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YTN의 적폐청산 기구인 'YTN 바로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이하 미발위)가 2008년 구본홍 사장 취임 이후 10년 간 인사·보도·경영부문에 발생한 부조리 행위에 대해 조사결과를 내놓고,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인사 조치를 사측에 권고했다.

미발위는 ▲이명박 정부 초기 'YTN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이유로 한 부당인사 ▲'이건희 동영상 취재 무산' 사태에서의 경영진·부서장들의 조직적 취재 방해 ▲'국정원 댓글 보도 중단 사태'를 발생시킨 당시 보도국장의 지시 ▲'돌발영상 폐지'를 위한 의도적 인사조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통령 관련 보도 불방·축소·무마 사례 ▲배석규 전 사장의 부적절한 업무추진비 사용 등의 비위행위를 확인했다.

미발위는 3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 같은 내용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측에 관련자 징계 및 인사조치를 권고하고, 피해복구와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 마련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미발위는 2017년 YTN 노사 합의로 설치된 기구로서 2008년 7월 구본홍 사장 취임 이후 발생한 각종 부조리의 청산과 이를 통한 미래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 아래 지난해 10월부터 조사 활동을 시작했다.

상암동 YTN 사옥 (사진=YTN)

■ YTN 전임 경영진,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 보복성 부당 인사로 대응

미발위가 밝힌 핵심 조사내용과 그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이뤄진 구본홍 사장 선임 국면에서 비롯된 부당인사 사례가 있다. 구 전 사장은 이명박 캠프 언론특보 출신으로 당시 언론노조 YTN지부는 '낙하산 사장 반대 및 공정방송 사수' 투쟁을 벌였다. 구 전 사장은 이에 취임 2개월 만에 노조 조합원 33명을 무더기 징계(해고 6, 정직 6, 감봉 8, 경고 13)했으며, 이후 YTN 노조는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 'YTN 해직사태'로 알려져 있는 사건이다.

2008년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노조원들(왼쪽부터 조승호, 우장균, 현덕수, 노종면, 권석재, 정유신) (사진=전국언론노조 YTN지부)

구 전 사장 사퇴 이후 사장 직무대행을 거쳐 사장이 된 배석규 전 사장 시절에도 부당인사는 지속됐다. 2009년 8월 구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한 이후 6년간 YTN 사장을 역임한 배 전 사장 역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부당 징계(정직 10, 감봉 4, 경고 4, 지방발령 13)를 남발했다.

구 전 사장의 고등학교 후배로서 구 전 사장 체제에 신설된 전무 자리부터 사장대행을 거쳐 사장이 되고, 사장연임까지 성공한 배 전 사장에 대해 YTN노조는 처음부터 '낙하산' 인사로 규정하고 사장 선임에 반대했다. 이 같은 조직 내부 분위기를 배 전 사장은 인사와 소송으로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으로 2009년 11월 법원이 YTN 해직자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을 당시 배 전 사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했다. 이는 구 전 사장이 노조와 합의한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는 내용을 뒤엎은 것으로, 미발위는 이후 YTN 사태가 장기화 국면에 빠졌다고 평가했다.

과거 YTN은 경찰에 '노조원 체포'를 요구하기도 했다. 미발위에 따르면 YTN 경영기획실은 2009년 3월 YTN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자 경찰에 시설물과 신변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는데, "당사의 신고가 있을 경우 즉각 경력을 출동시켜 현행범으로 체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공문에 명시했다. 2012년, 2013년 주주총회에서도 경영기획실은 해당 문구를 경찰에 보내는 공문에 명시했다.

2008년 9월1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가 <뉴스의 현장> 생방송 도중 손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미디어스)

이 같은 조사결과에 미발위는 부당 징계와 인사로 고통 받은 구성원들에 대한 회사의 공식 사과와 명예회복을 위한 실질적 조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을 권고했다.

특히 미발위는 전임 경영진이 경찰 협조 공문에 자사 구성원들에 대한 '체포'를 명시한 것 자체만으로 공분을 사기 충분한 일이며, 주주 자격으로 주총에 참여한 노조원들에 대해 경찰력 동원을 요청한 것은 주주권 침해에 해당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미발위는 사측에 노무관리, 특히 노사 관계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노조활동·주주권 행사에 대한 방해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을 권고했다.

정치·경제권력 눈치 본 YTN대통령 녹취 들어가면 '불방', 대통령 비판 기사는 축소·무마

미발위 조사로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돼 온 보도전문매체 YTN의 보도 독립성 훼손 사례도 드러났다. 대체로 데스크권 남용에 따른 보도 독립성 훼손 사례였다.

