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방영된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여느 때보다 분주했다. 다뤄야 할 사안이 많기 때문이기도 했고, 평소와는 달리 기자를 무조건 비판할 수도 없는 소재 때문이기도 했다. <저널리즘 토크쇼 J> 경계해왔던 양비론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딜레마의 이유는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나홀로 기자회견과 기자들의 보이콧 사태였다.

우선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짧지만 가장 먼저 다룬 이슈는 한국 언론의 신뢰도 문제였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언론의 신뢰도는 꼴찌였다. 반면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는 과거보다 상승한 41위. 취재환경은 좋아졌으나 언론에 대한 신뢰는 더 떨어지는 기현상에 대한 <저널리즘 토크쇼 J> 정준희 교수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봤다. 또한 세계적 경향이라고도 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저널리즘 토크쇼 J>가 다룬 것은 그런 상황 속에서 벌어진 박상기 법무부장관의 나홀로 기자회견이었다. 일단은 질의응답을 차단한 법무부의 입장을 비판할 수밖에 없었다. ‘기자 없는 기자회견’은 아무리 신뢰도 꼴찌의 한국이라 할지라도 우스꽝스러운 것이며, 비판을 면키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것도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검찰과거사위원회 결과를 브리핑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질문을 받지 않겠다는 법무부장관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했다.

남은 문제는 법무부 출입기자단의 보이콧이었다. 판단이 쉽지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다. 정준희 교수도 “찬반이 나뉠 것 같다”고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소 아쉬운 지점이었다. 정준희 교수는 앞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 문제에서도 “세계적 경향”이라고 했던 부분에 이어, 기자단 보이콧에 대해서도 찬반 양쪽을 각자가 알아서 받아들이면 된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둘 다 잘못이라 할지라도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법무부장관의 나홀로 기자회견보다는 출입기자단의 보이콧에 방점을 찍는 것이 옳았다. 그것이 저널리즘 비평의 임무에 더 부합할 것이다. 기자에게 질문을 차단한 잘못은 법무부에 먼저 있었지만 보이콧은 너무 쉽고 무책임한 대응이었다. 또 자유한국당의 방식이다. 잘잘못을 떠나 공감을 얻기 힘든 이유였다. 또한 법무부에 대한 비판은 넘치고 넘쳤다. 보이콧을 기자단을 결정한 순간 정해진 수준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저리톡까지 말을 보탤 필요가 있었을지 모를 일이다.

시민들은 법무부 출입기자단의 보이콧에 대해서 “박근혜 때는 휴대폰조차 빼앗기고도 두 손 모으고 경청하더니 이제 와서?”의 반응이다. 물론 정준희 교수의 말대로 언제까지 박근혜 시절을 언론의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시절의 언론을 덮고 넘어갈 수도 없는 문제다. 더군다나 박근혜 시절 이후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집중한 것은 다른 주제였다. 이날 방송 제목이었던 ‘언론이 노조에 대한 편견을 만드는 3가지 방법’이었다. 앞선 주제들과 다르면서도 따로 구별할 수 없는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주제를 위해서 만화 <송곳>의 모티브가 되었던 하종강 교수가 출연했다.

KBS 1TV <저널리즘 토크쇼J>

하 교수가 비교한 두 문장에 한국 언론이 노조를 대하는 태도와 방식이 모두 담겼다. 먼저 한국 언론의 논조는 “현대차 노조 4,000원 더 받으려 3조 허공에 날렸나”였다. 하 교수가 주장하는 올바른 기사 제목은 “기본급 4,000원 안 올려주려 3조원 날려”라고 했다. 기업 측에서 보면 전자가 맞고, 노조 입장에서는 하 교수의 주장이 옳다. 두 문장에서 후자를 택할 수 없는 한 언론은 기업편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이 지점에서 “언제까지나 박근혜 시절이 언론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말은 무너지고 만다. 재벌에게는 못해도 문재인 정부한테는 꼭 하겠다는 언론의 선택적 기자정신이 ‘박근혜 시절’에 머물러 있다는 방증이 될 수 있다. 정부의 문제는 언론이 알아서 열심히 비판을 한다.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공격한다.

<저널리즘 토크쇼 J>가 앞서 한국 언론의 신뢰도 문제나 법무부장관의 나홀로 기자회견을 다룰 때에는 다소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에 대한 언론의 편견만들기를 분석하면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웠다. 의도였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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