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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의 죽음을 보는 두 개의 시선[비평] 피로 이뤄낸 경제 성장, 명확히 평가해야
안현우 기자 | 승인 2008.01.28 12:30

개발 독재로 악명을 떨친 수하르토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7일 87살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독재자의 말년치곤 평온한 노후와 죽음이었다고 한다.

28일 주요 일간지는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교적 비중 있게 다뤘다. 그가 한국 사회에서 업적을 두고 논란이 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역사적 행보를 그렸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그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신문들은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 한겨레 1월 28일 16면  
일부 신문의 경우, 그의 행적에 대한 평가는 관계성을 갖기 힘든 명암으로 구분돼 설명된다. 즉 그가 철권통치를 휘둘렀지만 경제 성장을 이끌어 냈다는,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잣대를 들이댄다. 한국 사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흔히 사용됐던 평가의 내용이 그대로 사용됐다.

다른 신문에선 그에 대한 평가에 개발독재가 경제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분명한 틀이 제시된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수하르토의 죽음과 행적을 규정하는 데에도 두 개의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8일자 조선일보는 ‘그에 대한 평가는 물과 기름처럼 극명하게 갈린다’며 ‘그는 인도네시아를 가난에서 건져냈지만 손에 너무 많은 피를 묻혔다’고 정리했다. 그에 대한 평가가 한마디로 정리되지 못하며 독자가 독재와 가난 극복이라는 양 극단의 지점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또한 독재와 경제 발전은 관련성 없는 별개의 문제로 치부된다. 

조선일보가 전한 수하르토의 명암을 살펴보자.

대통령에 취임한 뒤 수하르토는 수카르노의 비동맹·중립 노선을 버렸다. 대신 '신질서(New Order)'란 이념을 내세워 미국 등 서방 세계와 우호관계를 강화하면서 경제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그는 '버클리 마피아(미 버클리대 출신 인맥)'로 불린 엘리트 측근을 대거 기용, 재임 기간 40조원이 넘는 대규모 외자 유치를 성공시키며 연 평균 7%대의 경제 성장을 달성했다. 그러나 국제 사회는 그를 '학살자', '부패 정치인'으로 언급하며 냉혹하게 평가한다. 그는 1960년대 후반 화교(華僑)들을 공산당원으로 몰아 대량 학살했고, 1974년엔 동티모르를 무력 침공해 20만명을 희생시켰다. 뉴욕타임스는 "그가 재임 중 50만~100만명을 죽이고, 75만여명을 감옥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물론 조선일보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의 부정축재 규모와 그가 법의 단죄를 피했다는 점을 전하기도 했다.

87년 이후 민주화 덕분에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수하르토가 가지고 있는 명암 중 가난 극복의 사례보다 독재의 문제점을 비중 있게 고려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상식이 된 듯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 사회에서 무분별한 경제성장이 구호화 돼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을 살펴본다면 그렇지도 않을 듯하다. 민주화를 희생양으로 삼은 수하르토식 경제 개발의 허상이 무엇보다 강조돼야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조선일보가 할 수 없는 부분이다. 조선일보가 박정희 개발독재에 대한 신화를 거둘 수 없는 이유와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의 기사를 인용해보자.

   
  ▲ 조선일보 1월 28일 A20면  
정치 자유를 부르짖는 시민·학생들의 외침이 90년대 초부터 커졌고, 무슬림 지식인들도 가세했다. 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결국 인도네시아 경제를 성장가도에서 끌어내리며 수하르토 체제에도 종말을 고했다. 경제 실정에 대한 비난이 전국으로 확대된 소요 끝에 98년 5월21일 수하르토는 대통령직을 내놨다.

(중략)

하지만 그의 경제개발은 ‘100만명 사망, 200만명 투옥’이라는 철권통치 아래에서 이뤄졌고, 갈수록 벌어지는 빈부격차를 낳아 지금의 정정 불안의 씨앗이 되고 있다는 점에 많은 이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조선일보는 기사말미에서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그의 사망 전인 26일 보도한 내용을 인용, “‘현지 사람들은 사망 직전까지 간 수하르토가 아직 살아있는 것은 의사나 현대 의학 장비 덕분이 아니라, 이슬람적인 힘 때문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수하르토 신격화에 대한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현지 인도네시아의 지도층 분위기가 그렇다고 해서 우리 언론도 그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차라리 경향신문처럼 경제 성장을 강조하지나 말든지 말이다.

안현우 기자  adsppw@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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