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김군>(2018)은 ‘극우 논객’ 지만원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특수부대 출신 간첩 '제1광수'로 지목한 신원미상 시민권의 정체를 추적하는 영화다.

그런데 <김군>은 영화제 버전과 지난 5월 23일 개봉을 위해 새롭게 공개된 버전이 상당히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등 영화제에서 상영한 버전과 개봉 버전이 다른 영화처럼 느껴진 것은 새로운 구성에 따른 '편집'에 있었다. 영화제를 통해 먼저 공개된 버전은 지만원이 '제1광수'로 지목한 신원미상 시민군의 정체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구성을 취했다면, 정식 개봉에 맞춰 새롭게 편집된 영화는 제1광수로 지목된 시민군의 정체 공개보다 그와 함께 제1광수 유력후보로 거론된 시민군 생존자들의 현재를 보여주는 데 주력한다.

영화 <김군> 스틸 이미지

지만원은 5.18 당시 북한 측 ‘광수들' 투입을 주장하며, 광주 민주화운동의 정체성 훼손과 진실 왜곡에 앞장서 온 대표적 인물이다.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 일어난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루어진 것 같지만, 실상을 알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강상우 감독과 제작진이 <김군>을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지만원에 의해 '광수'로 지목된 시민군 희생자, 생존자들은 모두 광주에서 생업에 종사하던 평범한 시민들이었고, 전두환 신군부의 폭압적인 진압을 참을 수 없어 자발적으로 투쟁에 나선 이들이 상당수였다. 수십 년 넘게 신원미상으로 알려진 '김군' 또한 광주와 광주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군 중 한 사람이었다. 이후 신군부의 잔인한 진압, 고문 등으로 혹독한 트라우마를 겪던 시민군 생존자들은 지만원에 의해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라는 얼토당토않은 누명까지 쓰게 된다.

영화 <김군>은 지만원에 의해 북한특수군이 되어버린 김군의 명예회복 못지않게, 1980년 5월 이후 고문 후유증 등 지금까지도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민군 생존자의 현재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는다. 영화제 버전과 개봉 버전이 상당히 달라진 것도 '제1광수'로 지목된 시민군의 정체 추적에 집중한 치밀한 미스터리 구성 대신, 5.18 이후 끔찍했던 기억을 안고 삶을 이어나가는 시민군 생존자들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하는 선택과 전략에 있었다.

영화 <김군> 스틸 이미지

지만원이 지목한 '광수'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지만원이 주장한 북한 특수군 남파설이 완벽한 허구임을 증명하는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호하다. 사진 속 신원미상의 김군과 그와 함께 투쟁했던 시민군들 모두 광주 민주화운동의 피해자라는 사실 말이다.

하지만 아직도 광주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 폄하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여전히 밝혀내야 할 진실이 많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신원미상 시민군의 정체를 추적하며 광주의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김군>은 극장에서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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