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누가 도로 위 무법자를 양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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