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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19.8.25 일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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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다 신뢰 앞세우는 언론 되어야"[인터뷰] 정남구 한겨레지부장 "사측이 현실 외면해서 노동조합이 나섰다"
윤수현 기자 | 승인 2019.06.11 08:46

[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지난달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가 회사의 상황을 진단하는 특집 노보를 발행했다. 구성원이 밝힌 한겨레신문의 현재 상황은 암울했다. 신뢰도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으며 디지털 PV·열독률은 경쟁 신문사보다 매우 낮은 상황이었다. 현 상황 진단을 위해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전문가 그룹 인터뷰를 진행했다.(관련기사 ▶ 한겨레 노동조합이 돌아본 한겨레는?)

미디어스는 한겨레지부의 정남구 지부장을 만나 특집 노보를 만든 계기, 한겨레의 현재 상황에 대해 물었다. 정남구 지부장은 “회사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어 나섰다”면서 “독자의 신뢰를 되찾는 일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음 지부장 후보인 길윤형 기자에게 “한겨레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정남구 지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한겨레 사옥 (사진=미디어스)

Q.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는 노보는 새롭다. 이번 노보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해달라

A.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한겨레는 싸우는 신문으로 되돌아갔다. 진보 시장에 경쟁자들이 늘어나면서 한겨레 독자 저변은 계속 좁아졌다. 2016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종 보도를 할 때, 한겨레는 불의한 권력과 싸우는 신문으로서 다시 한번 그 이름을 빛냈다. 어쩌면 그게 마지막 불꽃이었을 수도 있다.

한겨레 신뢰도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고, 신문과 디지털 모두 독자가 감소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돈을 들여 추가로 조사해서 결과를 받아보니 우려하던 그대로였다. 흔히 신문의 위기, 언론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디지털 기술 환경’을 먼저 거론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이 저널리즘의 질 문제다. 독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할 때는 어느 언론도 쪼그라드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그쪽으로 고민의 방향을 돌려야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토론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진보언론 특집을 기획했다.

Q. 신뢰도·열독률·온라인 PV가 종합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A. 신뢰도의 하락을 가장 우려한다. 신뢰는 영향력의 원천이고, 영향력은 언론사의 수익을 좌우한다. 광고는 영향력에 맞춰서 간다. JTBC는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하기 전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보도 후 JTBC의 영향력은 대중 시장에까지 퍼졌다. 이어 JTBC 경영은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언론사의 수익성은 영향력에 직결되며, 영향력은 신뢰도와 독자 수와 관련이 있다.

한겨레에는 2007년 선포한 취재 보도 준칙이 있다. 기자들이 이 준칙만 지켜도 신뢰도는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은 준칙이 어디에 있는지도, 교육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준칙이 지켜지지 않은 보도가 있으면 사내 피드백이 있어야 하는데, 그걸 하지 않는다.

가장 대표적으로 익명 취재원 문제가 있다. 기사에 익명 취재원이 있으면 기자는 데스크에 취재원이 누구인지 보고를 해야 한다. 해당 논평이 적절한지, 취재원이 적절한지 데스크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고를 거의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이 생략되면 접근성 기사가 나오기 쉽다. 또 한겨레는 의견을 실명으로 표명하도록 하고 있다. 사실은 익명으로 말할 수 있지만, 의견은 실명으로 말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 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신뢰도가 낮아지게 된다.

Q. 신뢰도가 낮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겨레는 항상 3위 안에 들어간다

A. 신뢰도는 1위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 언론사가 보도를 내면, 그 다음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뉴스 시장에서는 1위가 아니면 크게 의미가 없다.

Q. 최근 들어 신뢰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JTBC가 성공한 원인에는 기존 방송 문법을 따르지 않은 것이 있다. 한겨레는 신문이기 때문에 JTBC 같은 혁신적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A. 우리는 상당히 어려운 기로에 서 있다. 신문은 변하기 쉽지 않다. 한겨레가 실패하는 이유는 경쟁 언론과 동일한 독자, 동일한 지향을 기반으로 한 기사를 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혁신이 필요하다. 2000년대 중반, 경향신문은 진보를 표방하고 여러 혁신적 시도를 했다. 그런 노력이 지금의 경향신문을 만든 것이다.

