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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만찬’- 제복 입은 시민, 경찰의 인권[미디어비평]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9.06.29 11:55

KBS <거리의 만찬>은 하고 싶은 말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렇기 때문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억울한 사연을 배경으로 한다. 28일 방영된 <거리의 만찬> 31회는 경찰을 초대했다. 일감으로는 ‘엉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를 쫓고, 체포하고 하다못해 범칙금 스티커를 떼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경찰이 억울하다니 선뜻 납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논란이 되었던 대림동 여경사건을 보면 억울할 수 있다. 술에 취한 사람을 여경 혼자 제압하지 못했다고 비난이 쏟아졌다. 여경이 아니라 누구라도 술 취한 사람을 폭력 없이 제압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물론 영상 속 여경이 매우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면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이 영상이 엉뚱하게도 여경 무용론으로 발전한 데 있다.

KBS <거리의 만찬> 31회 ‘극한직업 지구를 지켜라’ 편

<거리의 만찬>이 경찰을 찾은 것은 이번 논란과 전혀 다른 발상 때문이었다. 이번 <거리의 만찬> 31회 ‘극한직업, 지구를 지켜라’ 편을 연출한 이승윤 피디는 “왜 경찰관이 욕을 듣고, 뺨을 맞은 사실에 관해선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공무집행방해라는 범죄가 성립한다. 실제 영상 속에서도 폭행 후 경찰관의 체포과정이 담겨 있다. 

<거리의 만찬>이 찾은 곳은 전국에서 신고 건수가 가장 많다는, 다시 말해서 가장 바쁘다고 할 수 있는 홍익지구대였다. <거리의 만찬>이 동행한 홍익지구대의 하루는 치열했다. 유흥가라면 어디나 그렇듯이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의 일상은 술에 취한 이들을 안전하게 귀가시키는 것이었다. 거기까지면 좋겠지만 그 보호는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적어도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의 일상은 범죄해결보다는 주취자들과의 실랑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경찰에 굳이 호의적이지 않더라도 경찰관들이 받을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이라는 정도는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매번 주취자의 폭언과 폭행에 수갑을 채울 수도 없다. 심한 욕을 듣고도 그러려니 해야 하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다. 

이지은 홍익지구대 대장은 “시민의 인권은 경찰이 지켜드리겠습니다. 경찰의 인권은 시민 여러분께서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하는 장면도 있었다. 경찰이 시민에게 인권을 지켜달라고 할 만큼 현장 경찰관들의 겪는 어려움과 달리 비난을 받는 이중고가 느껴졌다. 실제로 한 해에 자살하는 경찰의 수가 17명을 넘는 통계도 확인했다.

KBS <거리의 만찬> 31회 ‘극한직업 지구를 지켜라’ 편

그런 현장 경찰관들의 애환을 모를 바 아니지만 당장 그들의 손을 잡기는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쉬우면 찾을 수밖에 없지만 현실에서 대하는 경찰관들이 그다지 친시민적이라고 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랜 역사 속에서 굳어진 권력의 시녀로서의 경찰 이미지가 워낙 큰 때문이다. 그로 인한 불신과 분노는 김복준 전 형사(영화 <살인의 추억> 실제 주인공)의 말대로 경찰의 숙명적 원죄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것이 아주 오래전 일이 아니다. 경찰이 세월호 가족들을 사찰한 것도 그렇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경찰의 반민주적 행위들이 넘쳐나고, 그것들이 과거의 일들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경찰 상층부와 현장 경찰관들을 따로 떼어놓고 바라보아야 한다. 그렇지만 어차피 시민들이 보기에는 모두 다 경찰이다. 어떤 측면에서 경찰이 억울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시민들이 경찰로부터 겪어야 했던 억울한 사연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 

<거리의 만찬>이 논란의 이면을 아니 본질을 바라보겠다는 발상과 취지는 나쁘지 않았으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경찰의 억울함이 아니라 반성의 모습이 더 필요했을지 모른다. 마치 이만큼 하는데도 욕할 거냐는 공감의 강요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을 담기에 한 시간은 너무 부족했다. 그렇지만 경찰도 ‘제복 입은 시민’이라는 관점을 제시한 것의 의미는 컸다. 경찰 또한 여경의 문제는 단숨에 해결할 수 없다. 그렇게 한 걸음씩 떼는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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