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의 증인 윤지오 씨를 매도하고 나섰다. 윤 씨가 장자연 사건이 헐뜯기 좋은 먹잇감으로 보고 언론을 이용했으며, 언론은 윤 씨에게 이용당해 '무식하고 무도한 방송'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이러한 비난은 윤 씨가 장자연 사건의 주요 증언자라는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에 불과하다. 조선일보가 사주일가를 엄호하기 위해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5일자 조선일보는 선우정 부국장 겸 사회부장의 <윤지오의 '먹잇감'> 칼럼을 게재했다. 선우정 부국장은 8년 전 SBS가 단독입수했다던 '가짜 장자연 편지 사건'을 언급하며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의 친필 문건 관련 질문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부 없이 인터넷에서 찾은 가짜를 진짜로 생각하고 읊었을 것"이라며 "실제 '장자연 문건'을 읽었다면 있을 수 없는 실수"라고 지적했다.

▲5일자 조선일보 선우정 칼럼.

선우정 부국장은 "일부 한국 언론의 이런 수준을 영악하게 간파한 인물이 윤지오씨"라며 "윤씨는 지인들이 공개한 대화록을 보면 윤씨는 이렇게 글을 썼다. 한국 언론 매체로부터 섭외 요청이 쏟아지고 방송 출연이 줄을 이을 때였다. '언니(장자연) 사건은 종결 자체가 불가능하고, 모든 언론이 주목하고 다룰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 서로 헐뜯기에 딱 좋은 먹잇감이고...'"라고 전했다.

선우정 부국장은 "장씨 사건과 관련된 한국 언론 매체의 속성을 이처럼 정확히 잡아낸 표현을 읽은 적이 없다"며 "실제로 윤씨의 한국 방문 후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장자연 사건 조사는 2개월 연장됐고, 한국 언론은 때를 만난 듯 집단적으로 경쟁 언론을 물어뜯었다"고 주장했다.

선우정 부국장은 윤지오 씨가 'JTBC가 제일 괜찮았고, KBS가 최악'이라고 평가한 것과 TBS진행자 김어준 씨에 대해 'X신' '미친 X라이'라고 한 것을 언급하면서, "윤씨는 이렇게 방송을 평가하고 주무르면서 KBS 5회, JTBC 3회, TBS 2회씩 출연해 근거 없는 의혹을 쏟아냈다"고 했다.

선우정 부국장은 "사회부장으로서 나는 이 사건을 1년 넘게 담당했다. 팀원들의 취재도 그만큼 이뤄졌다. 장씨 자살 후 10년 동안 검경 수사만이 아니라 관련 재판도 10번 이상 반복됐다. 재판 과정에서 공개된 기록만 A4용지 5000장에 달한다. 이 기록만 읽어도 윤씨의 깜냥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장자연 리스트' '이름이 특이한 (성 접대) 국회의원' '성 상납이 아닌 성폭행' 등 이번에 제기한 의혹에 대해 10년 전 수차례 검경 조사에서 그녀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몰랐던 것이다. 이제 와서 이 엄청난 기억이 불현듯 생각났다고 주장하면 의도적 거짓, 아니면 정신 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합리적"이라고 했다.

선우정 부국장은 "사실로 단정하고 싶다면 증거라도 요구했어야 한다. 사실로 단정하고 싶다면 증거라도 요구했어야 한다"며 "아무 것도 안했다. 마이크만 물려줬을 뿐이다. 그들의 지력은 오직 '조선일보'에 머물러 있다. 이 목표를 향하는 길에선 가짜 편지든 가짜 증언자든 상관없다. 윤지오씨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진 이후 오보를 바로잡고 사과한 방송은 없다"고 했다. 이어 "윤씨의 표현대로 '장자연 사건'은 한국 방송의 먹잇감일 뿐"이라며 "유명해지고 싶은 윤지오씨에게도 먹잇감이 있었다. '무식하고 무도한 방송'이다"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칼럼은 '물타기'의 전형인 '메신저 공격' 수법으로 보인다. 윤지오 씨에 대한 평가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김수민 작가의 윤 씨와의 카카오톡 내용 공개 등의 과정에서 윤 씨가 장자연 사건의 증인으로 다시 등장하는 목적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윤지오 씨가 장자연 문건을 봤다는 것이다. 장자연 씨가 사망한 후 장 씨의 매니저였던 유장호 씨가 봉은사에서 유족들에게 장 씨의 자필 문건을 보여주고 불태웠다. 그 자리에 윤지오 씨가 동석했다. 유 씨와 윤 씨는 수사기관의 조사와 재판에서 '윤 씨가 장자연 문건을 봤다'고 동일하게 진술했다. 윤 씨가 장자연 사건의 핵심증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자연 리스트의 존재도 조선일보가 '거짓'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지오 씨와 유장호 씨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유 씨는 윤 씨에게 "목록이랑 그런 건 넘길 생각이 없었다. 자연이는 어쨌든 죽은 사람이다. 죽은 사람인데 그런 거 뭐 술접대 나갔다고 하면 이런 게 뭐가 좋느냐"라고 발언했다.

윤지오 씨와 유장호 씨는 장자연 문건의 장수에 대해 7장이라고 동일하게 진술했으며, 장 씨의 오빠는 "유장호 지시를 받은 경호원이 땅을 파더니 땅속에서 봉투를 꺼내 유장호에게 건네주었고, 유장호가 봉투속에 든 8~9장의 문서를 장OO에게 건네줬다"고 진술했다. 적어도 장자연 문건이 현재까지 밝혀진 4장 이상이라는 것은 확인된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과거사위는 "현재 알려진 장자연 문건은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 중 최종적인 문건이 아니라 최종문건에 이르는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이라며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의 행방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유OO(유장호)인데, 유OO가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을 모두 태워 그 문건이 없다고 하였고, 그 외에 문건을 추가로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윤지오 거짓말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조선일보는 '무식하고 무도한 방송'이 경쟁언론인 조선일보에 화력을 집중했다는 식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에서 뗄래야 뗄 수 없는 의혹의 핵심이다. 장자연 사건에 지목된 인물 중 조선일보 사주일가를 포함해 조선일보 인사들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이다.

또한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 자기방어를 하는 것은 사주일가 엄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선일보는 이미 장자연 사건 발생 당시 사주일가 엄호를 위해 수사기관에 외압을 행사한 적도 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가 장자연 사건 의혹과 관련해 수사기관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과거사위는 조선일보가 2009년 경영기획실장 강OO를 중심으로 대책반을 만들어 장자연 사건에 대처했다고 봤고, 이동한 당시 사회부장이 조현오 당시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며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퇴출시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 조선일보하고 한 번 붙자는 겁니까"라고 협박한 사실도 인정했다.

과거사위에 따르면 조현오 전 청장 외에도 이동한 당시 부장은 강희락 당시 경찰청장과 경기청 형사과장을 만난 사실도 있으며, 강 청장은 방상훈 사장에 대한 경찰조사를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조선일보는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찰에게 청룡봉사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2009년 청룡봉사상을 받은 A경위가 경기청 광역수사대 소속으로 2009년 3월부터 장자연 사건 수사팀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TV조선 방정오 전 대표가 4월 15일,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이 4월 23일 조사를 받았고, A경위는 약 2달 뒤인 6월 17일 방 사장으로부터 청룡봉사상을 받고 1계급 특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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