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는 주미 한국대사관이 한미정상 통화유출 문제 때문에 일본 경제 보복과 관련해 제대로 된 외교전을 벌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가 말한 국내 문제는 한미 정상의 통화를 유출한 사건으로, 조선일보 출신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벌인 사건이다.

15일자 조선일보는 <日 주미대사가 백악관·국무부서 외교전 펼때 한국 美대사관, 국내 문제에 막혀 손도 못썼다>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우리 정부가 고위 당국자들을 잇따라 워싱턴으로 보내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한 대미 외교전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 정부 안팎에선 '한국의 움직임에 별로 긴장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며 "우리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에 '중재 SOS'를 치고 있지만, 그게 잘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썼다.

▲15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미 일본 정부가 사전에 대미 외교전을 통해 미국이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조치를 해 놓았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며 "우리 정부의 방미 외교가 일본보다 한발 늦은 뒷북 조치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외교가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4·5·6월 3개월 연속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번에 취한 대한 경제 제재와 관련해 미국에 사전 협조 요청을 하고 양해도 구했다는 것이 정설"이라며 "주미 일본대사관이 백악관 국무부는 물론 미국 내 유력 싱크탱크를 상대로 '한국이 국제법을 어기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취하는 조치'라며 '네마와시'(사전교섭}를 취해 놓은 것으로도 알려졌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반해 최근 주미 한국대사관의 정무 라인은 이 문제와 관련해 사전 대응 조치를 제대로 못 했다는 지적"이라며 "지난 4월 말 한·미 정상 간 대화 유출 사건으로 강도 높은 보안 조사가 진행된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 담당 공사·참사과 등은 줄줄이 징계를 받은 상태"라고 했다.

그러나 카더라식의 '탓하기'에 불과하다. 또한 한미 정상의 통화 유출 파문은 조선일보 출신 강효상 의원이 벌인 일로 조선일보의 이러한 보도는 부적절해 보인다.

지난 5월 9일 강효상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7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통화에서 방한 일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할 때 한국도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를 '구걸 외교'라고 주장했다. 한미 정상의 통화는 외교 기밀로, 이 내용이 공개되는 것은 상대국가에 대한 외교적 결례 한미 외교 신뢰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또한 양국 정상 경호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에 기밀유출 논란이 강하게 일었다.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의 통화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K참사관은 "강효상 의원은 분위기만 아는데 참고만 할 테니 정상간 통화 결과의 방향을 알 수 있는 내용이 뭐가 있었느냐고 물으면서, 강 의원이 자신만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계속 말했다"며 "이에 K참사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가능성과 관련된 통화 요록의 표현을 다른 표현으로 풀어서 설명하고자 했으나 예정된 업무 일정을 앞두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설명하다가 실수로 일부 표현을 알려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K참사관은 "비록 참사관급 실무자에 불과하지만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정확히 알리는 것도 외교관의 업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설명은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며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 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15일자 조선일보 사설.

또한 조선일보는 <'국채보상' '동학운동' 1세기 전으로 돌아간 듯한 청와대> 사설을 통해 정부 비난을 이어갔다. 조선일보는 "한·일 간 중재를 요청하기 위해 미국에 갔던 김현종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귀국길에 '1910년 국채보상운동과 1997년 외환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을 했던 것처럼 뭉쳐서 이 상황(일본의 보복)을 함께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며 "애초 기대했던 미국의 중재는 확답을 얻지 못하고 '국채보상운동'이란 110년 전 운동을 꺼냈다"고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지난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에서 '전남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 배로 나라를 지켜냈도'고 했다"며 "한·일 충돌을 염두에 두고 420년 전 '이순신 장군'을 불러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조국 민정수석도 동학 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며 "외교 갈등 해결 대신 반일 감정에 불을 붙이려는 모습"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일본의 보복까지 부른 한·일 갈등은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외교 문제"라며 "정부가 미리 나서 일본 측과 대화하고 해법을 만들었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일"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삼권 분립'을 이유로 8개월간 수수방관하면서 일을 키웠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냉정하게 국익을 따져야 할 정권이 도리어 감정 대응에 앞장서면 갈등을 격화시키고 일본에 빌미를 줄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반일 공세로 일본에서 반한 감정이 더욱 확산되면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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