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법원이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한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위반 '1호 사건'으로 MBC를 노동청에 진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원 결정으로 지난 5월부터 MBC에 출근하고 있지만 회사가 업무 공간을 격리해 일을 주지 않고, 사내 전산망을 차단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진정 사유다.

15일 아나운서들의 법률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취재협조문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16일 서울고용노동청 본청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BC를 관련 법 위반으로 진정한다고 밝혔다.

상암동 MBC 사옥 (사진=MBC)

2016년, 2017년도에 계약직으로 MBC 입사한 아나운서 10명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계약만료 통보를 받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는 해당 계약만료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MBC는 중노위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에 나섰다.

이후 계약직 아나운서들은 법원에 MBC를 상대로 해고무효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법원은 지난 5월 13일 이들의 근로자 지위를 본안 소송 판결까지 임의로 보전하는 취지의 가처분을 인용했고, 7명의 아나운서는 MBC로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복직한 아나운서들이 회사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처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류 변호사의 설명이다. 류 변호사는 "MBC는 아나운서들을 기존 아나운서 업무 공간으로부터 격리하고, 아무런 업무를 주지 않으며, 사내 전산망을 차단하는 등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처분은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도 저촉되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MBC가 복직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에게 별도로 배정한 사무실 (사진=아나운서 측 제공)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괴롭힘 유형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거나 ▲훈련·승진·보상·일상적 대우 등에서 차별하거나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류 변호사는 1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MBC와 대화를 해보려고 여기저기 노력을 해봤으나 대화창구 자체가 열리지 않았다"며 "MBC의 태도가 바뀌기를 바라보고 있기에는 아나운서들이 현실적으로 너무 괴로워서 이렇게 기본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방어책으로 진정을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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