한겨레라는 언론사가 뭘 판매하는 회사인지 정립을 하고 길을 잡아 나가야 한다. 앞으로 한겨레는 신뢰를 파는 언론으로 나아가야 한다. 진보를 파는 것은 약하다. 신뢰에 강조점이 두고 진보가 뒤로 가야 발전적인 방향일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구성원이 한겨레의 미래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관성적으로 뉴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정남구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 지부장 (사진=미디어스)

Q. 노보에서도 ‘초심’이라는 말이 많이 등장한다. 한겨레의 초심은 뭔가

A. 언론의 생존 여부는 독자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을 생산하느냐, 생산하지 못하느냐에 있다. 지금까지의 한겨레는 기존 언론이 생산하지 못한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강점이 있었다. 지금은 이게 약화되고 있다. ‘한겨레가 어떤 뉴스와 논평, 콘텐츠를 생산할 때 인정받을 수 있을까’라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언론 지형이 디지털로 변해도, 존경받을 수 있는 언론이 되어야 한다. 한겨레라는 브랜드가 커지는 것이 초심이다. 

Q. 신뢰를 회복하고 초심을 찾는 것은 회사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A. 회사가 해야 하는 일이 맞다. 그런데 회사가 현실을 외면하고 있으니 노동조합이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사측 사업부서에서 '진보언론' 특집과 비슷한 결과가 나온 보고서가 올라간 적 있다. 하지만 회사는 이러한 사실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자료가 현재 경영진의 전략·성과가 현실과 거꾸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한겨레 사측이 취하고 있는 전략은 수확 전략(Harvest Strategy)이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한겨레는 비용을 최소화해 품질하락을 용인하는 것이다. 단기 이익 극대화 전략이다. 경영진은 수확 전략을 펴면서 디지털로 나아가자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은 취재 지원 등 경비 절감을 포장하는 방법이다. 그 디지털이 성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가 입을 닫은 것이다.

Q. 한겨레의 신뢰도 하락은 진보정권의 출범과 연관 있어 보인다

A. 최근 한겨레 보도가 문재인 정부를 편든다는 지적에 동의하는 편이다. 며칠 전에는 ‘문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의 총선 승리 축하 통화’라는 기사가 네이버 채널의 한겨레 주요뉴스에 몇 시간 들어가 있었다. 독자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기사가 많았다. 이런 편집은 한겨레의 신뢰도 제고나 영향력 확대에 해롭다. 현 경영진이나 편집국 리더들에겐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해 벌어진 몇몇 사건의 트라우마도 있는 것 같다.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야 한다.

물론 한겨레 신뢰도 하락이 정부 비판을 하지 않아서 일어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취재 보도 전 과정에서 기본이 많이 무너져 있다. 정부를 비판해야 신뢰도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보수언론과 경제지 등이 과거 노무현 정부·문재인 정부를 근거 없이 비방하고 공격하는데 그런 매체들이 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언론 지형을 고려하지 않고 한겨레마저 ‘권력 감시’라는 소명을 내세워 비판에만 가담한다고 질책하는 사람들이 적잖이 존재한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언론의 소명에 충실하면서도 그들이 공감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 나만 옳다는 오만한 태도, 가르치려는 태도를 내려놔야 한다. 한겨레는 ‘계몽’이 아니라 ‘공감’의 획득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Q. 최근 한겨레에 유독 사건·사고가 잦았다

A. 한겨레를 아끼는 분들께는 그저 죄송스러울 뿐이다. 불미스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원인을 한마디로 짚기는 어렵지만 많은 구성원이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다. 노동조합 대표로 출마하면서 ‘더는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없게 하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젊은 기자들이 회사를 많이 떠났다. 그 생각을 하면 지금도 괴롭다. 사람을 통제하려고만 하고 줄 세우고 조직 내부 갈등을 부추기는 방식의 현 경영진 리더십에도 적잖은 책임이 있다고 본다.

