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조선일보가 사주일가 비호를 위해 증인의 신뢰도 떨어뜨리기에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는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2019년 들어 조선일보가 '장자연'을 언급한 기사는 78건(네이버 검색 기준)이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장자연 사건을 철저히 재조사하라고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난과 윤지오, 유장호씨 등 메신저 공격으로 점철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지도부가 조직의 명운을 걸고 철저히 (장자연, 김학의, 버닝썬 사건) 진상을 규명하라"고 지시한 것을 빌미로 비난의 날을 세우기 시작했다.

장자연 사건 중 조희천 성추행 사건에 증인 출석하는 윤지오씨. (연합뉴스

또한 지난 4월 대검 진상조사단에서 활동했던 박준영 변호사가 장자연 사건의 주요 증언자인 윤지오씨의 증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조선일보의 집중적인 메신저 공격이 시작됐다. 조선일보는 김대오 기자, 박훈 변호사, 김수민 작가 등이 제기한 거짓 증언 논란을 보도하며 윤지오씨의 신뢰도 문제에 집중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조선일보 사주일가의 연루 의혹은 논외였다.

조선일보는 4월 17일 <"김학의·장자연 사건, 여론과 이해관계 휩쓸리며 과장·왜곡"> 기사를 시작으로 4월 23일 <경찰 "윤지오 신변위협 정황 없어…비상호출 무응답은 기계 조작미숙">, <"경호비용만 매달 2800만원"…美사이트에 '윤지오 이름'으로 모금캠페인 개설>, <김수민 측 "윤지오 명예훼손·모욕 고소"…윤지오 "소설 쓴다" 맞고소 방침>, 4월 24일 <경찰 "윤지오 긴급호출 접수 안된 건, 버튼 조작 잘못한 탓">, <윤지오, 캐나다 출국하며 현장 생중계…기자들에 "굉장히 무례하다">, <박훈 "윤지오, 장자연 문건 조선일보 부분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것처럼 기망했다"> 기사를 출고했다. 4월 27일에는 <"사람들 기망해 재산상 이득" 윤지오 사기혐의로 고발당해", 4월 28일 <'논란 속 출국' 윤지오 "한국 언론 너무 창피…UN·CNN과 접촉할 것">, 4월 29일 <경찰, '거짓증언 논란' 윤지오에 숙박비 900만원 대줬다> 기사를 작성했다.

검찰 과거사위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를 발표하자, 조선일보는 10, 11면 등 2면을 동원해 사주일가 방어에 나섰다. 5월 21일자 조선일보에는 <장자연은 왜 죽음 선택했나…이 물음엔 시종 침묵한 과거사위>, <본질 외면한 채…조선일보 흠집내기 올인하다 13개월 허송>, <검·경·법원 "방상훈 사장은 관련없어"…과거사위는 그래도 "수사 미진하다"> 기사를 게재했다.

과거사위 발표 이후 조선일보의 대대적인 메신저 공격이 시작된다. 5월 23일 <윤지오가 퍼뜨린 의혹…검증 없이 확성기 노릇 한 방송사들> 기사를 시작으로, 5월 24일 <장자연 전 남자친구 "윤지오 이름 한 번도 못 들어…고인에 치명적인 주장 잔인하다">, 5월 30일 <윤지오 이번엔 표절논란…서울 전시회 참가 취소>, 6월 5일 <윤지오 후원자들 "돈 돌려달라" 소송 예정>, <[선우정 칼럼] 윤지오의 '먹잇감'>, 6월 7일 <윤지오 "후원계좌 열어달라고 한 건 시민들…돈 달라고 구걸한 적 없다">, 6월 8일 <[Law&Life] 윤지오에 낸 후원금 돌려받을 수 있을까> 기사를 게재했다.

