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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방송 대주주 사유화는 예나 지금이나, 서울이나 지방이나[토론회] 소유와 경영 분리, 현재로선 방통위 재허가 심사에 달린 듯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7.19 21:05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민영방송 노동자들은 ‘독립성 확보’를 과제라고 한다. 대다수 민영방송이 대주주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 소유·경영 분리를 이뤄낸 민영방송은 SBS가 유일하다. 하지만 최근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으면서, SBS에서도 ‘경영 장악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허가 심사 강화· 소유지분제한 규제 강화 등을 제안했다.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개혁시민연대 주최로 <민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민영방송 관계자들은 “민영방송 소유·경영 분리는 요원하다. 보도 독립성은 꿈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과 뮤진트리 관계도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윤창현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 본부장은 태영그룹이 SBS를 사유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SBS 이사회는 3월 29일 최상재 전략기획실장을 보직에서 해임했다. 최상재 전 실장은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개입을 막아온 인물로 알려졌다. SBS미디어홀딩스·SBS 고위관계자들은 SBS본부를 향해 “(사장·보도국장) 임명동의제를 깨겠다”는 발언을 했다.

또한 SBS본부는 SBS콘텐츠허브가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가족기업인 뮤진트리에 200억 원에 달하는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고 제기했다. 윤석민 회장과 SK그룹 3세인 최영근씨가 만든 ‘후니드’라는 기업이 SBS 내 일감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추가 의혹이 나왔다. 현재 검찰은 두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창현 본부장은 “민영방송의 대주주는 언론사를 ‘소유구조’의 관계로만 본다. 국가에서 허가해준 개인기업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방송은 전파 사용권에 기반한 공공재”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SBS에서 벌어지는 일은) 대주주가 사회적 책무를 망각한 것”이라면서 “윤석민 회장은 족벌경영 확립과 방송 사유화의 뜻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대주주는 ‘민영방송인데 뭐가 문제야’라고 질문을 던질 것”이라면서 “하지만 민영방송 허가에는 ‘주주의 보도·편성 권한을 제한한다’는 전제가 있다. 대주주가 방송을 장악한다면 사회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없다. 민영방송 노동자들은 지배주주에게 그 자격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상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 의장은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는 지역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상대 의장은 “지역 민영방송 대주주의 방송 사유화는 서울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오히려 작은 집안일수록 대주주의 영향력과 파장은 크다. 지역방송은 토호세력의 영향력 확보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대 의장은 “방송사의 이름은 거론하지 않겠다. A 방송사의 대주주는 인사 개입을 한다. 회사에서 승진 발표를 하려면 대주주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서 “A 방송사 대주주는 본인과 관계가 있는 직원의 연봉을 기습적으로 올려주기도 한다. 이게 지역방송의 현실”이라고 했다.

이상대 의장은 “B 방송사는 신사옥 이전을 위해 부지를 매입했는데 시청이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자 비판 기사를 썼다”면서 “C 방송사는 대주주의 개인 일정에 촬영팀을 동원한다. 방송사가 내 것이라는 저급한 인식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규탄했다. 이상대 의장은 “내가 있는 CJB 청주방송에는 대주주의 친인척이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대주주가 방송을 사유화하는 현상의 책임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다. 방통위는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윤창현 본부장, 전규찬 교수, 김동원 정책위원 (사진=미디어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건설사가 방송사·언론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서 “언론사를 통해 수익을 내는 문제가 아니라, 업계 내에서 지위가 상승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실제 영안모자가 OBS를 소유하는 것은 수익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닐 것”이라면서 “인맥과 지역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언론사를 공공재로 봐야 한다”면서 “방통위는 민영방송의 최대주주인 사주를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정책위원은 “민영방송 관련 규제를 할 때 공정거래위원회가 참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면서 “민영방송 경영 투명성 검증은 규제 권한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가 맡아야 한다. SBS에서 발생한 사건은 다른 민영방송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주재원 한동대 교수는 민영방송의 대주주 소유지분제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민영방송 대주주는 40% 이상의 지분을 가질 수 없다. 주재원 교수는 “대주주의 소유지분 분산이 필요하다. 현행 40%에서 10~15%까지 낮춰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소유경영 분리와 제작편성의 자유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재원 교수는 “방통위의 민영방송 재허가는 유명무실한 수준”이라면서 “재허가를 ‘방송사업자 허가’ 만큼 엄중하게 해야 한다. 문제가 있다면 탈락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수석전문위원은 “방통위가 민영방송 재허가 심사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면서 “다음 재허가 때는 엄격한 심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주최 측은 방송통신위원회 방송정책국을 초청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있어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플로어에 있던 방통위 방송정책국 관계자는 “향후 재허가 심사 때 토론회에서 나온 이야기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민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사진=미디어스)

이번 <민영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토론회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더불어민주당 이상민·이학영·고용진·이철희·제윤경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주최로 열렸다. 토론회 사회는 전규찬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가, 발제는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윤창현 SBS본부장이 맡았다. 토론자로 이주한 변호사·이상대 지역민영방송노조협의회 의장·안정상 더불어민주당 방송정보통신수석전문위원·주재원 한동대 교수가 참여했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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