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YTN <노종면의 더뉴스>는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국회 휴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 생각을 알아보기 위한 조사였다. 결과는 너무도 명백했다. 국민 열 명 중 여덟은 국회의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하는 데 찬성한다는 결과였다. 그와 동시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제정 청원이 21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보수층에서의 찬성이 76.4%였고, 심지어 자유한국당 지지층조차 69.9%가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정도면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이 중도층 흡수는 고사하고 자당 지지층으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요지부동이다. 국회 개원에 대한 협상이 좁혀질 때마다 새로운 요구조건을 내걸어 파행을 유지하고 있다.

(자료제공=리얼미터)

그런 와중에 SBS는 일은 하지 않지만 외국 출장은 빠뜨리지 않고 열심히 다닌 국회의 이면을 들춰냈다. SBS 보도에 따르면, 올해 해외로 출장을 다녀온 국회의원은 총 121명으로 23억 원 가까이 국고를 사용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의 조사결과다.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천렵질’이라는 질 낮은 표현을 쓴 것을 감안한다면, 국회의원들의 외국출장은 단 일 분의 휴식도 없이 오로지 의원외교에만 전력을 쏟았을 것이 분명하다.

전날 SBS는 올해 국회에서 열린 회의시간을 따져보자 국회의원 1인당 한 달에 딱 하루 회의를 한 셈이었다고 보도했다. 한 달에 딱 하루 일을 하고도 한 달 치 세비는 꼬박 챙긴 것이다. 세상에 없는 직업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의원들이 무노동 유임금의 콧노래를 부를 때 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뿐이다.

이처럼 일하지 않는 국회에 입법 기능이 제 역할을 할 리 없다. 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나고 있는데도 단 한 건의 법안 통과도 없는 상임위가 존재한다. 최악의 경우의 경우지만 다른 상임위라고 크게 다를 것 없다. 부끄럼도 없고, 국민에 대한 두려움도 없는 제왕적 국회의 현실이다.

국회는 개점 휴업인데 외국 출장은 '꼬박꼬박' 간 의원들( SBS 8뉴스 보도화면 갈무리)

오죽하면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현재 국회 로텐더홀에서 국회정상화를 요구하면 농성 중인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를 찾은 자리에서 “이번 주말까지 국회 정상화가 타결되지 않을 경우 다른 대안을 모색하겠다”고 엄포를 놓기까지 했겠는가. 자유한국당 없이 여야4당만으로 국회를 여는 데 동의하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물론 이 엄포에 자유한국당이 여태껏 틀고 있던 왼고개를 풀리는 없다. 또한 자유한국당으로서도 설마 여야4당이 국회소집을 하겠냐는 생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끝내 국민여론에도 귀를 닫고 옹고집을 피운다면 여야4당만의 국회소집은 엄포가 아니라 결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장 추경안 처리도 시급하지만 밀린 법안처리가 중요하다. 패스트트랙 논란의 핵심인 공직선거법 등은 여야가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더라도 민생법안은 처리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이다. 그것이 실효성과 명분을 갖춘 투쟁방식이라고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 지지층조차도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에게 돈 주지 말자는 의견을 표명하는 현실이다.

국회는 정당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다. 협치는 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일하지 않겠다는 몽니에 휘둘리는 것은 협치가 아니라 ‘협잡’일 뿐이다. 이렇게 일을 않고도 다가올 총선에서 또 다시 표를 달라고 할 것인지 묻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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