6월 10일에는 <"분유값 아껴 후원했는데..." 윤지오 후원자 440여명 후원금 반환소송>, 6월 11일 <윤지오 판 깔아준 방송·정치인…거기에 당한 후원자 수백명>, 6월 12일 <윤지오, 또 고발돼…"국가와 국민 속이고 호텔비 900만원 지원받아">, <"장자연 사건에 홍준표 연루 의혹" 윤지오의 발언, 경찰 명예훼손 혐의 수사>, 6월 13일 <"윤지오 호화 호텔비 지원해 국고 낭비" 의원 출신 변호사, 박상기·민갑룡 고발>, <윤지오 호화 호텔비 부당 지원...檢, 박상기·민갑룡 고발사건 수사 착수>, 6월 14일 <'윤지오 방패막이 되겠다'던 안민석 "의원들 난처해졌다...모두 제 탓">, <윤지오를 '의인' '피해자' 만든 靑·정부도… 지금은 철저히 침묵>, 6월 15일 <'윤지오 방패막이' 자처했던 안민석 "국민의 판단 흐릴 정도는 아니었다"> 기사를 잇따라 게재했다.

6월 16일에는 <윤지오, '유일한 목격자'에서 '프로 소송러'로...고소·고발에 뒤덮인 그녀의 100일>, 6월 17일 <[김광일의 입] '윤지오의 농단', 대통령이 해명하라>, 6월 20일 <후원금 논란 윤지오… 경찰, 계좌 압수수색>, 6월 22일 <[터치! 코리아] 孫과 尹의 거짓말… "내 그럴 줄 알았당께"> 기사가 나왔다. 이에 더해 장자연 사건에서 문건을 작성하게 한 인물로 거론되는 유장호씨와 관련해서도 6월 26일 <장자연 前소속사 대표, 위증 혐의로 검찰 소환>, 6월 28일 <'장자연 문건' 공개한 前매니저, 스칼렛 요한슨 미끼로 억대 사기> 기사를 게재했다.

이 같은 조선일보의 보도를 살펴보면 장자연 사건 증인들의 신뢰도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자연 사건의 본질은 증인의 과거 행적이나 증인에 대해 벌어지는 논란이 아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조선일보 일가 등 권력자들의 신인배우에 대한 성착취, 언론권력에 의한 수사 무마 시도 등이다.

과거사위는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가 수사 무마를 위해 외압을 행사했다고 인정했다. 2009년 당시 조선일보 경영기획실장 강모씨를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사위는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었던 이동한씨가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며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겁니까"라고 협박한 것을 사실로 인정했다.

이씨는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 경기청 형사과장을 만난 사실도 있다. 이씨는 "경찰청장에게 빨리 조사해 무고함을 밝혀달라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했지만, 강 전 청장은 "방 사장에 대한 경찰조사를 막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선일보 측이 장자연 사건의 수사기록을 제공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지만, 당시 수사팀 소속 황모씨로부터 "수사상황을 조선일보 법조팀이 다 알고 있었고 진술서를 실시간으로 받아봤다", "어떤 경찰관으로부터 '장자연 사건 송치 무렵 기록 전체를 9부 복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장자연씨와 동석했던 것도 인정됐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2008년 10월 28일 장자연, 방정오 및 김종승의 휴대폰 기지국 위치, 김종승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 김종승과 매니저 김모씨의 진술, 한모씨의 진술을 종합하면, 당시 방 전 대표와 장씨가 동석한 사실이 인정된다.

과거사위는 "이와 같이 방OO(방정오)가 한OO의 소개로 김종승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던 사실이 인정되고, 2008년 10월 28일 주점 모임 외에 2008년 11월 4일에도 김종승과 방OO(방정오), 한OO 사이에 통화내역이 발견됐으므로, 수사검사는 방OO(방정오)의 통화내역을 더 넓게 확인해 이들의 관계를 명확히 확인했어야 함에도 2008년 10월 28일자 모임 당일과 다음 날의 이틀간 통화내역만 좁게 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했다.

이처럼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에서 당사자로 볼 여지가 많다. 장자연 사건 재조사 과정에서 침묵하던 조선일보가 증인에 대한 메신저 공격에 앞장서는 것이 부적절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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