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통합방송법 논의에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방송사업자'가 아닌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별도 규정하는 안이 추진되고 있다. OTT의 영향력을 고려해 방송법 내로 포괄하되,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해소와 산업 진흥을 위해 규제는 최소화한다는 내용이다.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 논란도 1인 미디어가 통합방송법 논의에서 배제되면서 일단락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해외사업자와 국내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 문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내용심의 기준 문제, 플랫폼 사업자와 개인을 구분하는 기준의 모호성 등이 향후 쟁점으로 남게 되면서 장기적인 후속 논의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OTT 서비스의 법적 지위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언론공정성실현모임(대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OTT 서비스의 법적 지위 방안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스)

앞서 김성수 의원이 '통합방송법'(방송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방송법 전반에 대한 재·개정 논의가 시작됐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 속도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20년 간 정체돼 있는 낡은 방송법 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논의는 출발했다. 그러나 논의 시작 단계에서 OTT가 난제로 제기됐다. OTT를 방송법에 편입해 규제하는 방식에 대해 사업자 간 이해관계부터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의 부절적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이에 언론공정성실현모임은 지난 1월 열린 '방송법제 개편과 OTT정책 방향' 공청회 이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검토를 거친 수정안을 오늘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김 의원은 "OTT를 방송법에 포섭하는 원칙은 고수하고, OTT를 별도로 정리하는 규정을 두어 기존 방송과는 다른 최소 규제 원칙을 지켰다"며 "플랫폼 사업자를 규제하고,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 대해서는 제약 조건을 두지 않아 표현의 자유 문제를 벗어나려고 했다"고 수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OTT 사업자를 기존 '부가유료방송사업자'와 '인터넷방송콘텐츠제공사업자'로 구분하던 것을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별도 명시한다.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실시간·비실시간 방송프로그램, 영상, 음성, 음향, 데이터 등의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으로 정의했다. IPTV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지만 유료방송사업에 해당하기 때문에 제외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는 방송사업자와 외주제작사 또는 이용자(1인 미디어) 등으로부터 '경제상의 이득'을 조건으로 콘텐츠를 공급받거나 수집·중계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사업자로 정의했다. 단, 개인 또는 사업체가 온라인 상에서 자신 또는 자사의 콘텐츠를 제작하여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경우는 그대로 '부가통신사업자'에 해당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튜버 등 1인 미디어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에 남는다.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는 방송사업자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 규제 원칙에 따라 일부 규제만 적용받게 된다. 시청자 권익증진과 공정경쟁 사항에 초점을 맞춰 규제를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OTT 사업자의 법적 지위 부여 방안' 중 발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방송사업자'가 아닌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로 별도 규정하는 내용.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발제자료)

OTT 사업자 규제 사항은 ▲시청자 권익증진 ▲내용심의 ▲내용규제 ▲영업규제 ▲공정경쟁 사항으로 나뉜다. 수정안은 OTT 사업자가 이용자에게 다양하고 품격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용자 권익 증진과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노력하도록 규정했다. 내용심의는 방송 공정성 차원의 내용심의가 아닌, 이용자 권익증진의 차원에서 필요할 경우 방통심의위가 심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방통심의위가 별도의 심의규정을 제정·공표할 수 있도록 하고, 필요하다면 방송심의규정보다 낮은 것을 두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는 과기정통부장관에 이용약관에 대한 신고 등을 하면 사업이 가능하다. 아울러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는 금지행위 규제 준수, 방송분쟁 조정 해결, 관련자료 제출·재산상황 제출 등 공정경쟁 사항 대상자가 된다.

최 연구위원은 OTT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는 가운데 OTT 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사업자' 개념 속에 놓여있으면서 실질적으로는 유료방송사업자와 직접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법 내 포섭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플랫폼 사업자의 지위만을 규제 대상으로 고려해 규제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연구위원은 수정안 역시 여전히 후속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 내용심의의 경우 수정안에서 '이용자 권익 증진'이라는 표현을 넣었지만, 온라인동영상제공사업자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심의규정 제정과 공표에 관한 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실효성 확보도 쟁점으로 남아있다.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OTT를 방송법 내 포섭해야 한다는 국내의 시도가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시됐다. OTT를 어떻게 규정하고 규제할지 한국보다 일찍 논의를 시작한 해외 여러 국가의 경우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한 OTT 규제 정의가 자칫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곽동균 정보정책연구원(KISDI) 연구위원은 "방송시장에서 OTT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는 가운데 입법기관의 법제화 움직임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 "다만 미국은 2014년부터 OTT를 최대 유료방송사업자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4년이 넘은 지금까지 아직 결론을 못냈을 만큼 간단치 않은 문제다. 해외사례를 다 믿지는 않더라도 검토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곽 연구위원은 "유럽은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미국업체가 사실상 방송시장을 장악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고민이 크다"며 "EU 회원국들이 9월까지 시청각미디어서비스지침을 반영한 입법절차를 마무리하는데 굳이 다른 국가들의 답을 보지 않고 먼저 답을 쓸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때문에 한시적 특별법 형태의 입법을 통해 OTT에 대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먼저 하고, 해외사례 등도 충분히 검토한 뒤 답을 구하는 게 순서에 맞다는 게 곽 연구위원의 제안이다.

김유향 국회 입법조사처 선임입법조사연구관은 곽 연구위원이 제안한 한시적 특별법에 대해서는 특별법의 속성상 규제 강화 논의로 이어지는 경향 등을 고려해 반대했지만, OTT를 당장 방송법에 포섭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김 팀장은 "OTT를 반드시 방송법 내에서만 얘기하는 것 자체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 OTT 서비스를 방송체계에 들여 놓는다고 해서 미디어시장이 얼마나 성장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내용규제 측면에서 개인과 플랫폼 사업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을지, 방통심의위의 심의가 사실상의 내용규제와 다름없는 것은 아닌지,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형평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의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방송통신 융합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통합적인 법 논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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