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청문회 위증' 논란에 휩싸인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복수의 주요 신문들이 설득력 있는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의혹이 해소돼야 총장직 수행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란 취지의 사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해명 요구를 넘어 위증 논란으로 낙마한 공직후보자 사례까지 제시하며 남다른 보도 태도를 보였다.

지난 8일부터 자정 너머까지 진행된 검찰총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윤석열 후보자에 대한 위증 논란이 벌어졌다.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청문위원들은 윤 후보자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수수 의혹 사건의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윤 전 서장은 윤 후보자와 막역한 관계로 알려진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의 친형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후보자는 "그런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으나, 뉴스타파 보도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8일 밤 11시 45분 뉴스타파는 윤 후보자의 2012년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윤 후보자는 "일단 이 사람(윤우진 전 서장)한테 변호사가 일단 필요하겠다. 그리고 지금부터 내가 이 양반하고 사건 갖고 상담을 하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내가 중수부 연구관 하다가 막 나간 이남석이 보고 일단 네가 대진이한테는 얘기하지 말고 대진이 한참 일하니까 형 문제 가지고 괜히 머리 쓰면 안 되니까, 네가 그러면 윤우진 서장 한 번 만나봐라 (라고 말했다"고 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위증 논란이 일자, 윤석열 후보자는 "제가 윤우진, 대진이를 좀 보호하려고 저렇게 말했을 수도 있는데 사실은 이남석이가 대진이 얘기를 듣고 했다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9일 오전 윤대진 국장은 기자들에게 "당시 변호사 소개는 내가 한 것이고, 윤석열 후보자는 관여한 바가 없다"며 "당시 언론 인터뷰는 나를 드러내지 않고 보호하기 위해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10일자 주요신문들은 윤석열 후보자에게 제기된 위증 논란을 비판하면서도, 검찰총장 자격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위증 논란'…작은 의혹도 남기지 말기를> 사설에서 "후배 검사를 감싸주기 위한 행동이었다면 그 자체를 나무랄 일은 아니다"라며 "윤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변호사 소개 논란에 대해 당시 경위를 명확하게 정리해 설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두고두고 총장직 수행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겨레는 <윤 후보자 '거짓말' 논란, 설득력 있는 해명 있어야> 사설에서 "현 단계에서 윤 후보자의 당시 통화 내용과 청문회 이후 해명 가운데 어느 쪽이 진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검찰총장으로서의 도덕성에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좀더 설득력 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회 위증 논란 불거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사설에서 "오락가락 해명으로 '강골 검사'의 신뢰성에 흠집이 간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윤 후보자는 '혼선을 드려 송구하다'고 사과했으나 충분치 않다"고 비판하면서도, "이 변호사 소개 과정을 둘러싼 사실관계를 낱낱이 정리해 국회와 시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썼다.

▲10일자 한국일보 1면.

윤석열 후보자를 대하는 논조가 유독 강경한 신문이 있다. 한국일보다. 한국일보는 10일자 1면 톱기사로 <변호사 선임도 사실로, 윤석열 '두번의 위증' 논란>을 배치했다. 한국일보는 "변호사 소개 및 선임과 관련한 윤 후보자의 해명이 잇따라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도덕성 논란이 한층 커질 전망"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2면에 위증 논란으로 청문회에서 낙마한 검찰총장 후보자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일보는 <2009년 '스폰서 검사' 위증 논란에 낙마하기도> 기사에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혐의 사건' 개입을 둘러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위증 논란이 확산되면서 과거 비슷한 사례가 새삼 주목 받고 있다"며 천성관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사례를 들었다.

▲10일자 한국일보 2면 기사.

한국일보는 "초고가 아파트 구입자금을 둘러싸고 사업가 박모씨와의 수상한 돈 거래 의혹을 추궁받았던 천 후보자는 청문회장에서 '박씨 부부와 동반으로 2004년과 2008년 일본 골프 여행을 다녀온 게 사실이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변했다"며 "그러나 이후 천 후보자가 당시 비행기표를 직접 결제하고 박씨 부부와 함께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위증 논란이 일어, 천 후보자는 지명 23일 만에 낙마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같은 보고를 받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거짓말을 하면 안 되지'라며 지명 철회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검찰총장직이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최후 보루인 만큼 '거짓 증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 밖에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의 만남을 두고 위증을 저질러 국무총리 후보자에서 낙마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 양도소득세 탈루 의혹이 제기된 부동산에 대한 위증 논란을 일으켜 낙마한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등의 사례를 나열했다.

▲10일자 한국일보 3면 기사.

한국일보는 <모호한 화법, 꼬이는 해명…'대윤'은 왜 '소윤' 위해 거짓말했나> 3면 기사에서는 "법조계에서는 윤 후보자의 위증논란 뒤에는 끝까지 숨길 수밖에 없는 어떤 다른 사정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번지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윤우진에 변호사 소개했다면 '알선 금지' 변호사법 위반 가능성은?> 기사에서는 "윤 후보자의 행위를 변호사법 위반으로 직접 연결시키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판단"이라면서도 "하지만 변호사법 위반 문제와는 별개로 윤 후보자의 처신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썼다.

▲10일자 한국일보 사설.

사설에서는 위증 논란을 넘어 윤우진 전 서장 뇌물사건 무혐의 처리에 대한 설명까지 요구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위증 논란, 전 세무서장 무혐의 처리 과정 제대로 밝히라> 사설에서 "진실이 무엇이든 일단 윤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증언을 번복한 것은 분명하다. 이유와 배경이 무엇이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의도적으로 허위 증언을 한 것이라면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검찰총장은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최고위 인사 아닌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당장 현직 검사의 친형인 전 세무서장의 뇌물수수 부분과 그에 대한 무혐의 처분 과정의 진상부터 명백하게 가려야 한다"며 "윤 국장 해명이 사실이면 윤 후보자는 2012년 '거짓 인터뷰'까지 하며 윤 국장을 보호하려 한 합당한 이유와 배경을 분명히 밝히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건 무마나 청문회 통과를 위해 친분이 두터운 검사들끼리 대놓고 서로를 보호하려는 행태는 묵과할 수 없는 구태"라고 썼다.

▲8일자 한국일보 1면 기사.

앞서 한국일보는 윤석열 후보자 청문회 당일인 8일 1면 톱 기사로 윤 후보자가 올해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만난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일보는 <윤석열, 檢총장 인사 앞두고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만났다> 기사에서 "이전부터 친분이 있는 관계이고 총장 인사와 무관한 회동이라는 게 양 원장의 해명이지만, 차기 총장 유력 후보군인 현직 서울중앙지검장 신분으로 민감한 시기에 친문 핵심 인사를 만난 것 자체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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