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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60분- ‘연예인 꿈’을 돈으로 유린한 연예기획사, 이를 방조하는 법과 제도[미디어비평]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9.07.07 01:09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헌신을 악용하는 연예기획사들이 있다. 더욱 최근엔 E 연예기획사 대표가 소속 여중생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드러나는 등 극단적 사례까지 거론되며 논란이 되었다. 이러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기획사의 실태를 7월 5일 KBS 1TV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기획사의 실체’ 편에서 추적했다. 

ATM이 된 연예인 지망생 부모들

KBS 1TV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기획사의 실체’ 편

8살 박유라(가명)는 A 연예기획사 오디션을 통해 지상파 방송 오디션에 합격했다. 그러자 A 연예기획사는 방송 출연을 명목으로 전속비 5천만 원을 요구했다. 엄청난 금액에 주저하던 엄마. 하지만 연기자가 되고 싶다며 울고불고 하는 딸의 꿈에 엄마는 깎고 깎아 집을 담보로 3천만 원을 건넸고 A 소속사와 6년의 전속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전속비로 엄청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2018년 방송에 출연할 당시 소속사는 이렇다 할 매니지먼트를 해주지 않았다. 먼 거리를 운전하며 다니는 것도 엄마 몫이었고 의상협찬이 안 된다 하여 직접 옷을 사야만 했다. 1년이 지났지만 출연료를 못 받았다. 

이런 부당한 대우에 유라 엄마는 전속계약해지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러자 도리어 A연예기획사는 그간 유라의 연기 지도 등에 들어간 비용을 빌미로 손해배상 1억을 걸겠다며, 심지어 전속계약에 의거 앞으로 6년 동안 활동을 못하게 하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에 놓인 유라와 엄마. 엄마는 엄마의 섣부른 결정이 딸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되었다고 자책하고, 딸은 앞길이 막힌 상황에 좌절하며 눈물만 흘렸다. 

이에 손성민 한국 연예매니지먼트협회장은 A 연예기획사가 요구한 전속비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부모가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헤어, 자동차 주유비, 식대 등 이른바 활동비용은 온전히 연예기획사 몫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을 담보로 잡은 진행비에 대해, 얼마나 활동할지 뜰지도 모르기에 돈을 받겠다는 건 전적으로 연예기획사의 무능함이나 안일함을 드러낸 방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유라만의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 6월 한가람(가명)의 어머니를 비롯한 3명은 자신들의 아이가 소속되어 있는 연예기획사를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각자 300에서 600까지 드라마 출연을 빌미로 기획사에 돈을 주었던 것.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그 드라마에는 다른 아이가 내정되어 있었고, 가람이를 비롯한 아이들의 출연은 검토조차 되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또 다른 사례로 민철이는 상업영화 출연을 빌미로 300여만 원이 돈을 요구당했다. 출연이 안 되면 반환하겠다는 조건이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돈을 뜯긴 부모들은 자신들이 '현금인출기'였다며 자조한다. 연예기획사에게 자신들은 그저 돈을 물고 있는 물고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사진이 없어도 출연시켜주겠다며, 전속비 요구 

KBS 1TV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기획사의 실체’ 편

2017년 기준 19세 이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연예기획사는 120여개에 이른다. 그런데 과연 이 가운데 아이들이 믿고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그 실태를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서 제작진은 한 명의 아이를 내세워 각 연예기획사에 프로필을 돌리는 '실험(?)'을 했다. 

그런데 프로필을 돌린 10개의 기획사 중 무려 7개의 기획사가 연락을 해왔다. 하루 만에 연락해 온 곳도 있었고, 심지어 아이를 만나지 않고도 출연을 장담하는 소속사도 있었다. 사진도 안 보고 장담하는 연예기획사를 찾아가보니 뜻밖에도 그곳은 술집이었다. 이 연예기획사에 소속되었던 한 아이, 귀티가 나서 단역이라도 바로 출연시킬 수 있다며 부모 역할 운운하더니 소속비 2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송승헌 영화에 출연시켜 준다했는데, 출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제작발표회라 했는데 알고 보니 전통 궁중의상 대회였다. 

이렇게 돈을 요구하는 대부분의 연예기획사들은 연예기획사와 학원을 동시에 운영한다. 제작진이 내세운 아이가 오디션을 본 5곳 중 3곳도 이런 식이었다. 오디션이 끝나자마자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학원에 등록을 종용, 당장이라도 맡을 배역이 있다며 학부모를 유혹한다. 그리고 수업료 220에 소속비 88만 원에 반강제적으로 당일 계약을 종용한다. 

