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드라마의 캐릭터들을 돌아본다면 제일 먼저 ‘짐승남’을 떠올리게 된다. <추노>에서 근육질 상반신으로 화끈한 액션을 소화하는 캐릭터들이 짐승남 열풍을 일으켰었다.

그것은 2PM 등 짐승남 컨셉의 남자 아이돌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낳았다. 여자는 청순글래머에 꿀벅지, 남자는 짐승남이었던 것이다. 한국의 짐승남 아이돌들은 요즘 일본에 진출하며 해외에서까지 짐승남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부드러운 꽃미남 캐릭터의 공세도 있었는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의 이승기와 <성균관 스캔들>의 송중기를 꼽을 수 있다. 이승기는 이 작품을 통해 흥행배우의 입지를 다지면서 당대에 가장 사랑스러운 남자로서 아성을 쌓았다. 송중기는 떠오르는 꽃미남으로 화장품CF에 가장 어울리는 남자가 되었다. 열풍은 짐승남이었지만 여심을 사로잡는 실속은 꽃미남들이 챙긴 것 같다.

후반기엔 ‘까도남’ 신드롬이 일어났다.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라는 이 신조어는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와 함께 여심을 사로잡는 또 다른 코드가 되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시크릿가든>의 현빈이다. 한국의 여성들은 연말에 ’현빈앓이‘에 빠졌다. 까도남 계열엔 <성균관 스캔들>의 믹키유천과 <파스타>의 이선균도 꼽을 수 있겠다.

흑기사 캐릭터도 인기를 끌었다. <검사 프린세스>의 박시후가 전반기 대표 흑기사였다면, <성균관 스캔들>의 유아인은 후반기를 대표하는 흑기사라고 할 수 있다. 박시후는 ‘서변앓이’, 유아인은 ‘걸오앓이’ 신드롬을 만들어냈다.

차도남이나 까도남을 비롯해 모든 인기 캐릭터들이 은근히 흑기사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도와주고 지켜준다는 뜻이다. 흑기사들은 대체로 잘생겼다는 공통점도 있다. 결국 여심은 의지할 수 있는, 능력 있고 잘 생긴 남자들에게 꽂혔던 것이다.

전체적으로 강력한 여자 캐릭터가 부족했던 것이 2010년의 아쉬운 점이다. 물론 드라마에선 영화처럼 극단적으로 남자배우들이 인기를 독식하진 않았지만, 대중음악계의 걸그룹 이외의 부문에서 남자들이 득세하는 트렌드를 역행하진 못했다.

온갖 남자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인기를 끌었지만, 결국 ‘돈 많고 잘 생기고 스타일리쉬한 몸짱‘으로 수렴되면서 현실의 '루저'들에게 절망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데에서 연유한 절망이 허각을 향한 열광적 지지로 나타났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