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이세민 전 경무관이 당시 청와대로부터 분명하게 외압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단에 상세하게 진술했음에도 조사단이 '외압은 없었다'고 결론낸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세민 전 경무관은 1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3년 김 전 차관 관련 수사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앞서 검찰과거사위 조사단이 김 전 차관 수사와 관련해 제기된 청와대 외압 의혹에 대해 "당시 경찰들은 청와대 관계자 등 외부로부터 질책이나 부당한 요구, 지시, 간섭 등은 받은 사실이 일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결론낸 것이 그의 방송출연 계기다.

2013년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이세민 전 경무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화면 갈무리)

이 전 경무관은 경찰이 김 전 차관 성접대 의혹과 관련 동영상의 존재를 알게된 건 2013년 1월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동영상을 입수하게 된 건 3월 19일이다. 입수가 늦어진 이유는 관련자들이 검·경을 불신했기 때문이다. 이 전 경무관은 "처음에는 관련자들이 진술을 해주지 않았다. (성접대 의혹)관련자가 검찰 고위직이고, 서초경찰서에 일부 내용을 고소했는데 결국 무혐의가 났다고 했다. 설득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서 먼저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경찰청 수사국장에게 전화를 해왔다는 게 이 전 경무관의 설명이다. 이 전 경무관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첩보를 입수한 단계였다. 이를 정보로 생산하거나, 수사에 착수하는 단계가 아니였는데 3월 2일 청와대에서 당시 수사국장에게 역으로 전화가 왔다. 청와대가 '경찰에서 김학의 관련 내용을 수집하거나 동영상을 입수한 것이 있느냐', '내사나 수사에 착수한 게 있느냐' 등을 먼저 물어왔다는 것이다.

이에 수사국장, 이 전 경무관 등은 청와대에 수사나 내사 단계는 아니지만 사안이 심각하며 시중에 유포되고 있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이 김학의 대전고검장이라는 첩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 전 경무관은 이후에도 팩스, 전화, 대면 보고 등을 통해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 정무수석실, 사회안전비서관에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사람 고위공직자에 임명하는 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까지 강조해서 보고를 했다는 게 이 전 경무관의 증언이다. 당시 정무수석은 이정현 자유한국당 의원, 사회안전비서관은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의 문제제기에도 3월 13일 김학의 대전고검장이 법무부 차관으로 내정됐으며, 15일 임명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재차 해당 인사에 문제를 제기했다. 13일 내정 직후 성접대 의혹 동영상 유출 경위와 관련 내용 등을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해 실무자가 민정수석실에 다시 보고를 했고, TV조선이 이를 단독보도까지 했지만 차관 임명은 강행됐다는 게 이 전 경무관의 설명이다.

이 전 경무관은 김 전 차관 내정 이전인 3월 초부터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청와대 행정관이 수사기획관이었던 자신과 수사국장을 한 자리에 모아 '엄지손가락'을 보이면서 '김학의라는 사람은 관심사안이다. 내사나 수사가 진행되면 굉장히 부담스럽다'는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이 전 경무관은 '엄지손가락'이 VIP, 즉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또 이 전 경무관은 김 전 차관 임명 이후 관련 수사를 이어나가면서 신임 경찰청장으로부터 외압과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이 임명돼던 15일 경찰청장이 경질됐다. 이 전 경무관은 신임 경찰청장이 자신의 수사보고를 받으며 '남(김 전 차관)의 가슴에 못을 박으면 벌을 받는다', '무슨 말을 하는건지 하나도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여 섬뜩했으며, 결국 수사시작 한 달도 되지 않아 비수사 부서로 좌천당했다고 말했다.

이 전 경무관은 향후 검찰 수사단과 대검찰청에서 자신이 진술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는 방식 등을 통해 검찰과거사위 결과 발표의 허술함을 입증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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