제작진이 만나본 이 기획사에서 일했던 직원에 따르면 마치 피라미드식 사업처럼, 직원들에게 기본급에 인센티브를 덧붙이며 아이들을 끌어오도록 종용했다고 한다. 그렇게 직원들이 한 달에 100명 정도의 아이들을 불러 모았고, 이 아이들을 통해 월 2~3억의 수익을 올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후 출연작이 없어 부모들이 항의하는 것에 대비해 가짜 오디션까지 보기도 하며 눈속임을 했다고 한다. 

이렇게 아이들을 돈벌이 대상으로, 부모들을 현금인출기로 삼는 연예기획사들의 방식은 동일하다. 우선 가전속, 전속계약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 '전속'에 따른 비용을 부모들에게 요구한다. 또한 교육비 및 프로필 사진 촬영비 등을 따로 부담시킨다. 거기에 더해 출연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등 각종 비용을 전적으로 부모의 몫으로 돌린다. 

심지어 부모들이 돈이 없다고 하면 카드론 운운하고, 아이의 미래가 달렸다며 보험을 들었다면 약관대출을 받으라고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한 연예기획사가 아역 연기지망생 15명을 상대로 5억을 편취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는데, 제작진이 만나본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에 송치된 사람들 외에 2000에서 6000만 원까지 총 8억 2000만 원 정도를 갈취당한 45명의 명단이 더 있다는 것이다. 

간판만 바꿔달고, 부실한 법망

KBS 1TV <추적 60분> ‘돈벌이로 전락한 아이들의 꿈- 아역 연예기획사의 실체’ 편

더구나 심각한 것은 이들 연예기획사가 막상 사기혐의로 걸리면 '바지 사장'으로 내세운 사람을 앞세워 법망을 피해간다는 것이다. 사기혐의로 고소된 I기획사, 하지만 막상 이 기획사 사무실에서 찾은 계약서는 BIG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진 BIG이 I로 간판만 바꿔 단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BIG 엔터테인먼트의 전신은 W, 그리고 다시 그 이전엔 N이란 이름을 가지고 사업을 했었다. 이렇게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꾼 기획사들의 실질적인 대표는 윤 이사, 그리고 그의 남편 박대준이었다. 심지어 I 매니지먼트의 돈을 차입 면제 방식으로 2억 9백만 원이 F매니지먼트로 흘러들어가 박대준의 딸인 박성화의 연예활동에 쓰였다. 이렇게 문제가 생기면 간판을 바꿔치기하며 폐업과 창업을 밥 먹듯이 하는 연예기획사들, 그러나 현실적인 단속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고 장자연 씨 사건 이후 연예계에 대한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일정요건을 갖춘 기획사만 매니지먼트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중문화예술기획업 등록제가 실시되었다. 또한 청소년 대중문화 예술인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배려하고 권익이 침해되지 않도록 2014년 대중문화예술산업 발전법이 제정되었다. 

제작진이 프로필을 돌렸던 아역 연기자 매니지먼트 중 4군데가 미등록 상태였다. 그러나 그 단속에 대해 해당 구청은 형사적 처벌 규정을 운운하며 경찰로 떠넘겼다. 즉, 사기 사건이 될 때가지는 관리나 감독이 이루어지기 힘든 실정이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업계 진입장벽이 높다는 항의를 받으며, 관련업계 4년 근무라는 규정을 2년에서 40시간 교육 이수로 낮췄다. 

이러한 제도로 미성년 연예인 지망생들의 꿈은 보호받을 수 있을까. <추적 60분>은 얼마든지 부모의 주머니를 털 수 있는 구조가 되어 있는 현 아역 연예기획사의 실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집을 담보로 몇천만 원을 쥐어주고서라도 자신의 아이를 키즈그룹으로 데뷔시키고자 하는 '욕망'이라는 수요가 있는 한, 그 욕망의 에스컬레이터에 편승한 사기가 없어질 수 있을까? 돈을 들여서라도 뜨고 보자는 엘도라도가 된 연예계. 그 허점을 노린 연예기획사와, 그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이익만을 고려한 제도와 법의 현실은 악순환의 반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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