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위증’ 논란이 화제이다. 보수야당들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한 검찰총장은 있을 수 없다며 윤석열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범여권은 윤석열 후보자의 발언에 문제가 있다면서도 사퇴할 사안은 아니라며 맞서는 중이다.

문제가 된 발언은 윤석열 후보자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해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한 바가 없다고 한 것이다. 윤석열 후보자는 청문회가 진행되는 내내 같은 입장을 유지했지만 뉴스타파가 2012년 윤석열 후보자와의 통화 녹취를 공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당시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자는 자신이 변호사를 소개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그런 취지의 문자까지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녹취가 나온 이후 윤석열 후보자는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는 건 선임이 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했다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동생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보호하기 위해 언론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답했다고 다시 해명했다. 윤대진 검찰국장 역시 윤석열 후보자의 주장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입장을 내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자의 주장과는 달리 해당 변호사가 선임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증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후보자의 주장은 사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의문인 것은 윤석열 후보자가 무엇으로부터 윤대진 검찰국장을 보호하려고 한 것이냐는 거다. 변호사법은 수사기관의 공무원이 소속 기관에서 취급 중인 사건을 특정 변호사에게 소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친족의 경우는 예외로 하도록 돼있다. 이 기준에서 보면 윤대진 검찰국장이 자신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한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윤석열 후보자가 변호사를 소개해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변호사법 위반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2012년 당시 윤석열 후보자는 대검 중수1과장을 맡고 있었는데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서 수사지휘를 맡고 있었으므로 변호사법에서 규정하는 “직무상 취급하고 있거나 취급하게 뒬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 걸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즉,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의 변호사를 소개한 것이 윤석열 후보자이든 윤대진 검찰국장이든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보스 기질’을 발휘한 이유에는 다른 맥락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밝힐 수 없는 감춰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현재까지 나온 이야기 중 여기서 참고할만한 것은 윤석열 후보자 등의 당시 검찰 관계자들이 이 사건을 검경 대립의 결과물로 봤다는 것이다.

윤대진 검찰국장은 당시 대검찰청 중수과장을 맡아 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인 이철규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수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당시 법조계 인사들은 경찰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수사에 착수한 것이 이에 대한 ‘보복’의 성격이 있다고 봤다고 한다. 두 사건이 검찰과 경찰의 대립구도처럼 되면서 서로 ‘오버’를 하는 상황이 이어졌고 그게 윤석열 후보자 발언의 도화선이 됐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윤석열 후보자는 뉴스타파가 공개한 녹취에서 경찰을 ‘얘들’이라고 칭하며 비슷한 취지의 얘길 하고 있다. 게다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변호인을 맡은 이남석 변호사는 직전까지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맡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검찰 내외에서 공적 사적으로 이어진 사이인 것이다. 결국 경찰이 반격을 하니 우리도 대응에 나서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직 보위의 논리가 연속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윤석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모든 진실을 일목요연하게 말하지는 않은 결과가 돼버렸지만 ‘거짓말’에도 경중은 있을 것이다. 윤석열 후보자가 주도해서 변호사를 선임한 게 사실이라면 이 거짓말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는 비교적 무겁다. 수사 개입 의혹이나 대가성의 어떤 문제가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석열 후보자의 주장 그대로 그가 변호사 선임에 관여한 바가 없고 윤대진 검찰국장을 보호하기 위해 2012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을 왜곡한 것이었다면 검찰총장 후보자로서 치명적 결격사유로까지는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 경우 확인되는 것은 윤석열 후보자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이 검찰을 중심으로 한 조직 보위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자는 수사권 조정 등 정권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다소 애매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권 조정안에 저항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이와는 배치될 수 있는 견해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사지휘권에 대해선 경찰과 대등한 관계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했고 경찰에 종결권을 부여한다면 이를 어떻게 보완할지를 논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한다고 했고 기소독점과 관련해선 검찰의 본질적 기능은 소추라고 했다. 이런 답변으로 볼 때 윤석열 후보자는 문무일 검찰총장과 큰 차이가 없는 견해를 갖고 있는 걸로 보인다.

물론 검찰총장 후보자 입장에서 검찰 내부의 여론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핵심은 검찰총장 후보자가 검찰 개혁을 실제 추진할 역량과 의지를 갖추고 있느냐이고 청문회는 이것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어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후보자가 내놓은 발언은 그것을 의심케 한다는 점에서 문제이다. 어쩌면 이 문제가 ‘위증’보다 중요할 수 있다. 이후 절차에서라도 윤석열 후보자가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전향적 입장을 밝히는 기회를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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