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탈당과 대한애국당 입당을 시사하면서 한국당이 분위기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막말 정치인'들에 대한 공천 감점과 배제,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현역의원 대폭 물갈이 등을 시사한 신상진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장은 친박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며 수습에 나섰다.

신 위원장은 12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통화에서 홍 의원의 탈당 시사에 대해 "사실 지금 황교안 대표 체제에서는 계파도 많이 소멸됐다. 보수의 분열되어 있는 모습들을 하나의 자유민주 보수로 모아 나가겠다는 게 우리 당의 기치"라며 "제가 친박을 학살하겠다 말 한 적도 없다. 단지 현역 의원의 물갈이 폭이 과거보다 클 것이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신 위원장은 "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을 현역 의원들이 책임을 안 지면 누가 지나. 20대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분위기들이 많이 강하다"며 "이것을 이상하게 일부 언론에서 '친박 학살 아니냐' 뜻으로 읽고, 홍 의원이 자기를 겨냥했거나 친박을 겨냥했다는 그런 식으로 확대 해석을 하면서 탈당 이야기까지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친박이었든 아니든 모두에게 적용되는 '시스템 공천', 과거보다 공정하게 하자는 데 가장 역점을 두고 있다"는 게 신 위원장의 해명이다.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상진 특위위원장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앞서 최근 신 위원장의 발언은 친박계 의원들을 대폭 물갈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기에 충분했다. 그는 지난 5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막말로 한국당의 지지를 깎아 먹는 그런 분들은 공천에서 감점과 아울러 공천 부적격자로까지 해서 공천룰을 만들고자 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BBS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저희가 자당의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당했고, 그 뿌리가 되는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의 많은 후유증을 갖고 있는 당이기 때문에 현역의원들이 책임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해 물갈이 폭도 크게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옥쇄파동', '막장공천'이라는 표현으로 알려진 2016년 새누리당 공천 후유증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은 현재에도 자유한국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박' 의원들이다. '막말 정치인' 당사자들 중에도 친박 의원들이 포함돼 있다. '진박'으로까지 불리며 한국당 조직강화특위 쇄신 명단에까지 오른 홍 의원이 신 위원장의 발언을 자신과 친박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홍 의원의 반응에 신 위원장이 곧장 수습에 나서는 모습과 애초 친박·막말 정치인들이 한국당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당이 공천과정에서 친박·막말 의원들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을 역임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난 3월 친박 인사들을 주요 당직에 대거 중용했다. 한선교 사무총장, 민경욱 대변인, 추경호 전략기획부장, 이헌승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이 대표적이다. 막말 논란을 일으킨 정치인들을 살펴보면 나경원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김진태·김순례 최고위원, 한선교 사무총장, 민경욱 대변인 등이다.

게다가 한국당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에 과거 인터뷰 조작 당사자이자 '태극기 세력'으로 대표되는 극우 세력 지지자인 김세의 전 MBC 기자가 위원으로 임명돼 구성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 공천 규칙을 짜고, 혁신 방안을 논의하는 특위에 직업윤리를 위반한 극우 인사가 영입된 데 대해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전 기자는 특위에서 국민 소통 매체 개발, 당 공식 유튜브 채널 개선·홍보 등의 역할을 맡았다. 전 MBC 기자였다는 점,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의 대표라는 점 등이 위원 임명의 판단 근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11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통화에서 "첫 회의를 했는데 전혀 문제를 못 느끼고, 여러가지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그랬다"며 "그분이 했다는 인터뷰 조작, 그런 것은 저는 전혀 알 수도 없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다기 보다 언론 종사자분들 쪽에서 문제가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2004년 MBC에 입사한 김 전 기자는 재직 시절 총 5건의 뉴스 인터뷰를 조작하고, 자신의 SNS 계정에 '일간베스트'를 옹호하고,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국우세력 지지 발언을 하는 등의 논란을 빚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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