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저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3일부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을 위한 투쟁의 일환으로 파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파업에 참여하지 못합니다.

파업을 했다가는 고용이 불안정한 저로서는 학교의 교장과 교육청으로부터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급사, 사환'이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야간대학, 야간고등학교에 다니는 젊은 학생들이 학교의 잡일을 도맡아 하였습니다.

그 '급사, 사환' 개념이 지금까지 이어져 학교 비정규직이 파업이나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 '급사(사환) 주제에 큰 대우를 바란다' 정도로만 인식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동안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럼 직장과 직업의 개념도 가질 수 없을 정도의 천박한 대우를 받으면서 고용과 신분이 보장되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였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 이틀째인 4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가 마련한 2019 총파업승리대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철폐! 공정임금제 실현!'을 외치며 부산시교육청을 출발해 시청까지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 많은 차별이 해소되었고 일정부분 신분이 보장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교육감 직선제를 통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학교 비정규직이 노조를 결성할 수 있게 되었고, 학교 비정규직의 처우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차별이 해소되었습니다. 과거 학교 교장이 알음알음 채용하던 급사의 수준을 벗어나 교육청 공개채용을 통해 교육감 직고용제로 변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1년 단기계약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지만 아직도 비정규직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하며 신분과 고용이 불안정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살림에 보탠다며 젊은 여성들이 학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던 과거와 달리, IMF 경제위기를 거치며 수많은 가장들과 남성, 여성가장들이 학교 비정규직으로 평생직장의 꿈을 갖고 유입되었습니다. 최근에는 1년에 2차례씩 교육청 공채를 통해 30대1, 40대1의 경쟁율을 뚫고 '학교 비정규직'으로 채용되고 있습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제 단순히 급사나 밥해주는 아줌마 인식에서 벗어나 당당한 직업으로서 직업다운 신분과 고용보장, 최소한의 대우를 바라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봄방학,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는 월급이 없습니다.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방학 기간 수많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 식당일, 햄버거 배달, 공사장 막노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학교 비정규직이 직업이고 직장이면, 직업이고 직장답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저희들은 공무원을 시켜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차별을 해소해달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인간답게 살고, 먹고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현재 학교 비정규직 월급 실수령액 150만원 정도)

시험을 보라고요? 시험을 보고 들어오라고요? 이 나라는 시험을 통과한 사람만이 사람 대접을 받고, 신분과 고용을 보장 받을 수 있는 나라입니까? 시험에 탈락한 사람이나 시험을 치르지 않은 국민은 영원히 차별을 받고 2류 국민, 3류 국민으로 살아야 하는 나라입니까? 시험을 보라면 얼마든지 보겠다는 것입니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시험을 치르게 해 주십시오. 앞으로는 비정규직으로 뽑지 말고 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뽑아달라는 것입니다. 2류 국민, 3류 국민을 벗어나게 해달라는 정당한 투쟁이 왜 욕을 먹고 비난을 받고, 비웃음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욱 황당한 건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를 가장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로 평등을 가르치고, 차별은 안 된다고 가르쳐야 할 교사들과 공무원노조라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학교 비정규직의 처절한 절규를 가장 짓밟고 반대하는 사람들입니다. 왜인 줄 아십니까? '니들이 뭔데 학교 내에서 우리와 같아지려고 하느냐'는 것입니다. 기득권과 특권의식 차별의식이 너무나 팽배해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부터 '누구는 정규직', '누구는 비정규직'으로 구분하고 차별과 냉대를 배워서는 안 됩니다. 학교 비정규직 파업에 대해 국민여러분들의 이해와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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