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급식 종사자 등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시작하자 일부 지역 학교, 학생, 학부모들은 "불편해도 괜찮다"며 노동자들의 파업을 지지했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는 메시지가 퍼지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민주일반연맹 소속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3일 파업에 돌입했다. 주최측 추산 5만여명, 고용노동부 추산 2만 5천여명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비정규직 파업이다.

파업 구호는 "비정규직 철폐하고, 직접 고용하라"다.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시대' 공약에 따른 정규직 전환 정책이 허울뿐이라는 지적으로,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과 무기계약직 전환 방식의 정규직 전환 방식, 더딘 정규직 전환 속도가 파업 이유로 꼽힌다. 이와 맞물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9급 공무원 80%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는 중이다.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 총파업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비정규직 철폐, 차별 해소, 처우개선 등을 촉구하며 청운동 주민센터 방면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이날 전국 학교에서는 급식이 중단되었으나 일부 지역 학교, 학생, 학부모들은 이들의 파업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가정통신문, SNS 등을 통해 밝혀 눈길을 끌었다. SNS상에서는 '불편해도 괜찮아요'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학생들의 파업 응원 메시지가 올라오고, 도시락 사진을 인증하는 학부모들의 게시물들이 공유됐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파업을 지지한 학교도 있다. 인천 서흥초등학교와 남동초등학교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파업을 지지하고 대체급식 조치에 대한 학부모 양해를 구했다.

해당 가정통신문에는 "우리 학생들이 잠시 불편해질 수 있으나 불편이라고 생각하기보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함께 지켜주는 일이라 여기고 그것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일임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모든 노동자가 각자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으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 비정규직이라고 차별받는 일 없는 세상을 소망한다", "소외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으면 좋겠다. 땀 흘려 일하는 학부모님들의 배려와 지지를 부탁드린다" 등의 문구가 실렸다.

인천서흥초등학교 6월 28일자 가정통신문

가정통신문을 작성한 서흥초등학교 김지국 교장은 4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통화에서 "이번 파업은 우리 학생들의 식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대체 급식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알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단순하게 파업으로 대체급식을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리기보다는 그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가, 우리 아이들 가까운 곳에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상황은 어떤 것인가,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도 무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참에 함께 알려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통신문 작성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가정통신문을 받아 본 학부모들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김 교장은 "아무래도 빵과 음료가 밥을 충분히 대신할 수는 없고, 아이들 점심이 부실해지지 않을까 걱정하시는 부모님 마음은 당연한 거다. 그리고 우리 사회 파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은 걸 알기 때문에 어느 정도 각오도 했다"면서 "그랬는데 실망스럽게도, 아직까지는 불만전화가 없다. 오히려 제 개인 SNS를 통해 학부모님들 몇 분은 '좋은 교육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주시기도 했다"고 답했다.

이어 김 교장은 "지금까지 파업만 하면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았다. 파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교장은 학생들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가정통신문을 작성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우리 학생들이 그동안 점심되면 따뜻한 밥, 맛있는 반찬 나오는 걸 당연하게 여겼을 거다. 하지만 거기에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의 땀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고, 그분들이 받는 노동의 대가가 정당한지, 존중받고 있는지, 주어진 권리가 무엇인지에 대해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겠다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