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육군 23사단에 근무하는 병사가 한강에 투신해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안타까운 소식에도 언론은 '목선 귀순' 사건과 연관짓기 바쁜 모습을 보이고 있다.

9일 복수의 언론은 A일병의 사망 소식에 북한 목선의 삼척 입항으로 경계근무 태만 논란을 일으켰던 23사단 소속이란 점을 강조했다. 북한 목선 입항과 A일병의 사망이 관련성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쉬운 보도다.

▲9일자 조선일보 기사. (사진=네이버 캡처)

조선일보는 <[속보]北 목선 입항 당일 오후 초소 근무한 육군 병사, 숨진채 발견> 기사에서 "지난달 15일 북한 목선의 강원 삼척항 접안 경계작전에 투입됐던 육군 23사단 소속 병사가 숨진채 발견됐다"고 썼다. 여기에 삼척항에 접안한 북한 목선의 사진을 게재했다.

연합뉴스는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당시 경계에 허점을 보였던 육군 23사단에서 근무하는 A 일병(21)이 한강에서 투신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A일병은 지난달 15일 오전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입항할 당시 오후 근무를 섰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언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주요일간지의 관련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동아일보는 <‘北목선 책임부대’ 23사단 초소근무병, 한강서 극단적 선택>, 국민일보 <[속보]‘北목선 경계실패’ 23사단 초소 근무병 한강 투신>, 세계일보 <'北 목선 삼척항 입항 경계 실패’ 23사단 초소서 일병 한강 투신> 등이었다. 이들 보도에서 역시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북한 목선 사진이 게재돼 있다.

한국일보는 <[속보] 육군 23사단 병사, 8일 원효대교서 투신 사망…북한 목선 관련 추정>이라는 추측성 제목을 달았다가 <[속보] 육군 23사단 병사, 8일 원효대교서 투신 사망… 군 “사실관계 파악 중”>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A일병의 사망과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 육군에 따르면 A일병은 북한 목선이 삼척항에 들어온 시간에 상황근무를 서지 않았고, 합동조사단이 해당 소초현장을 확인했던 6월 24일에는 휴가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이 무리하게 내용을 엮고 있단 얘기다.

▲9일 23사단 병사 사망 관련 중앙일보 기사 리스트. (사진=네이버 캡처)

주요 일간지 중 중앙일보만이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은 제목을 달았다. 중앙일보는 <군 "양화대교서 극단선택 일병, 北목선 조사대상 아니었다">, <23사단 소초 근무병 극단선택…'군 생활 힘들다' 메모 발견> 기사를 게재했다. 하지만 중앙일보도 기사에 북한 목선 사진을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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