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신완 MBC PD가 오는 7월 방송계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방송계 과로를 막기 위한 PD의 노력과 제작시스템 정착, 규제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25일자 경향신문에 실린 '과로가 낭만인 시대는 끝났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방송제작은 노동강도가 세기로 유명한데, 지금까지 그 '빡센' 분위기가 문제로 지적되기보다 낭만화되어 온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PD는 "과로는 젊음을 불태운다는, 영혼을 바친다는, 사명을 다한다는 식으로 포장되었다"며 "영웅담이 방송사에 넘쳐났다. 조연출 때 며칠 동안 몇 시간밖에 못잤다는 것으로 입씨름이 붙었다"고 '과로가 낭만인 시대'를 압축해 설명했다. 그는 자신 역시 "건빵바지 하나로 버티고 상의를 몇 개 갈아입으며" 일을 지속하는 것처럼 보이려 했고, "쟤는 왜 집에 안 가고 일만 하니?"라는 칭찬을 받으며 일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PD는 자신의 이 같은 태도가 어리석었음을 곧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죽음의 문턱을 경험했다. 지금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을 나 역시 몇번 느꼈다"며 "회사가 그런 분위기를 강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시스템이 강제되지 않는 공간에서 전력을 다하려는 PD에게 브레이크를 걸기는 쉽지 않다. 과로가 낭만화되었던 시간은 다른 누군가에는, 또 그렇게 생각한 이들에게도 사실 잔인한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또 김 PD는 "과로는 페미니즘 관점에서 남성중심사회를 공고히 하는 기제가 되었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썼다. 그는 "육체적으로 '나약한' 사람이 소외되었고 일할 때건, 술 마실 때건 '최선을 다하는' 후배가 대접받았다"며 "규정된 시간 안에서 일을 할 경우 생기지 않을 편향이 자리잡게 된 거다. 남자들이 입사 후에는 더 유능하다는 인식도 착시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김신완 MBC PD <과로가 낭만인 시대는 끝났다>. 경향신문 6월 25일 오피니언 29면.

김 PD는 방송스태프의 과로가 'PD의 무능'에서 기인한다고 봤다. 아울러 제작시스템과 관련 규제 역시 스태프들의 과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그는 "일을 오래 해보니 스태프의 과로는 PD의 무능과 준비 부족에 기인함을 차츰 알게 되었다"며 "스태프가 과로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리더는 나태해지기 쉽다. 시간 제약이 강화될수록 PD에게 필요한 것이 막연한 근성보다는 치열한 고민이라는 것을 절감한다"고 썼다. 이어 그는 "나아가 제작 시스템과 산업의 규제 환경이 노동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느꼈다"며 "직책이 높은 선배 중 현명한 이들은 디테일한 간섭보다는 환경 개선에 관심을 쏟았다. 비효율은 고민하지 않으면 당연하게만 보이기 마련"이라고 했다.

끝으로 김 PD는 지난 2016년 tvN드라마'혼술남녀' 조연출로 일하던 이한빛 PD가 세상을 떠나면서 "과로가 문제라는 인식이 더 자리를 잡았다. 후배에게 무용담을 늘어놓는 것도 창피한 일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PD는 "방송계에도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이 가까이 왔다. 건강한 환경이 강제되면 긍정적인 효과가 많을 것 같다. 아마 다른 분야도 다른 듯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글을 맺었다.

한편,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이상 21개 특례제외업종이 주52시간 근무제 체제로 전환되는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특례제외업종에 대한 선별적 계도기간을 적용하기로 했다. 3개월을 초과하는 탄력근로제 도입이 필요한 기업이나, 탄력근로 등 유연근로제 도입을 위해 노사협의 중인 기업에 9월 말까지 약 3개월 간의 계도기간을 적용한다는 방침인데,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 도입을 놓고 주요 방송사들이 노사 협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방송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늦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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