우선 미발위는 지난 10년 간 YTN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는 '대통령'에 대한 비판영역은 '성역'으로 간주되어 왔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YTN에서는 대통령 녹취가 포함된 리포트는 '불방' 처리됐다. 2009년 9월 이명박 정부 초기, 정부 정책 비판 기사에 대통령의 녹취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국회반장 데스킹까지 받은 리포트가 정치부장에 의해 불방 조치되는가 하면, 2014년 1월 박근혜 정부 초기에도 역시 대통령 녹취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사건팀장 가승인을 받은 리포트는 보도국장에 의해 녹취가 삭제됐다. '대통령 녹취가 들어가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 '대통령 녹취를 리포트 앞에 사용하면 자칫 본말이 전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통령 관련 보도는 경영진의 무마·축소를 당해야 했다. 미발위에 따르면 2009년 5월 이명박 정부 초기 YTN 경영진은 대통령 측근 관련 단독기사 출고를 무마하려 했다. 당시 전무이사는 당사자 측으로부터 취재 내용이 사실 무근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보도국장을 통해 취재 무마를 시도했지만, 사회1부장의 거부로 관련 보도가 방송될 수 있었다. 2012년 10월 이명박 정부 말기에는 대통령 수사 관련 기사가 축소됐다. 대통령 관련 의혹에 청와대 개입 정황이 있다는 내용의 리포트였는데, 해당 내용은 빠진 채 속보성 단신 처리됐다.

2013년에는 YTN의 간판 프로그램이었던 '돌발영상'이 폐지됐다. 미발위는 "경영진 및 보도국 수뇌부는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온 돌발영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는 제작진 와해를 통한 프로그램 폐지로 이어졌다"며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를 이어오던 자사의 간판 프로그램을 스스로 폐지한 사안으로, 자기 검열의 극단적 사례"라고 밝혔다.

또한 미발위는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단독기사 보도 중단 사태를 "정권에 부담이 되는 특종기사의 보도를 보도국 수뇌부가 중단시킨 사례"라며 YTN 보도 독립성 및 자율성이 침해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2013년 6월 박근혜 정부 초기 YTN에서는 보도국장과 편집부국장에 의해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 단독기사 보도가 중단됐다. 당시 보도국장과 편집부국장은 입장문 등을 통해 '보도 중단은 편집부국장의 판단'이라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했으나, 미발위 조사결과 보도국장의 지시에 의한 중단으로 밝혀졌다. 당시 YTN 기자협회는 해당 사건으로 보도국장 신임·불신임 투표를 진행했으며, 사측은 이를 이유로 기자협회장을 징계 조치했다.

YTN은 자본권력의 눈치도 살폈다. 2015년, 뉴스타파 보도 이전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을 제보받은 YTN은 제보 접수 당일 조준희 사장 주재 회의에서 취재진 배제와 사회·경제부장 주도의 확인 취재 방침을 결정했다. 이후 사회·경제부장은 사장 지시에 따라 취재진을 배제한 채 제보자와 삼성을 접촉했고, 제보자는 취재진과 연락을 끊었다. 당시 사회부장과 제보자 간 통화가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로 공개되면서 '삼성 제보 토스', '제보 팔이' 의혹이 일었던 바 있다.

이 같은 보도 독립성 훼손 사례에 미발위는 "조사 대상 대부분이 데스크권 남용에 따른 보도 독립성 훼손에 해당한다"며 노사 양측에 보도 독립성 훼손 차단을 위한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YTN은 미발위 활동을 존중하며, 미발위의 권고에 대해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YTN은 "9개월 동안의 YTN 미발위 활동을 존중한다. 백서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건의 및 제언에 대해서 적극적인 조치에 들어가겠다"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과거 10년 역사에서 잘못된 점을 바로잡고, 그 잘못으로 인해 상처받은 구성원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되기를 희망한다"고 적폐청산 의지를 내비쳤다.

정찬형 YTN 사장은 사장 후보자 시절부터 '시스템에 의한 반성과 청산'을 강조해왔다. 미발위 결과가 도출되고 사측이 '적극적 조치' 입장을 밝힌 만큼 YTN의 부조리 행위 관련자에 대한 징계·인사조치와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YTN은 "다시는 언론의 본령이 훼손되는 잘못되는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보완하겠다"며 "YTN이 시청자 앞에 더 바로 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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