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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불순한 의도’ 말하는 김원봉 논란추념사 핵심은 애국을 기준으로 한 통합…김원봉 서훈 생산적 논의 전제돼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9.06.10 09:02

[미디어스] 현실 정치의 요소라는 것은 무 자르듯 분명한 기준을 가지고 해설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명분을 가지고 각자의 이익을 겨루는 특성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정치적 행위에 대한 가치평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결국 명분을 놓고 논할 수밖에 없다.

여의도의 새로운 뜨거운 감자는 김원봉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현충일 추념식 추념사에서 김원봉을 다시 언급하면서 쟁점이 됐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의 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자인 김원봉 서훈을 가능케 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언급을 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6.25 전쟁 희생자를 기리는 현충일 추념식을 통해 언급한 것은 호국영령들에 대한 모욕이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이념적 기준으로 상황을 판단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정파적 기준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비위를 맞추려 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에 의하면 이 정권이 북한 정권의 눈치를 이런 식으로 살피는 이유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라는 대목에서 뭔가 성과를 내서 총선에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선거를 겨냥한 정권의 ‘불순한 의도’를 문제 삼는 논리로는 각 지역 출신 독립운동가들을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모색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도 있다. 예를 들어 김원봉은 경남 밀양 출신이므로 서훈 논란 등이 이 지역 여론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다.

이달 27일에는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가 발족할 예정이다. 김원봉이 이끈 의열단 출신의 독립운동가들이 추가 발굴되면 각 지역에서 기념사업 등을 진행할 근거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을 ‘전략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제64회 현충일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론 정치적 이해득실을 논하는 시각은 반대편에서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과 보수세력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을 확산시키고 보수적 유권자층의 지지를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인 전광훈 목사의 사례 역시 정치적 이득을 위해 극단적인 이념 행보를 강화한 사례로 부상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는 이 정권이 북한 공산주의 이념인 주체사상을 강요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하야할 때까지 청와대 앞에서 1일 릴레이 단식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이런 행보는 기독교 정당 설립과 총선에서의 비례대표 의석 확보를 통한 개신교계 정치세력화를 노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전광훈 목사는 이미 2016년 총선에서 기독자유당을 창당해 2.63%의 득표율을 기록한 바 있다. 극우 개신교계는 성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각 등을 재생산하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왔는데 전광훈 목사는 이런 방식을 정치판에서도 그대로 활용하기로 한 셈이다.

양쪽이 서로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문제 삼는 이 상황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양쪽 모두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므로 이런 논쟁은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에 불과하고 다룰 가치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쉬운 방법은 ‘우리편’이 내세우는 명분을 평가하면서 ‘상대편’은 오로지 불순한 의도만 갖고 있다는 식의 정파적 규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정치적 상황을 신실하게 평가하려면 각자의 명분과 의도를 모두 따져보는 일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 문제라면 따져봐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추념사 내용이 실제 김원봉 서훈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김원봉 서훈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추념사를 살펴보면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의 주장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김원봉 언급은 좌우의 다양한 독립운동가들의 역할에 대해 말하면서 나왔다. 여러 입장의 독립운동가들이 임시정부에 모여 좌우합작의 형태로 광복군을 창설한 것이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이런 서술은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게 아니라 애국을 기준으로 통합을 이루자는 주장의 근거로 등장한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특별히 김원봉 서훈을 겨냥한 것보다는 이 정권이 중요하게 제기하는 임시정부 정통론을 재론한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기준으로는 북한 정권 수립에 관여한 김원봉 서훈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도 감안하고 보아야 한다.

물론 정치적 논란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불거졌으므로 앞으로 김원봉 서훈 문제를 진지하게 다뤄야 하는 시점이 올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원봉 서훈의 논리적 근거는 광복 이후 행보가 아니라 독립운동만 놓고 서훈 수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보수세력은 같은 기준으로 따지면 김일성에게도 서훈을 수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는 반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독립유공자 등 서훈은 정치적 의미가 담긴 것이기에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김원봉의 경우 본심은 남쪽에서 활동하고 싶었으나 친일 경찰 등의 탄압을 못 이겨 월북을 하게 된 것이라는 설과 자발적으로 북한 체제를 선택했고 6.25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설이 함께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을 계기로 김원봉을 둘러싼 역사적 진실에 대해 학계가 좀 더 연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결론이 가장 생산적이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이런 결론이 정치권에 의해 받아들여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자유한국당 등 보수세력이 불성실한 방식으로 정파적 이득을 모색하기 위하여 이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다는 결론만 남는다. 단기적으로는 이들의 이런 태도가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정치적 왜소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방향 전환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들도 그것을 인정하며 일부 동의도 하는 것 같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정치와 언론이 공론장에서 정치적 주장의 ‘명분’을 성실하게 다뤄야 이들의 극단적 태도가 정치적 반사이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어느 정파의 이익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정치의 미래가 달린 일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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