▲한겨레21 1186호 표지

Q. 2017년 한겨레21의 LG 영수증 관련 기사가 문제가 됐다. 사측이 한겨레21의 기사를 문제삼은 것이다. 편집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노사가 감사를 실시했지만 결국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A. 그 사건은 한겨레 역사상 최악의 편집권 침해 사태다. 난 경제부 기자로 20년 가까이 있었다. LG 영수증 사건의 맥락을 모를 수 없다. 한겨레에는 일찍이 그런 일이 있었던 적이 없다. 이는 아주 좋지 않은 시그널이다.

물론 LG의 영향력이 회사에 미쳤다고 보지는 않는다. 알 수 없는 이유로 경영진의 개입이 이뤄졌는데 한겨레의 이미지에 매우 해로웠다. 한겨레를 믿는 독자에게도, 광고주에게도 악영향을 주는 사건이었다.

Q. 경영진의 알 수 없는 이유가 뭘까

A. LG와의 거래는 아닐 것이다. 그냥, 놀라지 않았을까. 경영진 스스로 '이 기사가 광고주 관리에 힘들건데, 안 좋을 건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일종의 자기검열 같은… 그런 일 때문에 도를 넘은 것 같다. 이는 광고주와 관련된 기사를 쓸 때 저널리즘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신호다. 아마 광고주는 ‘한겨레와 거래를 할 수 있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좋지 않은 일이었다. (관련기사 ▶ 한겨레 대표이사의 답을 요구한다)

Q. 한겨레는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워나가야 할까

A. 무엇을 목표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공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뢰도 1위 회복’이 한겨레가 나아가야 할 전략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들이 ‘한겨레가 보도하기 전엔 우리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까지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군사독재, 절대 부패와 싸우는 국면은 다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제는 30년간 한겨레가 걸어온 길을 돌아봐야 한다. 그동안 한겨레가 강점을 가진 영역은 줄어들고 있다. 이전의 강점에 치중하면서 저널리즘적으로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다시 혁신적이고 시민을 위한 신문이 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우선 독자의 냉정한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겨레는 너무 오랫동안 귀를 막고 있었다. 독자의 불평, 불만을 폭넓게 제대로 들어야 한다. 독자들이 생각하는 ‘신뢰’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포착해야 한다. 신문과 언론의 원동력은 독자에게 있다. 끊임없이 외부의 목소리를 듣고 한겨레신문도 외부의 시각과 발맞춰 가야 한다. 독자를 직접 찾아가서 소통하고 독자가 한겨레를 방문하는 일도 많아야 한다.

취재원, 언론 학자와 기자를 비롯한 언론 전문가들의 평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겨레 신뢰 회복 실천 계획’을 마련해 세상에 선포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평가를 받아 이를 공개해야 한다. 그걸 제대로 실천한다면 1~2년 안에 한겨레는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 그런 변화가 없으면 혁신하기 어렵다. 한겨레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는 독자에게서 찾아야 한다.

새로운 노조위원장 후보인 길윤형 기자가 한겨레의 방향 모색을 이어갔으면 한다. 이번 특집 '진보언론'은 한겨레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한 것이다. 화두를 열었으니, 다음 집행부에서 이어갔으면 한다. 과거 한겨레가 ‘디지털 전략’을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언론 한겨레’를 고민해야 할 때다.

정남구 지부장은 1995년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다. 정남구 지부장은 주로 경제 기자로 활동했으며 2005~2008년, 2016~2018년 두 차례 논설위원을 역임했다. 도쿄 특파원, 경제부장을 역임했다. <통계가 전하는 거짓말>, <잃어버린 후쿠시마의 봄>, <나는 전라도 사람이다> 등 10여 권의 책을 썼다.

윤수현 기자  melancho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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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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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an 2019-06-11 22:50:05

    그렇게만 한다면야 틀림없이 크게 살아나겠지만, 가만히 있어도 십년은 갈텐데 고통스럽게 혁신에 나설지...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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