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만났다. 꺼져가던 북한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성과가 불투명하다며 "대북 제재만은 건드려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1일자 조선일보는 <무슨 정치 이벤트 벌이든 북핵 폐기로 가는 길이어야 한다> 사설에서 "69년 전 전쟁의 세 당사국 정상들이 전쟁이 멈춘 경계선에서 회동한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이라면서 "그러나 이날 만남은 그 상징성을 빼고 나면 어떤 성과가 있었던 것인지 불투명하다"고 평가절하했다.

▲1일자 조선일보 사설.

전날 남북미 정상의 회동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울 방문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을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누고 싶다"는 트윗으로 시작됐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화답했고, 세 정상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재선용으로 이용하려 한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실제로는 트럼프의 방한 결정 때부터 물밑에서 깜짝쇼가 논의됐을 것"이라며 "회담 의제를 조율할 실무 접촉은 물론 없었다. 북핵 회담이라기보다는 트럼프 재선용 이벤트에 김정은이 호응해준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기 전인 2년 전 상황은 매우 위험했었는데 그 사이 많은 진전이 있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며, "자신이 한반도를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동을 재선 도전의 도약대로 활용하려고 한다"고 썼다.

북미가 비핵화 협상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 중심으로 꾸린다는 협상팀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라는 기존 원칙을 유지할 것인지, 김정은이 그런 실무 협상에 응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정치인들이 표를 위해 이벤트를 벌일 수 있다. 막을 수도 없다. 다만 무엇을 하더라도 5100만 한국민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김정은을 핵 포기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길인 대북 제재만은 건드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 어깨에 놓여 있다"고 책임을 돌렸다.

당장 조선일보가 걱정하는 대북 제재 해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북한은 핵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고 유해송환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며 "제재가 아직 해제되지 않았지만 저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이란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서두르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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